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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의 끊임없는 잡음, 누가 해결하나

기사입력 2009.11.21 11:54 / 기사수정 2009.11.21 11:54

탁민규 기자

[엑스포츠뉴스=탁민규] 올해 한국스포츠를 대표하는 각 연맹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덕적, 제도적인 문제로 각 기구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그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쟁점일까. 또, 왜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일까.
올해 일어났던 프로스포츠 기구의 쟁점들을 돌아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CJ 인터넷 독점 계약
 

지난 3일 게임 `마구마구`를 서비스하는 CJ 인터넷이 KBO(한국야구위원회)와 내년부터 3년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서 문제는 바로 ‘독점 계약’이라는 데에 있다.
KBO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8개 구단의 엠블렘과 프로야구단 소속 1·2군 또는 코치진의 성명, 기록데이터, 사진, 캐릭터 등 CI를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초상권을 CJ 인터넷과 계약을 했다. 
CJ 인터넷은 독점 사용 대가로 3년간 매년 마구마구의 순매출액 5%를 KBO에 주기로 했고,  만약 5%가 15 억원이 넘지 않으면 15 억원을 지급 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의 타이틀 스폰서로 KBO에 주는 35 억원까지 합치면 1년에 적어도 50~60억원을 지불하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마구마구를 제외한 온라인 야구게임에게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구마구와 야구게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의 ‘슬러거’와 내년에 서비스에 나서는 KTH의 ‘와인드업’은 최악의 경우 서비스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야구게임 유저들은 "야구게임의 가장 큰 재미인 실제 구단과 선수명의 활용을 못한다면  ‘마구마구‘를 제외한 다른 게임은 할 생각이 없다" 는 반응이 다수를 차지했다.

CJ 인터넷과 KBO의 독점계약은 독점 금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 되고 있다.
과거에 초상권 관련 논란이 법정 분쟁으로 번진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05년 프로야구 선수들이 KBO와 휴대전화용 야구게임 제작사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결과 당시 법원은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며 피고들에게 손해 배상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마구마구'의 매출은 '슬러거'와 비교했을 때 시장지배적 위치로 보지 않고 있어서 소송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K-League)-유망주 해외 진출

 


[사진=홍명보 감독 (C) 김현덕 기자]

“유망주들이 계속 J-리그로 빠져 나가는 현실이 걱정된다. 한국축구를 위해 변해야 한다."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이 지난 달 22일 오후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한 말이다.
올림픽팀 감독의 취임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기쁨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많이 나타났다.
그가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은 바로 K-리그 신인 드래프트 제도 때문이다.
드래프트 도입과 폐지를 반복한 끝에 2006년, 다시 드래프트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프로 첫 해 연봉이 최고 5,000 만원으로 한정되어 있고 팀 선택권의 제한으로 한국축구를 이끌 유망주는 J-리그를 비롯한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17일에 펼쳐진  2010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홍 감독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몇 명을 제외한 즉시 전력감은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어다는 평가다.
물론, 유망주들이 해외에서 선진축구를 경험할 수 있다면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적인 문제로 축구강국이 아닌 일본 등에서 벤치만 지킨다면 한국축구는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프로농구연맹(KBL)-이면계약과 징계 감면의 진실


[사진=김승현 ⓒ엑스포츠뉴스DB]

지난 7월13일. 프로농구 역사상 ‘3류 영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오전 서머리그에 참가하는 5개 팀의 지도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김승현은 KBL 조정안인 연봉 6억 원 계약 조건을 전격 수용했다고 밝혔고,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이면계약에 대해서는 발뺌을 했다.


이면계약 논란을 떠나 2군 리그가 출범하는 그 날과 그 장소를 왜 택해야 했는지는 의문이었다.
기자회견 도중 불쑥 들이닥친 불청객 때문에 잔칫집 분위기는 한순간에 식어버렸다.
그 이후, KBL은 상벌규정 5조 1항과 13조 5항을 적용해 김승현에게는 09~10시즌 첫 경기부터 2라운드(18경기) 출전정지와 함께 1,000 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오리온스에게 3,000 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고, 김승현과 오리온스의 이면계약도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때부터 오리온스의 징계 감면을 위한 물밑 작업이 시작되었다.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이 ‘전력 평준화’라는 명분을 들고 나섰고,  10개 구단 단장 모임인 이사회에서 김승현의 출전정지를 9경기로 감면한다' 라는 결정이 이루어졌다.

100일도 안된 시점에서 '솜방망이' 징계를 손바닥 뒤집듯이 감면한 KBL 전육 총재와 이사회의 결정에 농구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샐러리 캡’ 사태

신세계와 우리은행이 2010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불참하면서 ‘샐러리 캡(연봉총액상한제) 위반’과 관련한 파문이 더욱 확산됐다.

우리은행과 신세계는 WKBL이 밝힌 “현행 샐러리 캡 규정으로는 위반 구단에 대한 판단이 불가하다”며 ‘선 드래프트. 후 샐러리 캡 규정 보완’의 방침을 거부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호화멤버를 지켜내느라 우승 수당과 광고비 등 11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썼다. 삼성생명은 5억 5,000여만원, 금호생명도 3억 7,000여만원, 국민은행은 2억 3,000여만원을 샐러리캡 이외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드래프트에는 예년보다 적은 인원이 선택되었고 두 팀은 소송까지 제기하였다.
이번 사태로 WKBL은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WKBL과 각 구단은 텅텅 비어있는 경기장을 확인하기를 바란다.

한국배구연맹(KOVO) -드래프트 파행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를 둘러싼 아마와 프로는 정말 화해를 했을까.

10월 27일에 예정됐던 프로배구 남자 신인 드래프트가 대학배구연맹과 구단과의 대립으로 무기한 연기가 됐었다.

충돌의 표면적인 이유는 대학배구연맹 측에서 구단 별로 2명씩 의무 지명을 요구하였지만 각 구단이 이를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데서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드래프트 신청 예정이었던 박준범(한양대) 때문이었다.
드래프트 1~4위 행사권을 가진 우리캐피탈이 최대어인 박준범을 지명할 경우가 높았다. 이럴 경우에 다른 구단들이 의무 지명을 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드래프트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기존 구단들이 우리캐피탈에게 2년 동안 1라운드 4명씩 총 8명의 신인우선지명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타 구단들은 이 기간 동안 전력 보강을 거의 할 수 없었다.

KOVO의 규정은 그대로 놔둔 채 대학연맹 측이 선수들 취업 보장을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캐피탈만이 선수독점을 할 것이라고 판단한 기존 구단들이 이것을 이용해서 유리한 상황으로 몰고 온 것이다.

구단의 욕심대로만 하면 대학배구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대학배구연맹 측과 3년 연속 1순위 선수를 특정구단에 몰아주는 ‘꼼수’로 판단하는 각 구단의 대립이 심각한 수준에 오고 말았다.

그 후 , 지난 13일에 3학년 선수들을 뽑지 않은 조건으로 드래프트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사태에 대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드래프트 관련해 수차례 사건을 겪은 KOVO의 집행력도 큰 문제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드래프트 파행 사태는 프로배구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드래프트의 원칙이 명시되지 않은 프로배구에서 무한 이기주의가 반복 될 경우 선수들이 큰 피해를 당할 염려가 있다.

올해, 한국배구는 선수구타사건, 아시아선수권 결승진출 실패 등의 시련을 겪었다.
이 같은 시련에도 꿋꿋이 한국배구를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배구계가 현명한 자정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총재의 명확한 판단이 필요

모든 조직의 대표가 있듯이, 연맹의 대표는 총재다. 항상 각 연맹의 잡음이 있을 때마다 신중히 판단해야 할 총재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총재이다. 총재는 문제를 심판하고 판단하며, 결정할 수 있는 재판장과도 같다.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명한 재판장이 필요하다.
 
프로는 팬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국내최고의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 한국축구의 젖줄인 프로축구, 겨울스포츠의 양대산맥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모두 화해와 융합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탁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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