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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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원정기③] 축구화 천국의 '후타바(FUTABA SPORTS)'

기사입력 2009.11.10 23:39 / 기사수정 2009.11.10 23:39

박진현 기자

편집자 주: 11월 7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는 포항 스틸러스와 사우디의 알 이티하드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렸다. 포항의 아시아 제패와 더불어 일본의 축구 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박진현 기자의 일본 축구 유랑기를 만나보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도쿄원정기③] 후타바(FUTABA SPORTS)

신주쿠 카모에서 시간을 보낸 뒤 이제 제대로 된 도쿄 여행에 나섰다. 신주쿠에서 '귀여운' 100엔 버스에 올라타 하라주쿠로 향했다. 신주쿠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그곳은 역시나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각종 옷가게들과 음식점들이 대로 변으로 늘어서 있었고, 골목 사이로 구제 옷가게와 악세사리 점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여유롭게 하라주쿠의 길을 걷고 있는데 작은 간판에 축구공 그림이 하나 보인다. 200미터는 족히 되는 거리에서 축구공이 그려진 간판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웬만한 열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뭐 망설일 것도 없이 간판 하나만을 바라보고 발길을 돌렸다.





▲ 후타바의 입구.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와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좁은 계단이 2층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아담한 사이즈의 축구 매장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 매장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가다 보니 또 다른 공간이 있고, 또 들어가니 또 다른 공간이 있다. 긴 직사각형의 형태로 된 후타바는 카모와는 달리 축구화와 풋살화, 그리고 트레이닝복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다. 보관용이 아니라 더욱 실용적인 축구용품들을 파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다.



▲ 후타바의 카운터. 회원가입도 할 수 있으며, 일부 용품들은 무료 마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 수많은 축구화와 풋살화가 판매되고 있다.

후타바는 축구화 전문매장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축구화의 세상이다. 국내에는 아직 출시가 되지 않은 제품부터 정말 다양한 모델들이 진열되어있다. 매장 가운데 쌓여있는 축구화 박스도 모자라 축구화 진열장 뒷면에 또 다른 공간이 있어 축구화 박스가 빼곡하게 정리되어있다. 그리고 풋살화는 여태까지 내가 봤던 풋살화보다 더 많은 양이 진열되어 있었다. 일본은 풋살리그도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 유명 선수들도 직접 매장에 들러 사인을 남겨두고 갔다.





▲ 각종 트레이닝복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필자의 일행들은 여기에 정신이 팔려 한 벌씩 빼입고 매장을 나섰다.



▲ 후타바 역시 적은 양의 레플리카가 진열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이것들이 주가 아니다.



▲ 축구화를 수선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매장을 한참 돌고 나서야 다시 하라주쿠의 거리로 나섰다. 배가 출출한 터라 먹을 곳을 찾아다녔고, 하라주쿠 역 근처에 있는 라면집에서 진한 국물의 라면 한 그릇과 맥주 한 잔을 비웠다. 그리고 시부야로 가기에 앞서 마무리 쇼핑을 하자며 일행과 함께 다시 후타바로 돌아갔다. 이런 오타쿠들이 있나! 필자는 이미 999엔짜리 넥워머를 손에 넣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은 없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래서 뭔가 궁금해서 기웃기웃 쳐다만 보았던 곳으로 갔다. 한자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하는 형태만 봐도 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본어에 능통한 일행 중 한 명에게 통역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발 분석'에 들어갔다.



▲ 공짜라는데 그냥 지나칠 법은 없다. 직접 발을 걷어붙이고 발 분석에 나선 필자.



▲ 발 분석이 끝나면 매장 직원이 친절하게 요목조목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난 일본어를 못할 뿐이고!



▲ 필자가 받은 발 분석 결과.

발 분석 결과로 봐서는 생각보다 양 발이 일정하지가 못했고, 발 형태에 맞는 축구화 사이즈를 추천받기도 했다. 학창시절 내내 공을 쫓아 학교 운동장을 누빈 결과리라. 비록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귀여운(?) 일본 청년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 사이즈를 맞춰볼 수 있는 축구화가 진열되어 있다.



▲ 매장 직원들이 친절하게 발에 맞는 축구화를 찾아주고 맞춰준다.

매장의 중간에는 많은 수의 축구화가 나열되어 있다. 자세히 보니 사이즈별로 차례대로 갖다놓아 직접 신어보고 사이즈를 맞춰보라는 것이었다. 축구스타킹과 깔창, 정강이 보호대도 구비되어 있어 경기에 나설 때와 같은 차림으로 축구화를 맞춰볼 수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매장직원이 사이즈에 맞는 축구화를 찾아와 직접 신겨주기도 한다.




▲ 마킹을 하는 공간. 이곳에서 필자가 구입한 넥워머에 이니셜과 번호를 새겨 넣었다.

매장을 나서는 길에 일행들과 우스갯소리로 '이런 데서 축구를 했으면 진짜 뭐라고 했겠다.'라고 아쉬움이 섞인 농담을 늘어놓았다. 일본의 축구 인프라가 좋다고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보니 새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환경이 부럽다고 해서 어디 호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송강호가 자신의 나라에서 초코파이보다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듯이 우리나라도 이런 환경이 빨리 조성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관련기사] ▶ 도쿄는 일본의 축구 성지, '축구장에 놀러가자'

[도쿄원정기①] '영일만 친구'가 울려 퍼진 도쿄국립경기장 

[도쿄원정기②] 유럽의 레플리카가 한자리에, '카모(CAMO)'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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