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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십에 임하는 서울의 3가지 과제

기사입력 2009.11.06 20:05 / 기사수정 2009.11.06 20:05

전성호 기자

[위클리엑츠] 3년째 계속된 악몽의 재현이었다.

FC서울은 11월 1일 일요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9 K-리그 최종 30라운드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1-1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2위를 확보하며 플레이오프 직행과 내년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규리그 우승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제골을 기록한 데얀이 과도한 골 세리머니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에 빠졌고, 결과적으로 경기 종료 직전 상대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반면 승점 2점차로 바짝 뒤쫓고 있던 포항은 서울의 라이벌 수원 삼성을 1-0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서울과 포항은 승점 53점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서울은 골득실에서 뒤지며(포항 +22, 서울 +20) 시즌 마지막 순간 포항에 정규리그 2위를 내주고 말았다.

서울은 2007시즌 대전 시티즌에 승점과 골득실까지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 밀려 6강에서 탈락하고, 지난해엔 승점은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밀리며 수원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준데 이어 벌써 3년째 시즌 최종전에서 자신들이 처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서 최악의 상황에 몰리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이제 서울로선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와 리그 챔피언 등극을 위해서 남은 챔피언십의 경기에 모두 승리해야 하는 절박한 위치에 놓였다. 선두 경쟁 3파전을 벌였던 전북과 포항에 비하면 훨씬 불리한 처지다. 더군다나 서울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는 전북과 포항과는 정반대로 예의 '아름답고 강한 축구'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 포스트시즌에 대한 우려를 더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이 리그 개막전에서 전남을 6-1로 초토화하던 우승후보 0순위 다운 강력한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선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까?



1. 측면 공격의 강화

시즌 초만 해도 김치우-이청용이 포진한 서울의 측면은 서울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핵심이었다. 이들의 매서운 공격에 상대 수비가 측면으로 벌어지면 자연스레 중앙 지역에 공간이 생겼고, 이는 데얀-정조국 등 중앙 공격수는 물론 2선의 기성용 등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동시에 이들의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은 상대 수비를 교란하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기폭제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 김치우의 부상과 부진에 설상가상으로 이청용마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하면서 서울 측면이 가지는 무게감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들의 공백을 김승용을 비롯해 고요한, 고명진, 어경준 등이 메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시즌 초 이청용-김치우가 보여줬던 막강한 힘에 비하면 부족함이 느껴졌다.

측면의 공격이 약해지자 서울을 상대하는 팀들은 수비진의 폭을 좁게 가져가도 큰 무리가 없었고, 이는 서울이 상대 수비가 밀집된 중앙 지역에서도 공격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상대가 수비에 편중된 전술을 구사할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이는 시즌 말미 서울의 '아름다운 공격 축구'가 실종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은 최근 왼쪽 측면의 김치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반면, 오른쪽에선 전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렇게 되자 전체적인 공격 밸런스에도 문제가 생기며 공격 루트마저 단순해졌고, 서울의 득점력은 확실히 무뎌지고 말았다.

희망을 가질만한 부분은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하던 이종민이 챔피언십을 앞두고 훈련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측면 미드필더는 물론 수비까지 볼 수 있는 이종민의 가세는 답답한 서울의 오른쪽 측면에 커다란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오랜 공백으로 인해 떨어진 경기 감각은 미지수다.

2. 데얀의 공백

또 다른 서울의 고민은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이 전남과의 최종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서울은 데얀 외에도 정조국, 이승렬, 안데르손 등 출중한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팀 내 최다득점자이자 리그 득점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공격의 핵인 데얀이 정작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단판승부인 플레이오프에 결장하는 것은 서울에 적잖은 불안요소다.

공격의 최전선에서 골을 노리고, 때에 따라서는 2선으로 내려와 적극적으로 공격 전개를 이끄는 데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선수는 역시 지난해 K-리그 신인왕이자 U-20 월드컵 대표팀 출신 공격수 '피터팬' 이승렬이다.

이승렬은 리그 최종전에선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지만 플레이오프 출장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특히 이승렬은 지난 시즌 종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끝내 챔피언결정전에 결장하며 팀의 준우승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기에 이번 챔피언십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한편, 다행인 것은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K-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K-리그 일정을 배려해 유럽팀과 평가전에 나설 선수들을 선발하겠다."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내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대비해 대표팀은 오는 9일 소집된 뒤 10일간 유럽 전지훈련에 나선다. 대표팀은 15일에 덴마크, 18일엔 세르비아와 평가전을 치른 뒤 곧바로 귀국길에 오르는데, 이 일정이 K-리그 챔피언십과 겹치는 것이 문제였다. 서울이 나설 6강 플레이오프 3-6위전과 4-5위전이 각각 21일과 22일 열리고 25일엔 준플레이오프, 29일은 플레이오프가 이어진다.

그 때문에 자칫 기성용, 김치우 등 서울의 핵심전력이 대표팀 경기를 치르고 곧바로 포스트시즌에 투입되는 불상사가 벌어질 뻔했으나, 허정무 감독이 이를 고려해 유럽 원정에 나설 대표 선수를 선발하겠다고 밝히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 점은 다른 팀에 비해 대표급 선수가 많은 서울로선 호재다.

3. 일정의 문제

정규리그 2위와 3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2위는 내년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에 대한 부담도 이미 덜었고, 플레이오프에서 편안히 상대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지만 3위는 6강 플레이오프부터 살얼음판 단판 승부를 거치며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2007년 5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6강 플레이오프부터 승승장구하며 결국 우승을 차지했던 포항의 예도 있지만, 지난해 성남만 하더라도 수원-서울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다 3위로 밀려난 뒤 6강 플레이오프에선 전북에 예상 외로 덜미를 잡히며 우승 도전은커녕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서울로선 후자 쪽이 더욱 신경이 쓰이는 전례가 될 것이다.

3위 서울은 전북과 포항보다 최소 두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처지다. 플레이오프에 오르더라도 올 시즌 두 번이나 패배를 안긴 스틸야드로 가야 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가면 2차전을 원정에서 치르는 부담을 갖는다. 이 불리함은 서울이 지난해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기도 하다. 서울로선 챔피언십이 시작한 뒤 보름 동안 체력적 불리함을 최소화하면서 사기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혔고, 중간 중간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즌 내내 강팀의 면모를 꾸준히 유지해 왔던 서울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무관'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극적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맞출 수 있게 될 것인지는 온전히 그들 앞에 놓인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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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남지현 기자]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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