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나쁜 형사’ 수작이 탄생하나 했는데 범작으로 남았다.
29일 MBC 월화드라마 ‘나쁜 형사’가 종영했다. 우태석(신하균 분)은 은선재(이설) 양부모의 공장에서 일하던 서주임(김기천)을 통해 양부모와 은선재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모두 알게 됐다. 앞서 은선재는 양부모가 과거 자신을 차에 친 후 죽이려 했다가 살아있자 이를 덮기 위해 입양한 사실을 서주임에게 들었다. 입양 후 은선재는 모진 학대를 당하기도 했다. 모든 사실을 안 다음날 양부모를 살해했다.
우태석은 은선재를 체포하기 위해 움직였다. 은선재는 우태석에게 연락해 자신을 직접 찾아오라고 했다. 우태석은 배여울이던 은선재에게 큰 잘못을 했지만 양부모를 죽인 은선재를 놓아줄 수는 없었다. 은선재는 우태석을 다리 밑으로 떨어뜨렸다. 우태석은 가까스로 다리를 잡았지만 이내 스스로 손을 떼었다. 은선재는 "안 돼. 그럼 나 혼자 남잖아"라고 외치며 우태석을 따라 강물로 떨어졌다. 시간이 흘러 은선재는 발견되지 않았다. 우태석은 광역수사대장으로서 팀원들을 이끌었다. 우태석이 팀원과 사건 현장에 출동한 가운데 은선재는 차 안에서 우태석을 지켜봤다. 우태석도 이를 알아차렸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우태석 형사와 타고난 천재이자 사이코패스 은선재의 아슬아슬한 공조 수사를 그렸다. 영국 드라마 '루터'를 리메이크했고 19금을 관람 등급을 택해 방영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우태석과 은선재의 과거를 줄기 삼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빠르게 전개됐다. 생니를 뽑는 등의 무자비한 살인, 폭력, 납치 등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볼거리는 높였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현실성과 개연성은 부재했다. 극적인 장면을 단순히 한데 모아 배열한 듯한 서사와 단편적인 캐릭터는 흥미를 떨어뜨렸다. 은선재는 기자를 넘어 우태석이 있는 곳이라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홍길동 같았다. 사건이 있는 곳에는 경찰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장형민은 불사신이었다. 높은 곳에서 추락해도 죽지 않고, 불에 탄 자동차에서도 살았다. 사이코패스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유 없이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죽이는 모습도 설득력이 없었다. 다만 장형민이 죽고 새로운 살인 사건들이 이어진 뒤에는 긴장감을 되찾았다.
나름의 메시지는 남겼다.“법은 우리를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피해자의 눈물은 모른 척 하고 가해자 편만 들고 있다”, “힘 있는 사람을 상대로 진실 밝히는 건 쉽지 않다”, “윗대가리들, 그런 애들은 여기(교도소) 절대 안 들어와. 밖에서 떵떵거리며 잘 살지” 등의 대사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학교 폭력, 공소시효, 범죄자를 처단하는 정의의 살인자 등의 이슈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신하균의 열연이 시종 두드러졌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우태석 형사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카리스마를 담은 눈빛과 표정을 더해 원칙대로 해서는 절대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우태석의 거친 면모, 살인마 장형민에게 분노하는 장면, 배여울에 대한 죄책감과 은선재를 향한 묘한 감정까지 오갔다.
이설은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하균의 상대역으로 발탁돼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천재이면서도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이코패스가 쉽지 않은 역할이기에 초반에는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중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를 큰 무리 없이 소화하며 존재감을 남기는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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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