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21 19:23 / 기사수정 2009.10.21 19:23
[위클리엑츠=박광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 호!!"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다.
경기 승패만큼이나 뜨거운 논쟁 때문이다. 바로 상대팀 사인 훔치기 논란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KIA가 'SK 2루 주자가 상대팀 KIA 배터리(Battery,투수,포수를 가리킴) 사인을 읽고 타자에게 알려준다'는 항의를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SK의 2루 주자가 KIA 배터리의 사인을 훔친 것이 스포츠맨십을 져버린 잘못된 행동이냐는 것이다.
▲ 김성근 감독의 이야기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 SK 와이번스 구단 제공
이에 대해 SK 김성근(67) 감독은 "우리는 한 시즌 동안 모든 상대 투수들의 상황별 투구내용에 대한 분석이 돼 있고 타자들이 숙지하고 타석에 들어선다. 오히려 상대를 잘 분석해 낸 SK 벤치와 선수들의 뛰어난 능력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사인을 훔친 것이 아니라 분석해 낸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의를 중시한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2루 주자가 상대 포수의 사인을 훔쳐 타석에 들어선 타자에게 알려줬다면 비열한 행위라고 생각하면서 입장 차이가 생긴 것이다.
프로에서는 첫 번째가 승리(勝利)가 최우선이다. 아니다. 스포츠맨십이 먼저라는 논리다.
한국프로야구 28년 역사상 그것도 한국시리즈 도중 '사인 훔치기' 논쟁이 벌어졌는데 그렇다면 우리보다 야구의 역사가 오래된 미 프로야구(MLB)에서는 사인 훔치기 논란이 발생하면 어떻게 행동할까?
현재 메이저리그 극동담당 스카우트로 활동하고 있는 2명의 전 메이저리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결론은 메이저리그 100년이 넘는 역사와 사인 훔치기는 함께했다는 것. 그리고 사인 훔치기는 경기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99년부터 01년까지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외야수로 활약했던 글랜바커(현 휴스턴 애스트로스 극동담당 스카우트)는 "누상의 주자가 상대팀 배터리 사인을 훔친 상황과 상대팀 감독과 주루 코치가 낸 사인을 훔쳤을 때 2가지 경우로 나눠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논란이 된 2루 주자가 상대 배터리의 사인을 훔친 경우에 대한 글랜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 명료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투수가 고의적으로 상대팀 타자의 머리를 향해 빈볼을 던진다"고 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종종 발생하는데 빈볼을 던지면 사인을 읽어낸 팀도 '아 상대팀이 눈치챘구나'하고 알게 되면서 자연스러운 벤치클리어링(Bench Clearing Brawl:상대 선수에 의한 빈볼 시비나 판정 시비, 기타 상대 선수나 팀 코칭 스텝에 의한 고의적인 자극으로 시비가 발생하였을 때 덕아웃이나 불펜에 있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가는 경우)을 한다.
벤치클리어링이 끝나면 사인이 노출된 팀은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 사인을 읽어낸 팀은 상대팀 배터리가 사인을 바꿨기 때문에 다시 읽을 수 없게 돼서 그 경기에서의 사인 노출 문제는 해결된다.
88년부터 93년까지 메이저리그 텍사스레인저스, 시카고 컵스, 그리고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스티브 윌슨(현 시카고 컵스 극동담당 스카우트)도 "사인 훔치기도 게임의 일부다. 노출된 팀이 사인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브(44)는 기자에게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필라델피아 선수시절 팀 동료였던 마이크 소이사(50) 현 LA 애인절스 감독이 2루에서 나가 상대팀 신시내티 레즈의 투수 칼톤의 사인을 훔쳤다가 다음 타석에서 패스트볼 빈볼을 맞았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상대팀 감독과 주루 코치가 낸 사인을 훔쳤을 때에 대해서 글랜은 "훔쳤다는 표현보다 작전을 읽어냈다는 표현이 옳다"고 했다. 이번 경우에는 노출한 사람이 100% 잘못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번트, 도루를 많이 시도하는 A팀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팀과 경기를 하는 B팀은 당연히 노력해서 어떤 타이밍에, 어떤 동작이 번트, 도루 사인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의 수를 미리 읽고 추가 진루를 막을 수 있다.
글랜은 "투수들의 투구자세를 읽어내는 것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야구는 습관운동이다. 투수가 던지는 150km가 넘는 패스트볼과, 각도 큰 커브볼과 슬라이더를 집중하지 않으면 치기 힘들다. 1년에 한 팀과 약 20경기를 하면서 상대팀 투수,포수의 습관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빠른 대처를 통해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데이빗 김(38) 미네소타 트윈스 극동담당 스카우트는 "사인을 내는 이유는 2가지"라고 말했다. 첫째로 투수와 포수의 사인 교환에 있다. 변화구 사인에 갑자기 직구가 들어오면 못 잡는다. 둘째로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구체적인 예를 들며 "만약 작전이 '1-1-1-1' 이렇게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다음 사인은 무엇이 될까? '1'이 될 것이다. '1-2-3-1-2-3-1-?' 이번엔 '2'가 될 것이다. 벌써 네가 내 사인 훔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노출한 내 잘못이 100%다. 그래서 센스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데이빗은 또 다른 상황을 묘사하며 "타자가 파울 홈런 쳤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면 타임아웃하고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투수와 사인을 바꾸든지 해야 한다. 그리고 포수는 항상 고환 가까이에 해서 사인을 내야 한다. 상대팀이 쉽게 볼 수 없도록 포수가 잘 가려서 해야 한다. 내가 만약 돈 잃어버리면 훔친 사람도 잘못이지만 관리를 제대로 못한 나의 잘못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브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승리가 우선이냐, 스포츠맨십이 우선이냐'에 대해 "스포츠맨십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굿 스포츠(Good Sports), 즉 야구, 축구,농구, 미식축구 등의 프로 스포츠에서 균등함은 없다. 프로는 승리에 필요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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