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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은반 위의 무도] 아사다 마오의 무모한 도전

기사입력 2009.10.07 19:02 / 기사수정 2009.10.07 19:02

조영준 기자

"제아무리 실전에서 강한 선수라도 연습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실전에서 시도합니다. 실전 경기에 구성된 기술요소는 그 선수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요소로 짜여 있지요. 중요한 대회에서는 난이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아요.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보다 완벽한 연기를 하기 위해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피겨 지도자의 의견이었다. 대부분의 스케이터는 실전경기에 임할 때, 성공 확률이 높은 기술을 들고 출전한다. 연습 때, 9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인 기술이라 할지라도 실전에 들어서면 50%대로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실전 경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관객들과 심판들에게 선보일 프로그램은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연기로 점수를 얻는 것이 '무모한 도전'으로 얻는 경우보다 훨씬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인 김연아는 이 공식을 충실히 따라왔다. 현재 여자 싱글 스케이터들 중,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지만 늘 무리수를 두지 않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소를 연기해왔다.

김연아는 지난 2008-2009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룹 점프 대신, 더블 악셀을 구사했다. 기초점수는 트리플 룹이 높지만 김연아는 자신있는 더블 악셀 앞에 이너바우어를 시도함으로써 트리플 룹이 지닌 기초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스스로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기술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실전에서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실전선수로 거듭나려면 놀라운 집중력과 '강심장'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실전 무대에서 능숙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기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는 지난 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2009 재팬오픈'에서 새로운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라흐마니노프의 '종'을 선보였다. 어느 프로그램이건 '초연'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올림픽 시즌을 대비한 아사다의 ‘종’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지난 시즌부터 아사다 마오의 지도자인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는 '트리플 악셀' 두 번 시도를 승부수로 걸었다. 이러한 선택은 아사다와 타라소바 코치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트리플 악셀을 제외한 나머지 점프와 요소에서 모두 김연아에게 밀려 있는 아사다는 '필살의 승부수'로 트리플 악셀 두 번 시도를 내걸었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 아사다 마오는 스피드가 떨어져 있었다. 경기 이후, 큰 부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느린 스케이팅은 점프의 실패로 이어졌다. 아사다는 두 번의 트리플 악셀 실패는 물론,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살코 등 나머지 점프도 모두 실수를 연발했다.

트리플 악셀은 아사다와 타라소바에게 어느 순간부터 '절대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 김연아에게 유일하게 이긴 대회인 '그랑프리 파이널대회'에서 아사다 측은 트리플 악셀 두 번 시도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변수가 많은 기술인 '트리플 악셀 두 번'의 성공은 꾸준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프로그램 초반에 힘을 많이 소모하는 트리플 악셀을 두 번 시도한다는 것은 무리수를 건 시도였다.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에 치러진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 성공률은 매우 떨어져 있었다. 프로그램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도 역력히 노출됐다. 다른 기술을 등한시하고 트리플 악셀에만 승부수를 걸었던 무모한 선택은 끝내 한계점에 다다르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트리플 악셀을 한 번만 시도하겠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아사다 측은 끝내 두 번의 트리플 악셀을 선택했다. 트리플 악셀에서 자신감을 잃은 마오는 나머지 점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정 기술에 연연한 결과는 끝내 102.94라는 최악의 점수로 나타났다.

세계랭킹 정상권에 있는 선수가 이렇게 기복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일직이 없었다. 아사다와 타라소바는 좋은 자극제로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시즌이 시작된 시점에서 이런 문제점이 나타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9 재팬오픈'에서 연기를 펼친 아사다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결여돼 있었다. 활주의 스피드도 처져 있었고 점프의 높이도 매우 낮아 있었다. 또한, 프로그램 초반에 이루어지는 트리플 악셀이 실패할 경우, 일찌감치 의욕을 잃어버리는 고질적인 약점도 그대로 노출됐다.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은 끝났고 본격적인 대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대회를 치르면서 아사다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시즌 동안 준비했던 아사다와 타라소바의 프로그램이 대대적인 보완작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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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아사다 마오 (C)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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