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01 14:49 / 기사수정 2009.10.01 14:49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역대 K-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감독을 꼽으면 현재 팀을 맡고 있는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과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을 들 수 있다. 가장 많은 타이틀을 보유한 파리아스 감독과 젊은 선수들을 국가대표급으로 성장시키며 현재 K-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귀네슈 감독의 성과는 다른 국내파 감독들의 분발을 촉진시키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피스컵 코리아에서 처음으로 엇갈린 둘의 운명은 이어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또 한 번 엇갈렸다. 이제 마지막 남은 정규 리그에서 둘의 운명이 어떻게 엇갈릴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변화무쌍한 용병술, 파리아스 매직의 성공
파리아스 감독은 이른바 '파리아스 매직'이라 부를 만큼 적절한 용병술과 안정적이면서 재치 있는 전술 운영으로 '재미있는 축구'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지도자로 꼽힌다.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출격할 수 있는 포항 선수들의 능력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됐고, 이를 통해 파리아스 감독은 '무한 로테이션 체제'로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해 매 경기의 전술 변화를 꾀하는 팀 운영으로 아기자기한 맛의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파리아스 감독의 능력은 중요한 고비 때 특히 빛을 발했다. 2007년 정규 리그에서 6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우승한 것을 비롯해 2008년 FA컵, 2009년 피스컵 코리아 때도 파리아스 감독은 스타 선수 한 명 없는 팀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며 모든 타이틀을 거머쥔 유일한 현역 감독이 됐다. 또, AFC 챔피언스리그 2차전, 분요드코르와의 경기에서도 1차전 전적 1-3의 절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쉴새없이 몰아붙였고, 교체 선수 카드까지 잘 활용하며 마침내 4-1의 대역전극을 벌이는 데 성공했다.
젊음을 선택한 귀네슈, 오히려 발목 잡혔다
'파리아스 매직'으로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포항이라면 서울은 패기 넘치는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귀네슈 감독 부임 후 최근 2년 동안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팀의 에이스'로 올라간 기성용은 이미 내년 초, 스코틀랜드 셀틱 입단을 확정지을 만큼 기량 면에서 빠른 성장을 했으며, 이승렬, 이상협, 고요한, 고명진 등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 역시 귀네슈 감독 체제 아래 무섭게 떠오른 신예로 꼽히고 있다. 이들의 활약을 통해 2008시즌에는 준우승, 올 시즌에는 두 달 넘게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선수가 많은 것이 귀네슈 감독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토너먼트전 같은 큰 경기에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가 그대로 드러났고, 경기 분위기에 휘말린 선수들을 다 잡을 만한 '고참 선수'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이는 피스컵 코리아 4강전,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컵대회 4강 포항과의 경기에서 서울은 심판 판정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다 주장 김치곤, 김치우가 퇴장당하면서 결국 2-5로 대패하고 말았다. 특히, 이 경기 직후에는 귀네슈 감독이 심판 판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아 징계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한동안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또,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안태은의 골이 인정되지 않는 오심 때문에 감정 조절을 못 하고 두 골을 허용해 2-3으로 진 것도 서울의 고질적인 단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시즌에 뛴 이을용, 김병지 등 베테랑 선수 1-2명만 더 있었으면 '트레블 달성'의 꿈은 오히려 서울 쪽이 더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파리아스-귀네슈의 아직 끝나지 않은 대결
그러나 귀네슈의 꿈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정규 리그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귀네슈 감독 자신도 움 살랄과의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리그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올 시즌, 한국에서 우승컵 한 번이라도 들어올리려는 귀네슈 감독의 다짐은 서울팀 자체를 강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 두 번의 승리에 이어 정규 리그에서도 귀네슈 감독의 꿈을 밀어내고 '트레블 달성'을 노리고 있다. 더욱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감독을 노리는 파리아스로서는 이번에 주어진 기회를 살리겠다는 각오가 남다른 듯하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두 외국인 감독의 세 번째 대결, 과연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사진=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사진 왼쪽)과 서울의 귀네슈 감독(C) 김금석, 장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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