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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타이슨보다 신인왕전, 그리고 U-20 대표팀

기사입력 2009.09.30 04:42 / 기사수정 2009.09.30 04:42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이하 대표팀)은 16강 진출을 목표하고 있으며 내심 1983년 멕시코 대회의 4강신화에 재현마저 꿈꾸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부임 이후 대표팀은 무패가도를 달리며 목표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이전에 비해 돋보이는 특급스타는 없었지만 잘 짜진 조직력은 그 완성도가 높았기에 그 기대가 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첫 경기 카메룬전에서 실망스러운 패배를 당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다. 경기력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지만 골대 불운과 골키퍼 실수로 골을 내주는 등 전체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바로 이런 행운(혹은 불운)은 유독 청소년 대회에서 많이 나온다.

어린 선수들은 경기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이성적인 경기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플레이로 바로 드러나며 경기를 잘 풀어나가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카메룬전에서 대표팀은 한껏 분위기를 타면서 밀어붙이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어이없이 골을 허용하기도 하면서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2차전 독일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수비를 제외하고 골키퍼를 비롯해 많은 선수의 변화를 주었다. 중원의 세 명의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에서 정삼각형을 바꾸는 전술적 변화도 주었다.

대표팀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으나 골 결정력 부족으로 결정적인 기회에서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고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실점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후반전 김민우의 영리한 플레이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아쉽게 역전에는 실패했다.

유럽 최강 독일을 상대로 무승부까지 만들어냈지만 카메룬전과 마찬가지로 대표팀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대체로 실수가 많았고 짜임새 있는 조직력도 사라졌다. 두 경기에서 대표팀은 기대와 달리 다소 실망스러운 내용과 결과였다.

대표팀은 카메룬과 독일전에서 몇몇 불운으로 원하던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결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안 풀리는 경기에 흥분할 법도 했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았고 젊은 패기에서 나오는 투지와 정신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독일전 동점골의 주인공 김민우는 영리한 움직임과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으로 골에 성공했다. 아마도 미르야와 베라는 머리를 감싸 쥐었을 것이다.

김민우는 골 이외에도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교체될 정도로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이전부터 김민우를 주목하고 있었지만 170cm의 작은 체구인데 그런 체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정말 놀랍다. 마치 왼발을 잘 쓰는 공격적인 이영표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선수들도 몸을 날리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개인적으로 수백억의 대전료를 받는 마이크 타이슨의 헤비급 타이틀전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신인들의 패기를 느낄 수 있는 신인왕전을 더욱 좋아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급 기술과 강력한 펀치도 보는 이들을 흥분시키지만 기술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승리에 대한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더욱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에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아니다. 심지어 이들은 상대에게 펀치를 허용하더라도 자신의 공격을 하는 무대포 정신으로 무장해있다. 바로 그런 점이 타이틀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인왕전만의 매력이다.

청소년 축구를 보는 재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FIFA U-20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 마치 신인왕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완성된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투박하고 실수도 많지만 성인 레벨에서 느낄 수 없는 싱싱한 패기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어린 대표선수들은 아직 완성된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고 많이 미흡하다. 날씨와 자신의 체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열심히 뛸 정도로 무식(?)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아름답다. 이번 대회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미국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16강을 넘어 4강 신화까지 이뤄낸다면 말할 것도 없이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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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전을 앞두고 있는 U-20 대표팀' 엑스포츠뉴스 김현덕 기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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