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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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전술 놀이터] ② 김한윤이 서울에 미치는 영향

기사입력 2009.09.29 14:51 / 기사수정 2009.09.29 14:51

전성호 기자

* 엑스포츠뉴스에서 독자 여러분께 야심에 차게 내놓는 새 코너  [K-리그! 전술 놀이터]를 소개합니다. 축구담당기자 전성호 기자를 통해 연재가 되는 [K-리그! 전술 놀이터]는 우리의 리그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세뇰 귀네슈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K-리그가 25라운드까지 치른 끝난 현재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도 진출해있다. K-리그에서 가장 4-4-2를 잘 구사하는 팀으로 알려진 서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선수로는 단연 기성용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이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선수를 꼽으라면 필자는 김한윤을 꼽고 싶다.



사실 김한윤에 대한 K-리그 팬들의 인상은 부정적인 것에 가깝다. 김한윤은 수비시 과격한 파울을 일삼아 압도적인 K-리그 역대 최다 경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카드 캡처'란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가지고 있고, 이따금 지나친 흥분과 몸싸움을 벌여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다지 눈에 띌 만큼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김한윤이 갖는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다. 지금의 서울은 김한윤이 있고 없고에 따라 전체적인 팀 전력에 큰 영향을 받는다. 물론 평균연령이 K-리그에서 가장 어린 '젊은 팀' 서울에 김한윤이란 경험 많은 베테랑의 존재가 주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그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술적인 측면만을 고려하더라도 김한윤은 재조명될 이유가 충분하다. 

플랫 4-4-2와 다이아몬드 4-4-2의 차이점

서울에서 김한윤의 전술적 역할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서울의 전술을 살펴보도록 하자. 서울은 경우에 따라 3-5-2의 전술을 운용하기도 하지만 가장 주된 포메이션은 역시 4-4-2다. 서울의 4-4-2는 다시 중앙 미드필더 두 명으로 구성되는 플랫 4-4-2와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다이아몬드 4-4-2(혹은 4-1-3-2)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 중 잘못된 축구 상식 중 하나가 4-4-2의 중앙 미드필더가 공격적인 미드필더 한 명과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구성된다는 믿음이다. 물론 중앙 미드필드를 한 명은 공격적인 선수로, 한 명은 수비적인 선수로 구성하는 것은 전술 균형적 측면에서 이롭지만, 반드시 플랫 4-4-2에서 한 명의 미드필더가 포백 라인을 전문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플랫 4-4-2가 철저하게 지역을 기반으로 적절하게 공수를 분담하는 지역분담체제로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팀을 예로 들어보면, 박지성과 조원희가 짝을 이룬 중앙 미드필더에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은 박지성이지만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해 볼을 뺏는 역할은 조원희가 맡을 것이다. 반면 기성용과 김정우가 중원에 함께 포진한다면? 둘 다 모두 공격적인 능력뿐 아니라 수비적인 능력도 겸비하고 있기에 김정우가 공격하면 기성용이 수비하고, 기성용이 공격하면 김정우가 수비하는 상황을 그릴 수 있다. 

이처럼 철저한 지역분담체계로 진행되는 4-4-2와 달리 다이아몬드 4-4-2는 역할 분담체제이다.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로 배치하는 것은 플레이메이커 위치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포백 라인 바로 앞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각각 상대의 라인 사이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따라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상대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신을 중심으로 연속적인 트라이앵글을 형성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원활하게 상대 진영 쪽으로 공격 전개를 펼쳐나갈 수 있다. 


반면에 수비형 미드필더는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고 포백 수비를 지원해주는 동시에 상대 플레이메이커 혹은 공격수를 집중마크하거나 상대 패스를 미리 차단하며 수비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준다.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 역시 상대 미드필드와 공격 라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해 전방으로 찔러주는 날카로운 롱패스로 상대를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다이아몬드 4-4-2 전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플랫 4-4-2의 중앙 미드필더와 달리 많은 활동량보다 정확한 판단력과 위치선정이 요구되기에 노장인 김한윤이 제 몫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자리다. 


김한윤의 존재감: 서울 전력의 극대화

다시 김한윤의 얘기로 넘어가 보자. 김한윤의 존재감은 두 가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하나는 서울이 기성용이란 출중한 중앙 미드필더에 의해 팀 전술이 운용된다는 점이다. 기성용은 장신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공격 가담능력이 출중하며 전방과 대각선으로 연결하는 뛰어난 패싱게임 능력과 함께 중거리 슈팅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따라서 기성용이 다이아몬드 4-4-2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될 경우 서울은 투톱과 좌우날개를 동반한 높은 수준의 공격력를 펼칠 수 있다.

물론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될 경우에도 기성용의 공격력은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기성용의 짝이 대표팀의 김정우나 서울의 한태유와 같이 공수에 모두 능한 미드필더가 아니라면 기성용이 중원에서 가질 수 있는 힘이 극대화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태유는 지금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기성용의 다재다능한 능력과도 연결이 된다. 사실 김한윤이 없어도 서울은 기성용이 충분히 중원의 수비를 굳건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2007년 K-리그 데뷔 당시에도 기성용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여기서 딜레마가 생기는데, 기성용이 수비에 중점을 두게 되면 서울의 공격 전개가 평소처럼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성용을 대신해 고명진이나 고요한이 중앙 미드필드로서 공격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이들이 중원에서 가지는 파괴력이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란 점이 문제다. 한태유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아디나 김진규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길 순 있겠으나 이는 서울이 원래의 폼을 잃어버리고 왼쪽 혹은 중앙 수비까지 덩달아 약해지는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김한윤이 없을 경우엔 어쩔 수 없이 기성용이 수비에 중점을 둔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서울의 공격은 평상시보다 훨씬 무뎌지고 만다. 특히 중앙 높은 지점에서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수준 높은 공격전개 능력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서울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실전 예시: ACL 8강 1차전과 K-리그 25라운드

한태유와 김한윤이 부상으로 동시에 결장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난 대표적인 경기는 바로 얼마 전 있었던 움살랄과 서울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김한윤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함에 따라 기성용은 예상대로 고요한과 함께 플랫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둘 중 아무래도 수비 능력이 더 좋은 기성용이 수비적 위치에 머무르면서 그의 공격 가담 횟수도 줄어들었다. 이는 중앙 쪽 공격의 약화를 가져온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로서 중앙 지역과 측면 오버래핑을 커버해야 하는 기성용이 포백 라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해 수비에도 부담을 주는 상황을 연출해냈다. 

특히 후반전 서울이 상대에 만회골을 내준 뒤 흔들리는 상황에서 움살랄의 마그노, 다비 등 공격수를 집중마크하고 필요할 땐 센터백의 역할까지 하는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은 수비의 문제가 더 도드라지게 해 여러모로 더욱 김한윤의 존재가 아쉬운 경기였다.

그러나 김한윤이 출장한다면? 움살랄과 ACL 8강 1차전을 치르고 4일 뒤에 벌어진 대전과의 K-리그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 김한윤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에 서서 수비 라인 바로 위에서 1차 저지선을 형성함과 동시에 기성용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반면 기성용은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책임진다. 즉, 서울의 전형은 다시 다이아몬드 4-4-2(혹은 4-1-3-2)의 형태에 가깝게 변화가 일어났다.

수비 부담을 벗은 기성용이 정확한 킥력을 바탕으로 중앙에서 전진 패스는 물론 대각선으로 측면에 뿌려주는 패스를 공급해주자 이는 서울의 출중한 투톱과 측면 자원과 맞물려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다. 때론 기성용 스스로 2 대 1패스를 이용해 수비 뒷공간을 침투해 들어가거나 상대가 내준 공간에서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다. 

그 뒤에서 김한윤은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포백 라인을 효과적으로 보호했고 이를 토대로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 사이의 지역을 봉쇄하며 권집, 바벨, 고창현 등 대전의 미드필더를 무력화시켰다.

측면 미드필더인 고명진과 고요한과 양측면 풀백 안태은과 아디가 공격 가담 후 미처 돌아오지 못했을 땐 이를 빠르게 커버했다. 동시에 상대 세컨드 스트라이커나 플레이메이커를 무력화시키고, 때로는 제2의 센터백으로 최종 수비에 가담해 팀 수비 전술의 핵심이 되어주기도 한다. 

대전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경기 중 3-4-3, 4-3-3 등으로 계속해서 전술을 변경했다. 그러나 대전이 정조국, 데얀, 기성용 등을 앞세운 서울의 빠른 공격 전개를 막기 위해 수비 라인이 아래로 내려가자 오히려 김한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김한윤이 정확한 롱패스로 단번에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정조국의 첫 번째 득점 바로 직전에 데얀으로 연결된 패스나 이상협의 쐐기골을 이끌어낸 어시스트의 장본인이 김한윤이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된다. 

이처럼 김한윤의 존재로 인해 서울은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켜 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개인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모인 서울이 시즌 초반 잠시 고전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김한윤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다.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서울에서 김한윤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선수가 팀의 핵심적인 존재란 사실은 축구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관련 기사] ▶ [K-리그! 전술 놀이터] '6연승 실패' 경남, 3-4-3이 패배한 이유

[사진=(C) 엑스포츠뉴스 김현덕 기자]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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