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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신인기씨의 열정으로 돌아본 축구 사랑

기사입력 2009.09.23 03:51 / 기사수정 2009.09.23 03:51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축구는 가장 신사적인 스포츠이자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이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던 것을 떠올려 본다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비열함이 존재하고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이기도 하다.

조금 더 솔직해지면 우리는 축구를 통해 아름다운 장면보다 남성스럽고 폭력적인 면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멋진 골과 화려한 개인기보다 상대 발목을 노리는 살인 태클이나 거친 몸싸움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도 바로 축구의 매력이다. 그래서 흔히 '축구는 전쟁이다'라고 표현한다. 어떤 이는 "축구를 전쟁과 비교할 수 없다. 축구는 전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라며 축구의 중요성을 전쟁과도 비교하기를 거부했다. 물론, 그만큼 축구를 사랑한다는 농담이겠지만 그냥 농담으로 흘리기에는 뼈가 있다.

얼마 전, 잉글랜드에서 전쟁과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잉글랜드 내에서도 라이벌 의식이 남다른 밀월과 웨스트햄이 칼링컵에서 맞붙게 되었고 결국 폭동으로 벌어지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관중은 단체로 경기장 내에 난입했으며 경기장 밖에서는 2명이 칼에 찔렸고 수많은 인원이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엇나간 축구 사랑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축구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끊이지 않는 이런 폭력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축구가 더욱 즐겁고 때론 아름답기도 하다. 축구는 때론 잔뜩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잘 살펴보면 아름다운 얼굴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얼마 전,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강원의 경기에서 우리는 축구와 축구를 사랑한 한 사람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사실 이 칼럼을 쓰는 이유는 자칫 지나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쓰는 측면이 크다.

9월 6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강원의 경기에서 수원은 강원을 맞아 경기 종료 직전까지 2-3으로 뒤져있어 패색이 짙었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때 수원의 공격수 에두가 극적인 동점 골에 성공하며 수원을 패배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동점 골의 주인공 에두는 카메라를 들고 의자에 앉아있는 한 사람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10년째 수원의 명예 사진기자를 해오고 있는 신인기(44)씨다. 10년 동안 수원을 찍어온 신인기씨는 지난 2006년 위암 선고를 받았고 최근에는 암세포가 전이되면서 더 치료할 수 없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의학은 희망의 끈을 놓았지만 신인기씨의 '정신'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신인기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빅버드를 찾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수원을 자신의 눈과 카메라 렌즈에 연방 담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퍼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신인기씨의 회복을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아….아직 기자는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반성한다. 이 글을 마치는 대로 신인기씨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약속하겠다.)

신인기씨를 보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축구는 무엇인가? 진정한 팬은 무엇일까?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축구를 찍는, 수원을 찍는 신인기씨의 정신과 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속시원히 대답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열정이다. 바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다. 이 열정이 계속 되는 한 신인기씨는 수원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고 에두의 골세리머니는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들이 신인기씨의 눈과 렌즈에 담길 것이다.

올 시즌 K-리그는 위기를 맞았고 악재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명색의 프로축구인데 스폰서는 없고 후반전만 중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관중석은 텅텅 비었고 연맹과 협회는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 반복되는 부정적인 현실에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던가.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정말 소중한 팬들이 여전히 곁에 있다는 것이다. 신인기씨의 축구 사랑과 그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그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사진=강원과의 경기에서 골을 터트리고 신인기씨에게 세리머니를 선수하는 에두(C) 수원 블루윙즈 제공]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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