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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아데바요르, 세리머니는 블로그에서 즐기지 그랬어

기사입력 2009.09.17 01:35 / 기사수정 2009.09.17 01:35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이 공식석상에서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이나 행동으로 파문을 몰고 온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 본인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최근 K-리그에서 세뇰 귀네슈 감독의 발언이 한국 축구계에 큰 파문을 몰고 왔고 영국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 며칠이 지난 아직도 엠마뉘엘 아데바요르의 골 세리머니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축구 칼럼을 통해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한국에서는 2PM의 리더 박재범의 '한국 비하' 발언으로 가요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귀네슈 감독의 발언(사건이 일단락되었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이나 아데바요르의 골 세리머니는 축구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임에는 분명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곤란하다. 유명인은 수많은 사람이 자신을 지켜본다는 것을 인지하고 매순간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유명인도 사람이기에 사적인 공간에서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자유라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자신이 느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개인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수도 있는 일이며 자신만의 공간인 미니 홈피 혹은 다이어리라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걸 그룹이 주도하는 가요계에서 돋보이는 남성 아이돌 그룹으로 가요계 정상에 올랐던 2PM이 팀의 리더 박재범의 '한국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고 재범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팀에서 탈퇴하는 일이 생겼다. 일명 '짐승돌'로 불리며 누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2PM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을 보고 안타까운 감정을 많이 느꼈다. 솔직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범 군이 한국을 비하한 언행에 대해서는 옹호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갓 20대에 접어든 어린 청년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유명인이라도 어린 시절에 생각했던 개인의 의사표현까지 들춰내며 나락으로 떨어뜨려야 했었나.

만약에 박재범 군이 지금처럼 유명인이 된 이후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을 비하했다면 문제가 있고 충분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자신이 느낀 감정을 개인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자유가 아닌가? 지금은 70-80년대에 대통령을 욕하면 줄줄이 연행되던 시절이 아니다. 우리는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우리도 미니 홈피를 통해서 자신의 속마음을(특히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속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욕한 적도 있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지만 기자도 학창시절에 괴롭히는 선생님을 친구들과 함께 욕한 적이 있고 여자친구와 싸우면 미니 홈피에 기분 나쁜 말을 쓰곤 한다.

기자는 대다수의 남성과 마찬가지로 박재범의 팬도 아니고 2PM의 팬은 더더욱 아니지만 이번 일은 무언가 개운치가 않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의 골 세리머니 사건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지난 주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 시티)와 아스날의 경기에서 맨 시티는 '빅4' 아스날을 4-2로 격침하며 강력한 전력을 과시했다. 맨 시티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친정팀을 상대한 아데바요르는 승부의 쐐기를 박는 세 번째 골과 결정적인 수비로 실점을 막아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아데바요르는 골에 성공하고 나서 반대편 골문 뒤편에 자리 잡은 친정 팬들을 향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뛰어갔고 그 앞에서 팬들을 조롱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골에 열광했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뿌듯해하던 팬들에게 말이다.

아데바요르가 아스날의 팬들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던 것일까? 물론, 한편으로는 아데바요르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아스날 팬들은 아데바요르가 공을 잡으면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고 이 아유는 경기 내내 이어졌다.

그렇지만, 아데바요르의 행동은 경솔했다. 뒤늦게 깨달았는지 아데바요르는 인터뷰를 통해 계획한 세리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야유에 의한 우발적인 행동임을 고백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정당화가 되지 않는다. 골을 넣은 순간 모든 카메라는 일제히 아데바요를 향했고 전 세계의 수억 명의 시청자들이 자신의 세리머니를 본다는 것을 자각했다면 그는 분명히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아데바요르는 볼 경합과정에서 전 동료였던 반 페르시의 얼굴을 향해 킥을 날렸다. 정작 아데바요르 본인은 고의가 아니라고 밝혔고 경기가 끝난 뒤 반 페르시에게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리플레이를 통해 자세히 본 결과 악의가 내포된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였다.

세계적인 공격수로 이름을 날리는 아데바요르의 실력은 의심할 바 없이 최고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매우 실망스럽다. 아데바요르가 팬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참았으면 어땠을까. 굳이 하고 싶었다면 조금 참고 자신의 미니홈피나 다이어리 혹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골 세리머니를 했다면 어땠을까. 분명히 수많은 악플이 달렸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기자는 아데바요르를 옹호했을 것이다.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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