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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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기성용 셀틱 이적,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기사입력 2009.08.25 20:11 / 기사수정 2009.08.25 20:11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FC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기성용의 행보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셀틱은 FC서울에 200만 파운드(약 40억)가량의 이적료를 제시하며 이적 시장이 닫히는 오는 31일까지 기성용의 영입을 확정하길 원하고 있다.

이에 기성용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영국으로 직접 날아가 이적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스코티쉬 프리미어리그는 마이너리그에 속하지만 셀틱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클럽이다. 레인저스와 함께 스코틀랜드를 양분하고 있는 셀틱은 매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강팀이며 1967년에는 최초의 트레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유럽무대를 꿈꾸는 기성용에게 셀틱은 상당히 매력적인 구단이다.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경험할 수 있을뿐더러 아랫동네에 위치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빅리그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셀틱에서 활약한 나카무라 순스케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페인의 에스파뇰에 진출했다. 또한, 호주에서 생활을 바탕으로 영어를 비롯한 외국 문화를 이미 접해본 기성용으로서 망설일 이유가 없다.

게다가 셀틱으로 진출했을 경우 기성용의 입지는 여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밝다. 우선 지휘봉을 잡고 있는 토니 모브레이 감독은 웨스트 브롬위치 시절 김두현을 신임했을 정도로 동양선수에 대한 편견이 없다. 카메룬 국가대표인 랑드리 은구에모를 낭시에서 영입했지만 팀의 핵심 선수인 아이덴 맥기디와 스캇 브라운이 토트넘과 연결되어 팀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성용으로서는 주전경쟁이 한층 수월할 수가 있다.

그러나 기성용의 소속팀인 FC서울의 입장은 '이적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와 컵대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트레블'을 노리는 서울은 볼튼으로 이적한 이청용에 이어 기성용마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서울은 지금 당장은 '이적불가'를 선언했지만 4개월 뒤라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선수의 발전을 위해 유럽으로 떠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서울에 남아 있는 것이 옳을까? 한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기성용이 유럽에 진출하는 것은 기자이기 전에 팬으로서 매우 반가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그 시기가 지금이라면 반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성용이 유럽진출을 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외국인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도 아니고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도 아니다. 바로 축구선수로서의 발전을 위해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며 성장해 나간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효과를 불러온다. 허정무 감독도 "해외로 나가는 선수가 있어야 분명히 향후 기량이 좋은 선수가 나온다"라고 말하며 기성용의 이적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허정무 감독의 말에 동의하지만 시점이 현재라면 그다지 동의할 수 없다. 셀틱이 좋은 팀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이라면 기성용이 소속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출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트레블을 이루고 아시아를 평정한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된 뒤에 화려하게 유럽에 진출하라'라는 로맨틱한 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먼저, 가장 큰 매력인 챔피언스리그 본선진출이 사실상 희박해졌다. 셀틱은 지난 19일에 있었던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 1차전에서 0-2로 패하며 27일 펼쳐질 런던원정에서 3-1 이상으로 승리해야만 하는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축구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스날을, 그것도 원정경기라면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로파 리그도 챔피언스리그 못지않은 큰 대회지만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사라진다면 레인저스를 제외하고 경쟁력 있는 팀이 거의 없는 스코틀랜드로 갈 이유가 사라진다. 오히려 K-리그 팀과의 경쟁이 더 치열하며 AFC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할 경우 12월에 열리는 FIFA 클럽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들과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운만 따라준다면 기성용은 세계 최고의 중원을 자랑하는 바르셀로나의 사비, 이니에스타와 중원 대결을 펼칠 수도 있게 된다.

혹자들은 유럽진출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혹은 가까운 유럽 스카우트에게 눈에 띌 기회가 많다고 주장하지만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라는 또 다른 기회를 생각한다면 굳이 무리해서 이적을 할 이유도 사라진다.

남아공 월드컵을 생각해서도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이 좋다. 앞서 남아공 월드컵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성용이 지금 당장 셀틱으로 이적한다면 과연 월드컵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성용은 유럽의 리그가 쉬는 3달 동안 K-리그와 대표팀의 일정을 소화했고 당장 이적한다면 월드컵 전까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가 없게 된다. 체력적인 문제로 만에 하나 컨디션 저하나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선수 본인으로서나 대표팀으로서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FC서울의 동의 여부도 걸림돌이다. 서울은 이청용의 이적 때와는 다른 상황에 기성용의 이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청용이 이적할 당시에는 김승용이라는 믿을만한 선수가 존재했으나 7월 트레이드 기간이 마감된 상황에서 기성용이 이적할 경우 서울은 그 공백을 메우기가 어렵다. 김동진(제니트),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볼튼) 등 팀의 핵심 선수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유럽진출을 허용했던 서울일지라도 대체선수도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기성용을 놓아줄 수는 없다.

문제는 2010년 12월까지 서울과 계약된 기성용은 서울의 동의가 없다면 이적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적인 타협이 없다면 사실상 이적은 어려워진다. 그렇게 된다면 부푼 꿈을 안았던 기성용으로서는 실망감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되고 슬럼프에 빠지게 될 우려도 생긴다.

당장 이적이 어렵다면 소속팀과 얼굴을 붉히며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시즌이 끝난 뒤, 혹은 내년 월드컵이 끝난 뒤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면 이적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그동안의 전례를 보았을 때 서울이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기성용과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심정을 정확히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기성용이 조금 천천히 기회를 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기성용은 아직 20살에 불과한 어린 청년이다. 그가 가진 재능이라면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으며 시즌이 끝나거나 월드컵이 끝난 뒤 천천히 자신의 입맛에 맞는 팀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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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은 기성용 '보낼 의무' 없다

[사진='이적의 기로에 놓여있는 기성용' (c) 엑스포츠뉴스 DB]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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