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후 부임했던 두 명의 외국인 감독들은 여론의 비난 속에 훈련시간 부족을 아쉬워하며 협회 기술위에 의해 한국을 떠나야 했다. 수많은 축구계 인사들이 비난과 경질을 외쳤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팬들에게 한국인 감독은 연줄과 능력에서 강한 불신을 받고 있다. 여론의 물망에 올라있는 국내파 감독들 역시 계약 등을 이유로 고사하고 있는 상황에 어떤 신임감독이 한국에 필요할까?
'독이든 성배' 한국 대표팀 감독은 무엇이 필요한가?
2006 독일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신임 감독에게 요구되는 것은 한국과 같은 제 3세계의 축구특성을 잘 알고 월드컵 본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으며 선수 파악이 빠르며 단기전에 강한 임기응변이 능한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 감독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선수를 파악, 팀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데는 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전제로도 2년이란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빨라도 9월 말에 부임할 신임감독에게 유망주와 기존의 선수를 융화시켜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것을 요구하기에는 무리다.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히딩크 역시 2년이 지나고 월드컵 직전 친선전에서야 성공을 예감했었다.
가능성 있는 제 3세계를 경험한 능력 있는 대부분의 감독들은 이미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거나 일신상의 이유로 쉬고 있는 상황이며, 팬들의 바람처럼 유럽의 명감독들은 수락 여부부터 제 3세계의 축구특성과 한국 대표팀의 상황을 파악해 10개월 내에 성과를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기는 환경의 차이가 크다.
'발전을 위한 선택을 해야'
지난 해, 독일과 네델란드는 위르겐 클린스만(40, 독일)과 마르코 반 바스텐(40, 네델란드)을 감독에 임명하며 4년 계약으로 임기를 보장, 2006 독일 월드컵일정에 맞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년 만에 감독에게 기대치만큼의 성적을 낼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자국 대표팀의 발전을 위한 선택으로서의 감독을 임명한 것과 협회가 경험이 부족한 젊은 감독들에게 노련한 코치진의 보좌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9월 중순까지 감독을 선정하겠다는 협회 기술위가 10개월짜리 한시적인 감독을 물색하며 단기적 성과에 집중할지, 두 번의 감독 경질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6 독일 월드컵 16강이 아닌 2010 월드컵의 성공을 준비하는 안목을 발휘할지 귀추가주목된다.
이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