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정상훈이 영화 '배반의 장미'(감독 박진영)를 통해 필모그래피에 소중한 한 줄을 더했다.
18일 개봉한 '배반의 장미'는 슬픈 인생사를 뒤로하고 떠날 결심을 했지만 아직 하고픈 것도, 미련도 많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아주 특별한 하루를 그린 코미디. 정상훈은 한때 잘나갔지만 이제 한물 간 시나리오 작가인 아이디 '인생은 미완성', 육심선 역을 연기했다.
삶에 지쳐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나기 위해 비밀 클럽을 만든 아이디 '최후의 불꽃' 병남 역의 김인권, 대학 입시만 4년째 준비 중인 '행복은 성적순' 두석 역의 김성철, 미스터리한 매력의 마지막 멤버 '배반의 장미' 미지 역의 손담비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연극 '사랑은 죽음보다 어렵다'를 원작으로 한 '배반의 장미'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정상훈은 "'과연 이 부분을 깊게 가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어떻게 보면, 한없이 어두워지려면 어두워질 수 있는 작품이었거든요. 조금 더 가볍게 접근하는 게 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구구절절함이 없는 대본이 오히려 재미있게 다가왔어요"라고 떠올렸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정상훈은 다소 높은 목소리 톤을 사용했다.
"캐릭터를 잡을 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코미디 작품이니까 웃음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봤어요. 그래서 목소리 톤도 바꿔보았고, 직업이 작가이다 보니 조금은 특이한 어휘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죠. 이 작품의 귀결점은 코미디라는 것이고, 우회적이고 은유적으로 어떻게 코미디를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실제 네 명의 주인공 중에서 정상훈은 가장 맏형이기도 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남다른 책임감도 자연스럽게 발휘됐다.
정상훈은 "제가 'SNL 코리아'에 출연했었잖아요. 그 때는 매주 토요일마다 배우와 스태프, 작가들까지 30명이 넘게 모여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곤 했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만든 이 내용이 300명에게 웃음을 줄까 그렇지 못할까를 4~5년 동안 이어갔었어요. 그러다 보니 '보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웃을까', 또 캐릭터와 신에서 어떻게 힘을 발휘시켜야 하나에 대한 노하우가 조금은 더 생긴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SNL 코리아'에서의 유쾌했던 코믹 연기 덕에 한 때는 그를 코미디언으로 잘못 보는 시선도 존재했었다. 하지만 그는 1998년 데뷔해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에서 21년간의 내공을 단단히 쌓아온 배우다.
지난 해 여름에는 '품위 있는 그녀'에서의 맛깔 나는 연기로 연기자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고,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방송된 MBC '데릴남편 오작두'와 9월부터 방송 중인 tvN 드라마 '빅 포레스트'를 비롯해 영화 '흥부', '게이트' 등 누구보다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정상훈은 "요즘 콘텐츠 회전율이 어느 때보다 빠르잖아요.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이, 혹시나 대중이 제게 갖는 궁금증을 줄어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죠. 하지만 저는 배우니까, 연기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라면서 누구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배우로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더하고 있었다.
"제가 코미디라는 장르를 사랑하고, 또 코미디에도 여러 갈래의 작품이 있는 것처럼 늘 새로운 캐릭터로 접근하려고 하거든요. 열심히 씨를 뿌리다 보면, 언젠가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은 바람도 맞고 비도 맞고, 가뭄도 겪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뒤로 물러서지는 않으려고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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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