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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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경, 흘린 땀의 결실이 그라운드에 나타나길…

기사입력 2009.07.23 11:48 / 기사수정 2009.07.23 11:48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 목동, 김현희 기자] 2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는 히어로즈가 10-3으로 대승하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김동수(41), 강귀태(30), 허준(28)을 대신하여 포수마스크를 쓰고 선발 출장한 ‘신예’ 유선정(23)은 결승 투런포를 작렬시키는 등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 유선정 뿐만이 아니라, 히어로즈 선수 누구라도 ‘승리의 기쁨’에 빠져있을 법했다.

그러나 경기 직후에도 끝까지 그라운드에서 방망이를 쥐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2루수 김일경(31)이었다. 선수들도, 응원단도, 팬들도 모두 야구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라운드에는 김일경 혼자 스윙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에 히어로즈 홍보팀 김기영 과장은 “어제(21일)부터 스윙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라고 귀띔했다.

사실 무리도 아니었다. 6월 한 달간 0.333의 고타율을 자랑했던 김일경은 한때 시즌 타율 0.306(7월 8일 기준)을 마크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7월 이후 타격감 유지에 애를 먹던 황재균을 대신하여 2번 타자로 활약했다.

그런데 7월 10일 롯데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이후 7경기에서 ‘안타 맛’을 보지 못했다. 지난 11일 경기에서 사사구 하나만을 얻어내면서 1루 베이스를 딱 한 번 밟아 보았을 뿐이었다. 물론 0.271의 시즌 타율도 결코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김일경 본인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을 것이다.

목동구장 조명탑이 꺼진 다음에도…

그런 그에게 잠시 조심스럽게 다가서 보았다. 홍보팀 김 과장이 전달한 대로 21일부터 연습을 시작했다는 김일경은 “조명탑이 꺼진 이후에는 타석에 들어서서 연습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치고자 고심하는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김일경은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대단치 않다는 듯 “(이런 걸로) 기사 내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한때 7연패에 빠졌던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각까지 특타를 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는데, 승리의 기쁨을 잊고 자신과의 싸움을 한 이 미담(美談)사례를 지나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 ‘진짜 프로’다운 것이 아닐는지.



▲ 스윙 연습 중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김일경. 어두워진 목동구장 그라운드도 그의 열정을 가로막을 수 없었다.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만수 SK 수석코치는 선수 시절 때 ‘트리플 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1위)’을 달성하고도 밤 연습까지 모자라 새벽 연습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서른아홉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뛸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이 현역 시절 이만수에 대해 ‘진짜 프로’라고 치켜세웠던 것이다.

자신이 흘린 땀의 대가는 언젠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일본 무대에 진출한 이승엽 역시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히어로즈의 숨은 영웅 김일경. 그의 이러한 ‘숨은 노력’이 언젠가 다시 그라운드에서 빛을 발할 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

[사진=야간 연습중인 김일경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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