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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한여름의 '용광로' 포항과 '겨울바다' 인천의 엇갈린 운명

기사입력 2009.07.15 13:54 / 기사수정 2009.07.15 13:54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6월 휴식기 이후 첫 경기에서 맞붙었던 포항 스틸러스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을 위해 K-리그가 휴식기를 가지기 직전까지 인천은 K-리그 최소 실점의 '짠물 수비'를 앞세워 선두권 경쟁에 나서고 있었다. 반면 포항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과는 달리 9경기 연속 무승(7무 2패)을 거두며 리그순위가 한 때 14위까지 쳐지는 부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방학'을 마치고 열린 K-리그 12라운드 두 팀의 맞대결에서 포항이 인천과의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포항은 이후 리그와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7연승을 비롯해 9경기에서 8승 1무(26득점 5실점)을 거두며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가 선정한 '이달의 세계 최고클럽'에는 K-리그 사상 최초로 선정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반면, 인천은 후반기 들어 예의 견고한 수비력을 잃은 채 매 경기 실점을 허용하는 부진을 보였다. 최근 FC 서울에는 1-5의 대패를 당하는 등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고, 이제는 중위권 추락의 위기에까지 몰렸다.

'끓어오르는 용광로', 포항  


포항의 최근 모습은 흡사 K-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2007년의 기세를 보는 것 같다. 성급한 언론과 팬들은 벌써 포항의 '쿼드러블(K-리그, FA컵, 리그컵, AFC 챔피언스리그 4관왕)' 가능성까지 언급할 정도다.

포항은 올 시즌을 앞두고 그동안 전술적 핵심 선수였던 박원재와 조성환이 J리그로 떠나면서 커다란 변화를 줬다. 수비에는 포백 카드를 꺼내들었고, 신예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열어줬다. 지난 몇 년간 베스트 멤버에도 큰 변화가 없었고, 줄곧 스리백을 고수했던 포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성적은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의 결단이 드디어 빛을 발한 셈이다.

포항의 상승세에는 '젊은 피'가 확실히 한몫을 톡톡히 했다. 2군 리그 득점왕 출신의 유창현은 인천전 K-리그 데뷔골을 시작으로 리그와 컵대회에서 후반기에만 4골을 터뜨렸다. 신예 미드필더 조찬호 역시 K-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넣었다. 프로 2년차 신형민도 연일 맹활약하며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인천전에서 골을 기록했다.

젊은 선수들의 선전은 김기동으로 대표되는 노장들의 분전을 이끌어냈고, 이는 팀 전체에 커다란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대구FC에서 이적해 온 조홍규는 기존의 황재원-김형일과 경쟁하며 중앙수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규리그뿐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 등 4개 대회를 동시에 치러야 하는 포항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다.

파리아스 감독은 "우리 팀의 젊은 선수들은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아니다.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1군 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는 기회를 얻고 있다."라며 유망주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한, 최근 연승에 대해선 "조직력이 강화됐고 선수들이 전술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면서 완성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밝히며 최근 포항의 호성적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여름의 겨울바다' 인천

반면 신인왕 후보 0순위 공격수 유병수와 전재호-임중용-안재준-윤원일(제이드 노스)로 짜인 '철옹성' 같은 수비 라인을 앞세워 전반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던 인천은 포항전 패배를 기점으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인천은 당시 포항에 전반기 내내 허용했던 것보다도 많은 실점을 한 경기에서 허용했다. 주전수비수 윤원일과 제이드 노스가 각각 경고 누적과 호주 대표팀 차출 관계로 결장했지만, 포항이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앞두고 사실상 2군이나 다름없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가히 '충격'이었다.

전반기에 인천의 공격을 주도했던 유병수는 대표팀 선발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만,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동안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며 체중이 불고 감각은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태극마크와 좋지 않은 몸 상태를 맞바꾼 셈이다.

탄탄했던 수비는 매 경기 선취점을 허용하며 자신감을 잃은 채 위축되고 말았다. 결과는 7경기 연속 무승(4무3패), 원정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인천은 서울과의 리그 15라운드에서 무려 5골을 내주는 대패를 당하며 슬럼프의 정점을 찍고 있다. 전반기에 벌어놓은 승점이 많아 여전히 순위표 상에서는 4위에 올라있지만, 이런 부진이 이어질 경우 플레이오프 티켓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리야 페트코비치 인천 감독 역시 "계속해서 분석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알기 어렵다."라고 털어놓으며 최근의 부진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인천은 다음 라운드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는 되다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게 돼 팀 분위기를 추스를 기회를 잡았다.

과연 지금의 포항의 선전과 인천의 부진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며, 시즌 막판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이는 요동치는 K-리그 '중위권 전쟁'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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