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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값진 ‘2승’ 챙긴, 인천UTD U-18 세친구 이야기

기사입력 2009.07.03 16:27 / 기사수정 2009.07.03 16:27

유기봉 기자



▲ 인천 유나이티드 U-18 (대건고 3학년) 김세중, 신종부, 고보연(왼쪽부터)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 산하 U-18 대건고가 2009 SBS 고교 클럽 챌린지 리그에서 진성욱(2학년)의 2골에 힘입어 전주 영생고를 꺾고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3일 문학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대건고와 영생고의 팽팽한 경기는 후반 교체 투입된 대건고 진성욱이 후반 11분 첫골을 넣자 분위기는 대건고로 기울어졌다. 활발하고 빠르게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경기는 37분 쐐기골이 나오면서 대건고의 승리로 승부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대건고는 여전히 A조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창단 2년째를 맞이하는 팀으로서 서울의 동북고, 성남의 풍생고, 수원의 매탄고 등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팀들과 상위권 경쟁을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많은 현실이다.

반면 창단 새내기인 영생고, 대전 충남기계공고와 승점을 같이하면서 앞으로 이들과의 치열한 순위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프로의 목표를, 자신의 진로를 위해 성적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린 선수들에게 승패보다는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는 것이야 말로 유소년 축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천의 어린 선수들 또한 그라운드에서 축구를 즐길 줄 아는 시간을 보냈으면 하고, 그런 가운데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왼쪽 가슴에 단 인천을 품고 내일을 향해 땀흘리는 대건고 3학년 고보연, 김세중, 신종부. 어린 나이이지만 경쟁의 혼란 속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길을 열어가야만 하는 그들에게 축구는 그저 행복으로 다가왔다.

행복하기만 한 그들의 축구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1 11명이 어울려 만들어가는 축구를 즐기는, No 10 MF 고보연


여느 아이들처럼 저도 동네에서 축구를 하던 평범한 아이였어요. 그러면서 방과 후 활동으로 축구를 계속 접하면서 관심이 높아졌고, 이회택 축구교실에서 테스트를 받고서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죠.

축구교실에서 즐기는 분위기에 기본기 위주로 훈련하면서 패싱력과 볼 키핑력에 자신이 생겼어요. 그런데 기술 위주로 배우다 보니 체력이나 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아 이를 꾸준히 보완해야 해요. 지금은 꾸준히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라운드에서 그런 강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요.

축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때는 2007년이었던 것 같아요. 백마중 시절, 팀이 3년 동안 마땅한 성적을 못 내고 있었죠. 그해 마지막 대회인 추계연맹전 때도 팀 분위기는 안 좋았지만 많은 준비를 했었어요. 그런데 대회 전날 전 장염에 걸려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었죠. 우여곡절 끝에 16강에 올랐고, 그 경기에서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어요. 8강에서는 종료 5분 남기고 실점을 했는데 바로 제가 동점골을 넣었고,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이겼어요. 비록 4강에서 지역 라이벌 능곡중에 패하고 3위를 했지만 이때는 절대 잊을 수 없어요.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죠. 고1 때, 전학과 관련해서 문제가 있었는데 고양고로 진학하고 적응을 못 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 아버지께서 인천 유소년팀 창단 소식을 들으시고는 환경을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셨고, 그래서 4월쯤 테스트를 받았어요. 환경이 바뀌다 보니 처음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두 달 후엔 괜찮아졌어요. 여기로 전학 오기 전 기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파브레가스(아스널)를 좋아해요. 그의 플레이와 경기 스타일을 닮고 싶었던 거죠. 스피드와 힘보다는 기술적이고, 영리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은 저와 굉장히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엔 사비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현 MF 선수 중 패싱력, 볼 키핑 능력이 최고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를 본받아 잘 성장하고 싶어요. 물론 두 선수를 다 닮고 싶은 거죠.

요즘 인천에서는 유병수 선수가 좋아졌어요. 플레이나 포지션은 저와 다르지만 지금까지 그 선수가 이룬 길을 배우고 싶거든요. 연습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아는 체를 못했던 게 아쉬워요. 이제는 국가대표 선수라 더 어려울 거 같아요. (웃음)

10년 후를 꿈꿔보면 세계 최고의 선수만이 영광을 누린다는 ‘발롱도르’ 후보 50인에 들어가는 게 꿈이에요. 해외무대, 아스널이나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저를 그려보면서 그 50인에 드는 모습을 상상할 때면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죠.

끝으로 부모님께서 항상 걱정해주시고, 뒷바라지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성공하고 싶은 이유는 부모님이시거든요. 늘 저한테 기대를 많이 하시고 잘 해주시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프로로 가든, 대학으로 가든 부모님 뜻대로 성공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껏 부모님께서 못하셨던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동생에겐 정말 잘 해주고 싶어요. 부모님께서 늘 제게만 관심을 주셔서 동생에게 미안했거든요. 앞으로는 동생이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형으로서 많은 도움을 줄 거에요.

#2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하며, 알아도 끝이 없는 축구, No 20 DF 김세중

그냥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학생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열린 2002 월드컵을 보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부모님을 조르기 시작했죠, 축구 하게 해 달라고.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아버지께서는 제가 중간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셨고, 어머니께서는 인천 선수들의 숙소에서 식사를 책임지고 계셨기에(지금도 하고 계시고) 선수들의 힘든 점을 잘 아셔서 그런지 제가 축구를 하는 것을 반기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제가 열심히 할 자신 있고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계속해서 말씀드렸더니 결국에는 부모님 모두 제 편을 들어주시더라고요.

저는 제 강점으로 헤딩능력이 좋다는 것을 꼽고 싶어요. 수비수로서 무엇보다 공중볼 장악이 중요한데 그 점은 타고난 것 같아요. (웃음)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제가 시합하기 전에 긴장을 너무 많이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경기를 하면서 긴장을 풀려고 많이 애를 쓰고 있어요.

축구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중학교 3학년 때 금석배 축구대회에서 우승했을 때가 지금까지 기억돼요. 그때 상대는 여수 구봉중이었는데, 저희 팀이 2:1로 이겼거든요. 우승하면서 제가 수비상까지 받았으니,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죠.

그런데 좋지 않았던 때도 그때였던 것 같아요. 중3 되면서 처음 치른 춘계대회였죠. 그때도 결승에 올랐는데 승부차기까지 간 상황이었어요. 그 경기에서 그만 제가 PK를 실축하고 말았죠. 당시에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울기도 엄청나게 울었고요.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참 아쉬워요.

제 롤모델은 지금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푸욜이에요. 이 선수는 굉장히 다부지고 리더십이 있거든요. 팀 내 주장으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투지 있게 뛰어다니며 보여주는 그의 모습을 정말로 닮고 싶어요.

인천 선수 중에서는 임중용 선수와 안재준 선수를 좋아해요. 임중용 선수는 리더십이 있잖아요. 안재준 선수는 수비를 하면서 상대에게 지는 모습을 못 봤어요. 모두 제가 배우고 싶은 모습이에요.

저는 늘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저를 그려봐요. 더 큰 무대로 나아간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인천에 있다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거든요.

끝으로 제가 어디에서 운동을 하든, 시합을 하든 항상 와주셔서 독려하고 응원해주시는 아버지와 아들이 부상당할까 늘 걱정이신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쑥스러운 듯) 이런 말 잘 못하는데, 사랑합니다.

참, 하나뿐인 여동생에게도 고맙고, 반드시 자랑스러운 오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네요.

#3 축구를 할 때 내가 가장 빛이 나는 것 같아요, No 7 MF 신종부

부산 부곡초를 다니고 있었는데, 4학년 2학기 때 금정초 축구부 선생님에 의해 스카우트되면서 장산초로 전학을 가게 되었어요. 그때가 제 축구 인생 시작이죠.

저는 174㎝의 작은 키가 약점이라면 약점이지만 그 대신 빠른 순간 스피드와 슈팅, 그리고 킥에는 늘 자신이 있거든요. 하나의 약점으로 세 가지 장점을 얻었으니 오히려 전 강점이 많은 선수인 거 같아요.(웃음)

축구를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중학교 때의 기억은 아마 잊지 못할 거에요. 부산 동래중 시절 소년체전에서 제가 PK로 결승골을 넣고 우승했거든요. 그때 많이 울었어요, 정말 좋아서. 친구들과 다 같이 부둥켜안고 진짜 좋아했거든요. 그때는 제가 영웅대접 좀 받았죠.

하지만 중3 때 발목을 다쳐서 수술하고 1년간 재활했을 때, 어머니께서는 축구 하지 말라고 많이 말리셨고 아버지께서는 축구는 원래 다치면서 하는 거라며 다독여 주셨어요. 그 순간 어린 마음에 축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지금은 뮌헨의 프랭크 리베리 선수를 보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신체조건이나 축구 스타일이 저와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전재호 선수도 좋아해요. 매 경기 출전해서 힘차게 뛰는 모습을 좋아하거든요. 성실하고 자기관리를 잘한다고 들었는데 평소에 무엇을 잘 먹는지 궁금하기도 하더라고요.

운동을 하면서 가끔 ‘미래에 나는 어떤 선수가 되어있을까?’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아마 그때는 국가대표 옷을 입고 팀 내 노장선수 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군대에 있는 형에게 자기도 많이 힘들 텐데 항상 저 먼저 걱정해줘서 고맙고, 내년에 제대하니까 남은 기간 열심히 하고 몸 다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께는 잘할 때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실수해도 기죽지 않게 항상 응원해 주시는데, 경기 있을 때마다 멀리 부산에서 보러 와주셔서 늘 감사해요. 그동안 받았던 큰사랑, 꼭 성공해서 보답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4 세친구의 못다 한 말말말

- 보연 : 제 별명이 ‘고건방’인데, 운동장에서 내 스스로 뿌듯하다고 느낄 때마다 조금 격하게 자신감을 보이는데, 친구들이 그걸 보고 살짝 건방지다고 해서 이렇게 붙여졌어요.

- 세중 : 여가시간에는 주로 노래를 듣거나 일기를 써요. 또 특이한 취미가 있는데 제가 틈틈이 시를 쓰거든요. 쓰고 나서 친구들한테 보여주면 잘 썼다고 하더라고요.

- 종부 : 작년에 계속 경기를 지다가 첫승을 올렸을 때가 있는데, 제가 첫 골을 넣고 이긴 경기였거든요. 그때 사람들한테 눈길 좀 받았었죠.


[사진=고보연,김세중,신종부 (c) 김지혜 UTD기자]



유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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