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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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자의 조건, 대세는 무심타법?

기사입력 2009.06.30 12:21 / 기사수정 2009.06.30 12:21

손현길 기자

[엑스포츠뉴스=손현길 기자] 야구에서 "방망이는 믿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은 연타석 홈런을 치며 맹활약을 했어도 내일은 내내 선풍기를 돌리며 연타석 삼진을 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야구다. 그만큼 야구에서 타격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제아무리 뛰어난 타자라고 해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기복이 생기기 마련이다. 방망이에 불을 뿜으며 감독과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다가도 이내 슬럼프에 빠지며 한숨을 자아내게 하는 때도 있다.

슬럼프에 빠졌던 선수들이 다시 타격감을 찾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한 가지 재미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승엽이 그랬고, 박용택이 그랬다. 또한, 아직까지 특별한 슬럼프 없이 꾸준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김현수 역시 그랬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무심타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복잡함과 선풍기의 관계

투수가 마운드에서 던진 공이 타자에게 도달하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0.4초가량이다. 타자는 그 절반에 해당하는 0.2초 안에 스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18.44M의 거리를 두고 투수와 타자 간에 벌어지는 물고 물리는 두뇌싸움은 타석에 선 선수를 복잡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때문에 타자들은 대부분 "내 공"이라고 불리는 공략할 공을 염두에 두고 타석에 들어선다. 이는 자신이 자신 있는 구질이나 코스의 공이거나 상대 투수에 대한 철저한 분석, 혹은 동료 타자들의 조언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상대 투수 역시 타자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상 밖의 승부를 걸어온다.

어느 공을 칠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투수들의 허를 찌르는 승부수에 타자들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복잡해지는 머리와 함께 잘 맞지 않는 방망이는 선수들로 하여금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지거나 부담감을 느끼게 하고 이는 슬럼프로 이어진다. 

단순함의 미학

특별한 슬럼프 없이 꾸준한 타격을 보여주며 팬들로부터 '사못쓰(4할도 못 치는 쓰레기)'라는 별명까지 얻은 김현수는 타격의 비법에 대해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보다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상대 투수의 공을 공략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특별한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타석에서의 단순한 성격은 특별한 슬럼프를 겪지 않는 그만의 장점이 되었다. 또한, 가뭄에 콩이 나듯 찾아오는 슬럼프에 대해서도 "슬럼프 때는 아무 생각 안 한다. 언젠가 돌아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다"고 한다.


또한, 2006년 6월 이후 3년 만에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타격감을 되찾고 있는 이승엽(요미우리)에 대해 백인천 전 롯데 감독은 "승엽이가 몸에서 힘을 빼는 데 오래 걸렸다. 이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이승엽은 정작 그동안 타석에서 욕심이 없다고 말했지만 난 욕심을 부리는 게 보였다. 그간 부진은 기술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면이 많이 좌우했다"면서 이승엽이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하면서 부진을 탈출했음을 강조했다.

또한, 이승엽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이라기보다 3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는 데 만족한다. 팀에 더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꾸준한 노력과 연습은 무심타법의 기본

마음을 비우고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타격에서 큰 슬럼프 없이 꾸준히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피나는 노력과 연습이 전제가 되었을 때로 한정된다. 김현수는 신고선수 시절 하루에 1000번씩 스윙 연습을 했으며, 주루, 수비 연습 또한 거르지 않았다.

이승엽 역시 부진에 빠졌을 때 좌절하기보다는 자신 자신을 채찍질하며 기본훈련에 충실했다. 또한, 최근 이승엽은 공식 훈련 시간보다 1~2시간 먼저 구장에 나와 특별 타격 훈련을 치르면서 타격감각과 밸런스를 찾는 데 집중했다.

즉, '무심타법'은 단순히 마음을 비우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슬럼프 탈출을 위해 피와 땀을 흘러가며 많은 연습과 노력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타법이 '무심타법'인 것이다. 어느덧 절반이 훌쩍 지나가 버린 2009년 프로야구의 대세는 바로 '무심타법이다.

 



손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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