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25 09:49 / 기사수정 2009.06.25 09:49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축구장에 놀러가다]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포항 스틸러스 대 뉴캐슬 제츠, 포항 스틸야드, 19:30
진정한 축구전용구장, '스틸야드'
드디어 스틸야드로 향하는 길이다. 오전 11시 10분 경주행 버스에 몸을 실어 네 시간을 달렸다. 세 달 만에 고향집에 왔지만, 짐을 풀고 쉴 틈도 없이 다시 차를 끌고 집을 나선다. 필자의 집에서 포항 스틸야드까지는 차로 30분 남짓한 거리. 스틸야드로 갈 때마다 듣는 배철수 아저씨의 목소리가 유독 정겹다. 사실 이번 여행은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한 요양(?)이 우선이었지만, 바로 어깨너머에서 펼쳐지는 빅매치를 놓칠 수 없는 법이다.
▲ 포항제철공단 안에 위치하고 있는 스틸야드의 내외부 모습.
아주 익숙한 길을 따라 경기가 열리는 스틸야드에 도착. 아직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한 K-리그 3팀의 경기 중 국내에서 펼쳐지는 유일한 경기가 포항에서 있기 때문에 기자석도 이미 만원이다. 다행이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분 덕에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국내에 있는 많은 경기장을 둘러본 결과, 축구를 즐기기에 스틸야드만한 곳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록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많은 신축 경기장이 들어섰지만 스틸야드 특유의 아늑함과 경기를 보는 시야에 비할 바가 못된다. 더불어 선수들의 움직임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동쪽 스탠드에 'STEELERS'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주중 저녁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15,253명의 많은 관중들이 스틸야드를 찾았고, 언제나 그랬듯이 경기장 한편엔 해병대와 각종 동호회 회원들이 무리를 지어 저마다의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쪽 스탠드에 큼지막하게 새겨져 'STEELERS' 문구. K-리그에서 자신의 홈경기장에 자신의 팀이름을 나타낼 수 있는 팀이 어디 있으랴. 포항은 여러모로 여타 K리그 팀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포항 스틸러스, 6대0의 완벽한 승리를 거두다
보통 경기 전에 선수들이 경기장에 먼저 나와 워밍업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슈팅연습을 하면서 감각을 익히는데, 이날 포항 선수들의 슈팅 중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많았다. 이것이 좋은 징조가 되었을까. 포항은 가공할 만한 화력을 앞세워 뉴캐슬 제츠를 6대0으로 대파했다. 슈팅을 때리지 않은 선수를 찾기가 더 쉬울 만큼 경기 내내 뉴캐슬을 제압했다.
포항은 다소 변칙적인 전술로 엔트리를 구성했다. 포백 라인 앞에 최효진을 공격형 미들필더로 세운 네 명의 미드필드라인을 구성했고, 노병준과 데닐손을 투톱으로 출장시켰다. 그러나 사실상 최효진, 데닐손, 노병준으로 이어지는 쓰리톱에 가까웠다. 세 선수는 지속적으로 자리를 바꿔가며 빠른 발로 뉴캐슬 진영을 흔들어 놓았다. 반면 원정팀인 뉴캐슬은 4-5-1 전술을 가지고 나와 다소 수비적으로 원정경기에 나섰다.
▲ 전반 14분 최효진이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승부를 일찌감치 갈랐다.
이날 승부는 초반부터 갈리기 시작했다. 전반 7분 포항의 데닐손이 뉴캐슬의 수비진을 헤집고 들어가는 사이 수비수가 뒤에서 잡아당겨 페널트킥을 얻어냈고, 데닐손이 이것을 직접 골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전반 14분 후방에서 수비수가 볼을 끄는 틈을 타 최효진을 볼을 가로채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뉴캐슬은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항의 '화력쇼'는 후반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후반 10분 데닐손의 패스를 받은 김재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슈팅모션으로 수비수를 완벽하게 벗겨내고 때린 슈팅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7분 뒤 역시 데닐손의 패스를 받은 최효진이 수비수를 앞에 두고 먼 쪽 골문을 보고 시도한 슈팅으로 득점을 성공시켜 네 골 차로 달아났다.
▲ 경기가 끝난 뒤 포항의 서포터스가 스틸야드 밖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25분 왼쪽에서 김광석이 올린 크로스를 최효진이 달려 들어가 헤딩슈팅을 했고, 이것이 상대 골키퍼 키를 넘어가면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마무리는 교체 투입된 스테보가 결정지었다. 후반 39분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스테보는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스테보는 홈팬들을 향한 사랑(?)의 화살 세레머니로 이날의 6대0 대승을 자축했다.
프레스룸에 놀러가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선수들 간의 열기 못지않게 기자들의 활약(?)을 펼쳐지는 프레스룸 안에서의 열기도 뜨겁다. 감독과 선수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이 곤두서있어 기사화될 만한 이야기를 순식간에 그대로 컴퓨터로 옮긴다. 지난 6월 10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 취재를 간 적이 있는데, 근엄한 분위기의 프레스룸에서 도시락을 먹다가 체할 뻔한 적이 있을 정도다.
파리아스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항상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프레스룸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자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짤막한 인사를 먼저 건넨다. 경기소감에 대해 긴 시간동안 성의껏 대답을 하더니, '나 혼자 너무 말을 많이 한 것 같으니 질문을 좀 해달라'라고 도리어 기자들에게 요구를 한다. 이런 유머는 통역을 오가는 약간의 시간차가 있지만 기자들에게 잠깐의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물론 승자의 즐거운 여유다.
이날 해트트릭을 달성한 최효진은 다소 진지한 어조로 인터뷰에 응한다. 프로에 데뷔해 첫 멀티골을 해트트릭으로 이뤄낸 최효진은 이날 경기가 있기 전 부담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가 개인적으로나, 팀 전체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고 밝혔다. 최효진은 자진해서 두 번의 의견을 내비췄는데,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으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화기애애한 프레스룸 안의 분위기가 일순간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 경기종료 후 양 팀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인터뷰가 다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타자 소리가 끊기지 않는다. 기사를 쓰면서도 모니터 한 켠에 FC 서울과 나고야와의 ACL 경기를 띄워놓고 보는 기자도 있고, 기사에 쓸 각종 기록들을 찾느라 부리나케 웹서핑을 하는 기자도 있다. 우리가 한 번 훑어보는 짧은 기사라 할지라도 그곳에 그들의 노력과 (다소 우리와 다를 수도 있는) 생각이 담겨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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