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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②] '라온마' 곽정욱 "정경호, 배우로도 인간적으로도 멋진 사람"

기사입력 2018.08.19 14:51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최근 종영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연쇄살인마 김현석으로 분해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 곽정욱. 그에게 '라이프 온 마스'는 함께한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작품이다.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드라마에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중간 투입이라서 1, 2회는 시청자 입장으로 봤는데 그때부터 팬이 될 만큼 좋아했거든요. 함께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죠. 게다가 시청자로서도 좋은 드라마 한 편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에요."

중간투입이었고, 드라마 중반에 죽음을 암시하며 거의 하차하다시피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감은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를 지배했다. 주인공 한태주(정경호)의 의식 속에 김현석이 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죽음이 그려졌을 때, 많은 시청자가 아쉬워했고 최종회에서 그가 살아있다는 게 암시되자 안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출연이 확정되고 나서 캐릭터 분석을 하기 위해 감독님을 많이 괴롭혔어요. 원래도 연기적인 피드백을 많이 안해주시기는 분이라 많은 걸 말해주지 않으시더라구요. 그래도 몇부까지 나오는지 알아야 호흡을 분배할 수 있어서 '그럼 언제까지 나오냐'고 했더니 '16부까지 나와'라고 해주시더라구요. 그런데 12부에 제가 죽는거예요. 그래서 제가 '16부까지 나온다고 하셨잖아요. 살아나는 건가요?'라고 또 물어봤는데 보안이라고 말을 안해주시더라구요. 그리고 13부 대본을 받았는데 시체로 나와서, 촬영이 끝난건지 아닌지 긴가민가 했어요. 그래서 '배우로서 알고 있어야하지 않겠냐. 16부에 나오는게 맞냐'고 물었더니, '현석이가 죽은 건데, 죽은 건 아니라 현실에 있다. 에필로그에 어떻게 담아낼 지도 안정해졌다'고 말해주셨어요. 과거와 현실이 다른 걸 염두에 두고 연기해달라 그래서 에필로그가 있을 수도 있다는건 인지했는데 어떻게 담아낼지는 저도 궁금한 입장이었죠."

어쨌든 에필로그에 김현석이 등장했고, 이로 인해 많은 시청자들은 시즌2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현석의 존재가 알려진만큼, 그와 한태주의 2차전이 시즌2의 주요 내용일 거라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

"저도 현석이가 죽고 나서도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거든요. 시청자입장으로서 시즌2가 나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저는 시즌1 그자체에 만족해서, 현석이가 시즌2에 안나와도 될 것 같지만 시즌2를 생각하다보면 현석이가 안 나오면 이상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현석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면 분량이 어떻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것 같아요."


이처럼 많은 시청자가 김현석의 시즌2를 기대하고 있는 이유는, 곽정욱과 정경호가 드라마상에서 보여준 호흡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둘의 팽팽한 연기 대결은 극중 태주와 현석의 대결만큼이나 긴장감을 더했고, 이로 인한 시너지가 느껴졌다.

"정경호 선배는 정말 멋있는 배우에요. 배우로서도 멋있지만 인간적으로도 멋진 분이죠. 첫 촬영 때 중간투입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거든요. 팀워크가 이미 다져져 있는 상황이고, 제가 들어가는 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먼저 인사드리기 전에 오셔서 '너가 정욱이구나'라고 배역이 아닌 제 본명을 부르며 인사해주시는거에요. 저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신 것처럼 배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마지막에도 '정욱아 고생했다. 끝나고 밥 한번 먹자'라고 해주셔서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정경호 선배가 발산하는 에너지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한 게 더 자극이 된 것 같아요. 제 앞에서 연기를 하는데 마치 4D 영화를 보는 것처럼 연기에 빠져들었어요. 함께 연기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죠."

정경호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모두 지우고 대립하는 인물로 연기를 한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실제로 김현석같은 인물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상대 배우의 칭찬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 곽정욱은 연쇄살인마 김현석과 정반대에 있는 인물같았다.

"캐릭터를 분석할 때 연쇄살인에 대한 이해가 제일 어렵더라구요. 다른 건 간접적으로 경함할 수 있는데, 살인은 제 경험에서 끌어올 수가 없으니 감정의 배치를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했어요. 죄책감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머리로 이해해야, 행동으로 이어지니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 캐릭터의 살인은 가정을 파탄낸 아버지,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사회로부터 받은 고통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고,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려 노력했어요."

아무리 논리적으로 살인의 이유를 정당화하려고해도, 이를 실제로 받아들이는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곽정욱은 연기를 위해 계속 노력했고 촬영 때는 자신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동생을 학대한 계모를 때려서 죽이는 장면을 촬영할 때, 대본에는 그냥 다가가서 죽을 때까지 때리는 거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현석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이 사람이 고통스러운 걸 더 봐야할 것 같은거에요. 그래서 죽어가는 걸 구경하면서 살 것 같으면 또 때리고, 살 것 같으면 또 때리고 이렇게 해보자고 아이디어를 제시했어요. 그런데 또 리허설을 하는데 때리면 너무 죄송해서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아무리 촬영용 소품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해도, 맞으면 아플 거거든요. 본 촬영때도 소심하게 때리다보니까 NG도 났어요. 그 때 액션 감독님이 오히려 한 번에 가는게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라고 해주셔서 한번 제대로 해야겠다 생각하고 집중해서 때렸죠. 나중에 영상을 봤더니 정말 미친 것처럼 때리더라구요."

다행히(?)도 곽정욱은 '컷' 소리가 나는 순간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순간 집중은 잘하는데, 캐릭터에서 못빠져나올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어요. 원래 오래 꾸준히 뭔가를 못하는 성격 때문일까요. 하나에 몰입하면 엄청 몰입했다가 쉽게 빠져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렇게 곽정욱이 홀로 연쇄살인마로 몰입해 있는 동안, 같은 드라마에 나오는 다른 배우들은 '강력 3반'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유난히 즐겁고 재미있었다고 알려지는 '라이프 온 마스' 촬영 현장인만큼, 그 안에 어울리지 못하는 게 그에게 외로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촬영 현장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더라구요. 본인 촬영이 끝나도 쉬는 시간에도 같이 기다리고 구경하고, 또 의견내고 소통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어요. 저도 '와 나도 저 분들이랑 개인적으로 어울리고 싶다' 이런 생각도 했는데, 그게 캐릭터에 반영될 까봐 일부러 피했어요.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고, 배우로서 좋아하는 모습이 드라마에 조금이라도 담기면 민폐가 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캐릭터가 이러하니, 현장에서는 인사 외에는 말을 섞지 않겠다'고 다른 분들께 양해를 구했어요."

이어 곽정욱은 "지켜보면서 강력 3반 배우들이 유쾌하게 어울리고, 팀웍이 잘 맞는 부분을 보면서 그게 그대로 화면에 나오고 또 좋은 작품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느꼈어요"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였다.

그래서 곽정욱에게 5년 만의 복귀작 '라이프 온 마스'는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모든 작품을 마치면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이번 작품이 저에게는 의미가 큰 작품이에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어보고,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거나 배우라는 직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면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 할 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정도로 최선을 다했어요. '라이프 온 마스'를 마치고, 스스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다음 작품이 어떤 작품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작품에서 이번보다 더 노력을 하고, 그때도 잘 해서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끝까지 본인에게 만 점은 주지 않는 배우지만, 그래서 그의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게 하는 답변이었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후너스 엔터테인먼트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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