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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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진, '서울 극장'의 주인공이 되다

기사입력 2009.06.21 09:41 / 기사수정 2009.06.21 09:41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 조용운 기자]
K-리그가 3주 만에, 장대비와 함께 돌아와도 FC 서울의 극장 본능은 계속됐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12라운드 경기에서 서울은 경기 종료 7분을 남기고 2골을 뽑아내며 극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서울은 4연승에 성공하며 전북 현대를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상대에게 일단 한 골 주고 시작한다.'라고 할 정도로 최근 역전승이 많은 서울답게 이날 승리 역시 역전승이었고, 서울 극장을 계속 이어가게 한 선수는 뜻밖에도 고명진이었다.

중원의 수호신이 되다

전반 7분 만에 제주 오베라에게 골을 내준 후 서울은 제주를 상대로 파상공세에 들어갔다. 배에 달하는 슈팅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골망을 가르지 못하자 세뇰 귀네슈 감독은 후반 33분 부진하던 이상협을 빼고, 고명진을 투입했다.

고명진의 투입은 대성공이었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경기 출장이 적었던 고명진이지만 예전부터 기성용과 함께 서울의 중원을 책임질 것으로 꼽히던 선수답게 투입되자마자 서울의 중원을 변화시켰다.

선발 출장했던 고요한이 전반 내내 아쉬운 플레이로 일관하자 후반 시작과 함께 장신 공격수인 심우연과 교체되어 나갔단 점에서 후반 내내 서울의 중원을 지킨 선수는 기성용 혼자였다. 그렇기에 후반에 보여준 서울의 공격 전개는 중원을 일단 거치기보다 이청용과 데얀에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고명진의 투입으로 서울은 공격 시 일단 중원을 거치기 시작했고, 찬찬히 만들어나가는 특유의 경기 운용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었다. 수비에서도 제주 역습의 시발점인 오승범, 마철준의 중원을 맞아 체격적·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확실한 저지선을 만들어 냈다.

특히 서울이 앞서고 있던 상황이 아니었기에 심우연, 이승렬, 데얀 등 다수의 공격진이 제주 수비지역에 올라가 있었고, 수비진 역시 라인을 위로 끌어올리며 공격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담당했던 고명진의 존재는 단 12분밖에 뛰지 않았지만 서울 중원의 수호신과 같았다.

날이 서있던 고명진의 왼발

고명진은 이날 후반 12분밖에 뛰지 않았지만 활약은 굉장했다. 교체 투입된 지 5분 만인 후반 38분, 왼발로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트렸던 고명진은 후반 44분에도 정확한 왼발 패스를 보여주며 역전골에 관여해 날이 선 왼발을 자랑했다.

동점골도 멋졌지만 고명진의 왼발을 맛보기에는 역전골이 터졌던 후반 44분 상황이 제격이다. 이승렬부터 시작된 서울의 빠른 역습 상황에서 보여준 고명진의 판단과 왼발 패스는 단연 일품이었다.

고명진은 이승렬에게 패스를 받은 뒤 오른쪽 깊숙이 위치해 있던 이청용에게 정확하게 연결해주며 박용호의 역전골 시발점 역할을 했는데 제주의 공격을 끊고 시작된 역습이었기에 볼 속도를 유지하며 공격 전개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상황에서 고명진은 이승렬의 패스를 굳이 잡지 않고 다이렉트로 연결해 이청용 발 앞으로 떨어지는 완벽한 패스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어린 나이답지 않은 판단력과 정확한 왼발을 겸비했음을 증면하는 장면이었다.

이날 서울은 부상 선수도 많았고,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명진의 부활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같은 포지션에 기성용이 대표팀 경기까지 겸하고 있어 체력적 부담을 가진다는 점에서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겸해야 하는 서울로썬 고명진의 활약은 필수라 할 수 있다. 과연 고명진이 데뷔 초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처럼 서울의 중원을 책임질 선수로 커 나갈지 주목해보자.

 



조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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