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08 22:08 / 기사수정 2009.06.08 22:08
[엑스포츠뉴스=안양, 유진 기자] 지난해 6월 18일, 경향신문에는 ‘독학야구’로 화재를 모았던 대구 동촌중학교 3학년 손하림(16)군에 대한 기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 앞마당이나 인근 사회인 야구연습장을 기웃거리며 홀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피칭연습을 했다. 그의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는 야구 유망주가 개인 훈련을 하는 줄 알았다"라고 입모아 이야기 했을 정도.
그러나 손하림군이 재학중이었던 대구 동촌중학교에는 아구부가 없었다. 그나마 정규야구수업은 리틀야구단과 율하초등학교 시절 잠깐 배운 것이 전부였을 정도.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야구하는 즐거움’에 살았던 손하림은 부모의 이혼과 할머니의 임종 등으로 큰 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야구부 회비를 납부할 길이 없던 그는 율하초교를 떠나 집 근처 학교로 전학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감출 수 없어 월 5만원인 영남리틀야구단(YLBC)에서 꿈을 이어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각 중학교에서 그를 스카우트해 가려 했지만, 이번에도 ‘회비’가 문제였다. 결국, 그는 야구부가 없는 중학교에서 독학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사회인 야구선수들이 버리고 간 ‘부러진 배트’와 ‘찢어진 글러브’가 그의 유일한 보물이었을 정도. 하지만, 그의 소식이 알려지자 두말할 것 없이 그를 부른 곳이 있었다. 바로 안양 충훈고등학교다.
LG 트윈스 2군 감독을 역임한 뒤 충훈고 감독을 맡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안양 석수야구장에서 코칭스태프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 테스트를 거쳐 손하림을 입학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무엇보다도 “아버지와 독학야구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손하림은 108kg이었던 몸무게를 86kg으로 줄이는 등 ‘충훈고 에이스’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다시 찾은 야구’로 한껏 고무되어 있는 손하림. 과연 그는 얼마나 충훈고 야구부의 일원으로 정착했을까. 연습이 한창인 충훈고등학교 교정을 찾아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 충훈고 교정에서 만난 손하림.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Q : 경향신문 기사를 보니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독학야구’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갖게 되었나요?
손하림(이하 ‘손’으로 표기) : 초등학교 4학년 여름에 아마 야구를 그만뒀을 겁니다. 그만큼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야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때에도 오라는 곳은 있었지만, 규정 때문에 야구부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계속 혼자 야구하게 된 것입니다.
Q : 경향신문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난 것인가요?
손 : 친척분 후배들 중 기자분이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개를 받아서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Q : 그런데 신문상으로는 100kg이 넘는 거구였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까 약 80~90kg 정도 나가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말랐어요? (웃음)
손 : 원래 몸무게가 108kg이었는데, 지금은 86kg입니다. 지난 대만 전지훈련 때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래 살이 많이 찌는 편은 아닙니다. 역시 혼자 하는 것과 함께 야구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살도 절로 빠지게 됐습니다.
Q : 그래서 몸이 상당히 좋아 보이는군요. 야구 잘하겠는데요?
손 : (고개를 저으며) 아닙니다. 노력을 해야 합니다. 노력밖에 없어요. 제아무리 몸이 좋아도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지요.
Q : 모델로 삼고 싶은 선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손 : 그렇습니다. 로저 클레멘스(전 뉴욕 양키스)입니다. 아버지께서 닮으라고 조언해 주셨거든요. 우완 정통파 투수라는 점, 체격이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닮고 싶습니다.
Q : 배번이 21번인데, 특별히 이유가 있나요?
손 : 감독님께서 정해 주신 번호입니다. 웬만해서는 바꾸고 싶지 않네요(웃음).
Q : 야구에서 1학년이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손 : 도와주면서 경기도 함께 뛰는 학년이 1학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배님들을 통하여 배우게 되는 단계라 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이곳까지 불러 주신 감독님과 협회장님께 감사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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