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08 03:40 / 기사수정 2009.06.08 03:40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달 24일, 국내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들은 캐나다 토론토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의 훈련지인 이곳에 도착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드림팀'의 선장인 브라이언 오서의 지도를 받으며 알찬 2주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이 기회를 놓친 국가대표 선수가 있었다. 늘 정상권을 맴돌았지만 화려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신나희(19, 계명대)는 기복이 심한 선수들 가운데서도 늘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대표적인 스케이터다.
피겨 팬들에게 '얼짱 스케이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나희는 지난 2월, 중국 하얼빈에서 벌어진 2009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큰 부상을 당했다. 토 점프와 콤비네이션 점프를 지속적으로 연습한 신나희는 왼쪽 발목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이 부상은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그러나 신나희는 거동조차 불편한 부상을 안고 동계체전과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소화했다. 비록,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는 부상의 여파로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값진 경험을 얻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동계유니버시아드 이후로 신나희는 재활에 전념해왔다. 신나희도 국가대표 동료와 브라이언 오서의 지도를 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몸을 충분히 회복시키는 일이 우선적으로 중요했다. 다친 발목을 좀 더 치료하기 위해 신나희는 국가대표들에게 주어진 2주 특별훈련을 포기하고 홀로 국내에 남았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지난 시즌, 꾸준함도 좋지만 정상 등극에 대한 목표는 항상 가지고 있다
작년 여름에 벌어진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한 신나희는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다.
신나희는 "몸이 아플 때도 많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시합을 앞두고 원체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실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연기를 펼칠 때가 많았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가장 큰 대회였던 동계 유니버시아드는 대회를 앞두고 큰 부상을 당해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라고 지난 시즌을 평가했다.
2008 국내 랭킹전에서 3위에 오른 신나희는 국가대표의 위치를 확고하게 지켰다. 그러나 산봉우리 최정상을 정복하려고 험한 산행에 올랐지만 끝내 정상 꼭대기에 깃발을 꽂히지 못한 한은 이번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 부분에 대해 신나희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꾸준하다는 점에는 만족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그리고 아직도 뛰고 싶은 점프가 많다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웃음) 어린 후배들은 벌써 5종 트리플 점프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신나희는 지난 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버지니아 주로 떠났다. 이곳은 신나희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줄곧 떠났던 전지훈련지이다. 신나희의 지도자인 장선미 코치는 신나희의 적합한 전지훈련 장소를 물색했다. 결국, 미국 버지니아 주를 선택하게 됐고 이곳에 있는 오드리 와이그널 코치를 만나게 됐다.
지극히 보편적을 것을 좋아하는 그녀, "취미가 시대에 뒤떨어진 데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해온 신나희는 스케이트 외에 다른 것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링크와 학교, 그리고 집 사이만 오고 갔던 신나희는 "피겨 스케이팅이 세상의 전부인 줄로만 알았다"라고 회고했다.
인터넷 검색과 핸드폰 놀이에 푹 빠져 사는 최근 젊은 세대와는 다르게 신나희는 자신을 '컴맹'이라고 밝혔다. 미니홈페이지를 꾸미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금방 눈이 충혈되는 증상 때문에 컴퓨터를 자주 하지 않는다. 또한, 컴퓨터와 핸드폰 같은 기계를 다루는 것은 영 낯설다고 신나희는 털어놓았다.
신나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머니인 임미숙 씨와 함께 드라마를 보는 일이다. 또한, 신선한 공기가 밀려오는 녹지를 산책하는 것도 좋아한다. 지극히 보편적인 취미를 가진 신나희는 자신을 가리켜 '어머니 세대'라고 자칭했다.
어린 시절 대구에서 태어나 줄 곳 이곳에서만 성장했던 신나희는 국가대표가 되면서 한동안 서울로 올라와 생활해야 했다. 처음에는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해냈다. 어머니인 임 씨는 대구의 한 시장에서 조그마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신나희를 따라다니며 모든 것을 챙겨주는 '피겨 맘'이 되지 못했다.
대회나 행사가 있을 때, 가족들과 함께 있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신나희는 늘 혼자 지내야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신나희를 채찍질했고 성실한 노력은 결국, '태극 마크'란 값진 성과로 돌아왔다.
피겨 스케이팅이 대중적인 종목으로 급부상하면서 '돈이 많이 드는' 특성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어린 주니어 선수들도 1년 동안 제대로 된 선수생활을 하려면 '억대'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대구에서 작은 사업을 하는 신나희의 가정 형편은 피겨를 하기에 변변치 못하다. 그러나 힘든 현실 속에서도 신나희는 꿋꿋하게 성장했다. 특히, 스케이트에 적응하는 점은 누구보다도 탁월했다. 워낙 어려운 일이 닥쳐와도 싫은 내색을 안 하는 신나희는 자신의 발에 맞지 않은 스케이트가 와도 묵묵히 견뎌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한 것이 피겨 스케이팅의 특성이다. 그러나 신나희는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과 코치에게 싫은 기색을 좀처럼 내비치지 않았다.
어머니인 임 씨는 신나희의 곧은 인성을 이렇게 언급했다. "나희에게 피겨를 시킬 때, 특별한 욕심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걸어갈 길을 올바르게 갔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었다. 부모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 정도로 성장해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온갖 고생을 하면서 싫은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점도 고맙다. 자기 자신보다는 늘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나희의 장점이다. 인간적으로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독한 면이 부족해 선수로서는 마이너스적인 영향을 줬다. 그 점은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놓칠 수 없는 올림픽 출전의 꿈, 그리고 피겨 외에 새로운 경험도 체험하고 싶다
신나희는 미국 버지니아 주의 전지훈련 캠프에서 이번 시즌에 펼쳐지는 가장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예선전을 대비한다. 일생일대의 기회인 올림픽 출전 티켓은 단 한 장이 걸려있다. 김연아와 함께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참가할 단 한 장의 자리는 벌써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신나희는 국내 정상권을 꾸준하게 유지했지만 현재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특히,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괄목할만하게 성장하는 후배들에 대해 신나희는 "대박이죠"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국내 주니어 무대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인 곽민정(16, 군포수리고)과 윤예지(15, 과천중)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국제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 김현정(17, 군포수리고)은 어느새 올림픽 티켓에 도전하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제아무리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유지해온 신나희지만 올림픽 티켓 획득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신나희는 기존에 뛰던 점프와 콤비네이션 점프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또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두 열중하고 있는 스케이팅 기술을 연마하겠다고 신나희는 언급했다.
올해로 대학생이 된 신나희는 몇 년 동안은 꾸준하게 선수로 뛸 예정이다. 그러나 선수생활을 하면서 당한 큰 부상은 아직도 걱정거리다.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는 건강한 몸이 지탱해주는 것이 우선과제이다.
신나희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를 맘껏 해보고 싶은 것이 신나희의 솔직한 심정이다. 어려서부터 배려 심이 많고 남을 돕는데 관심이 많았던 신나희는 '교육자'를 꿈꾸고 있다. 우선적으로 강단에 서는 교수가 되거나 후배 선수들을 돕는 것이 신나희가 하고픈 일들이다.
또한, 집과 아이스링크밖에 몰랐던 지금의 현실을 탈피하고픈 마음도 가지고 있다. 은퇴 이후, 유학을 떠나 견문을 넓히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신나희가 하고 싶은 일이다.
'페스타 온 아이스'와 같은 아이스쇼 무대에도 서 보는 점도 신나희는 꿈꾸고 있다. 지난 페스타 온 아이스2009에 출연했던 선수들 중, 신나희는 제레미 에보트(24, 미국)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제레미!'하면서 감탄사를 내뱉은 신나희는 "점프가 너무 멋지고 표현력도 마음에 스며든다"라고 제레미 에보트를 평가했다.
지난 시즌, 신나희에게 가장 아쉬웠던 대회는 유니버시아드 대회였다. 그러나 금방 은퇴하지 않고 꾸준하게 노력하면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값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희망은 아직도 신나희가 빙판을 질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피겨를 하기엔 너무나 어려웠던 환경과 끊이지 않는 부상을 이겨낸 것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었다. 항상 주변과 타인을 탓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꿋꿋하게 걸어온 것이 신나희의 장점이었다.
"힘들고 어려웠던 점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발목을 심하게 다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점은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앞으로 또 출전할 수 있는 대회이고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의욕도 생기고 입가에 미소도 번지게 된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