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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언론의 박지성 위기설, 오히려 높아진 '위상의 반증'

기사입력 2009.06.01 18:59 / 기사수정 2009.06.01 18:59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또다시 '박지성 위기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제는 놀랍거나 걱정되기는커녕 마치 먹구름 뒤에 비가 오는 것처럼 '올 것이 왔다'는 느낌마저 강하게 든다.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올맄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바르셀로나의 2008/0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난 후 각종 언론들은 유난히 박지성에 대한 비판을 일삼고 있다.

박지성은 바르셀로나와의 결승전에서 선발출전하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유럽축구의 심장에서 자신과 아시아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전과는 달리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라는 기록에 만족해야만 했다.

아스널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결승전의 활약을 예고한 박지성은 결승전이 열리기 전 최고의 스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아 선수로는 첫 출전, 4강전에서의 맹활약, 지난 시즌 4강전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숨은 영웅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첼시와의 결승전에서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던 가슴 아픈 사연 등으로 한국과 영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박지성의 활약을 기대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

경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러한 예상은 맞아 들어가는 듯했다. 전반 2분 호날두의 프리킥이 발데스 골키퍼에게 맞고 나오자 장기인 리바운드 슛을 시도했고 피케에게 막혔지만 바르셀로나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는 충분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였다.

아쉽게도 전반 10분 에투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박지성이 다른 맨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비적으로 이바지하는 모습은 여전했으나 평소의 영민한 움직임에 비해 바르셀로나의 패스워크에 쓸데없는 체력낭비가 심했고 공격적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다른 맨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박지성에 대한 평가는 경기 전과는 극과 극이었다.

"박지성의 상대를 유인하는 뜀박질은 유럽 무대보다 프리미어리그에 적합하다." -가디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서 루이스 나니와 박지성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그라프-

"박지성은 다음 시즌 왼쪽 미드필더 자리를 조란 토시치에게 뺏길 수도 있다. 스쿼드에 포함되는 최고의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박지성은 필드 위에 있었던 66분 동안 잘못된 위치에 있었다." -더 타임즈-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은 단순히 열심히 뛰는 것 이상이 필요한 자리이다." -골 닷컴-

"경기 초반의 결정적인 찬스를 제외하면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목적 없이 뛰어다니기만 하는 모습에 실망했다." -골 닷컴-

이렇듯 영국의 주요 언론은 박지성에 대한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박지성이 패배의 주요원인이 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으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이런 언론의 태도는 박지성의 재계약 문제와 더불어 '박지성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혹평은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하나는 결승전을 앞두고 박지성의 활약에 큰 기대를 품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으로 생각할 수가 있고 다른 하나는 박지성의 저조한 활약에 '이때다.' 싶은 언론의 공격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박지성의 활약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이 3톱으로 나선 공격첨병으로서의 역할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 평상시와 달리 영민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과연 언론에서 평가하는 것과 같이 최악의 모습이었을까.

단 10분 동안 활약한 호날두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맨유 선수들 가운데 오히려 박지성은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쪽에 가깝다. 농락당한 수비진은 물론 중원을 완벽히 내준 긱스, 안데르손, 캐릭은 말할 것도 없다. 집중하면 가장 위협적이라던 루니는 올 시즌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

박지성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 수비를 틈틈이 괴롭혀왔다. 후반전 왼쪽으로 위치를 옮긴 박지성을 막아내던 푸욜이 박지성이 베르바토프와 교체되어 나간 후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박지성이 나간 이후 단 5분 만에 맨유는 추가 실점을 했는데 이것 또한 푸욜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푸욜은 맨유의 보이지 않는 실수를 틈타 공을 가로챘고 결국 사비를 거쳐 메시의 헤딩골로 이어졌다.

박지성을 막는 부담감이 없어졌기 때문에 푸욜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후에도 푸욜은 위협적인 헤딩슛을 비롯해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맹활약을 했던 것을 알 수가 있다. 가정이란 없지만 박지성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면 푸욜의 적극적인 공격은 이뤄질 수가 없었고 그렇다면 바르셀로나의 추가 골도 없었을 것이다.

가정은 가정일 뿐이고 결국 맨유는 패했고 박지성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박지성에 대한 비판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이러한 비판을 나쁘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박지성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된다. 무책임한 현지 언론의 이런 혹평은 어쩌면 그만큼 박지성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뚜렷한 증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박지성은 맨유라는 세계적인 팀의 선수치고는 주목을 덜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박지성의 언론 노출 횟수는 급격히 늘어났고 '유니폼 판매원'이 아닌 팀의 핵심선수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유니폼 판매원'에게 좋은 활약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핵심선수로 거듭난 박지성에게는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결승전에서의 부진과 함께 계약만료를 1년 앞두고 미뤄지는 재계약 문제와 더불어 박지성이 맨유를 떠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이 떠돌고 있다. 추측은 추측일 뿐이고 루머는 루머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맨유라는 팀에서 리그 3연패의 주역이자 3개의 트로피를 따낸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이고 그와 함께 맨유라는 팀 내에서 박지성의 색깔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시 찾아온 '박지성의 위기설'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오히려 '주연' 박지성의 위상을 나타내는 좋은 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런 위기설을 일축하고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박지성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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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성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 ⓒ엑스포츠뉴스DB]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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