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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디펜딩 챔피언'의 부활을 꿈꾸는, 양주고덕구장

기사입력 2009.05.31 23:45 / 기사수정 2009.05.31 23:45

박진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3리그 12R, 양주시민축구단 대 포천시민축구단

서울에서 벗어나 축구 보기

행선지는 서울을 떠나 양주로의 전철여행이다. 답답한 도시생활 속에서 고향의 정취와 비슷한 양주의 푸름이 그립다. 이번 취재는 13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양주 시민축구단과 지난해 통합 14위로 시즌을 마쳤으나 10경기 만에 지난 시즌에 얻어낸 승점에 가까이 다가가며 5위로 치고 올라온 포천 시민축구단과의 경기이다.

명가재건을 노리는 양주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포천이 맞붙기에 놓칠 수 없는 경기이다.

양주고덕장이 있는 덕역까지는 필자의 거처에서 1호선을 타고 40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서둘렀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4월에 가본 경험이 있어 여유를 부린 것이 탈이 났다. 황정민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눈이 팔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제시간에 나가질 못했다.

다행히 전철이 일찍 와서 축구잡지를 느긋하게 읽으며 덕계역까지 왔지만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더군다나 마을버스 배차시간이 길어 혼자 애타게 기다려봐도 소용없다. 결국, 킥오프 3분 전에 부랴부랴 73번 마을버스에 올라 고덕구장으로 향했다. 벌써 고덕구장까지 올라가는 언덕이 걱정된다.



▲ 양주고덕구장에 가기 위해서는 오른쪽으로 보이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목적지에 하차하고 보니 역시나 경기가 진행되고 있나 보다. 주심의 휘슬소리와 북소리가 구장 밑까지 들려온다. 이는 필자의 발걸음만 재촉하는 것이 아니다. 옆에 따라오던 한 분의 자전거 페달을 밟는 속도가 빨라진다.

경기시간이 한참이 남았음에도 푸른 잔디의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은 필자의 오랜 습관이다. 이 때문에 필자와 동행하는 친구들로부터 매번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양주를 승리로 이끈 박현수 골키퍼의 활약

구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취재준비를 하는데 경기가 생각보다 치열하게 진행된다. 미드필드 싸움이 격렬하게 벌어졌고, 양팀 모두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와 경기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볼을 빼앗은 뒤 지체없이 전진패스를 통해 최전방까지 이어졌고, 승리에 대한 투지가 돋보였다. 하지만, 경기주도권을 잡은 것은 원정팀인 포천이다. 전창수와 전반 22분 교체해 들어온 이승태가 좌우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상대를 압박했다.



▲ 양팀 선수들이 치열한 허리 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팀의 공격은 전반전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 양주는 결정적인 슈팅이 부족했고, 포천의 슈팅은 번번이 박현수 골키퍼의 품으로 들어갔다. 하프타임에 양주의 감독대행을 맡고 있는 신영록 플레잉코치가 먼저 칼을 뽑아들었다. 윤상민과 민태홍을 빼고 최지용과 김형민을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시켰다.

이런 변화는 후반 5분 만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왼쪽측면에서 최지용이 낮은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을 달려 들어가던 이유성이 침착하게 밀어 넣어 골키퍼를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후반 17분 페널티박스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정천수가 왼발로 절묘하게 감아 차 쐐기골을 터뜨렸다.

포천은 전반전에 맹공을 퍼부은 탓에 급격한 체력저하로 움직임이 다소 무거워졌고, 결국 두 골을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하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 경기 내내 수차례 위기를 구해낸 양주의 박현수 골키퍼.

이날 양주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박현수 골키퍼. 박현수는 전반 내내 펼쳐진 포천의 파상공세를 완벽히 막았을 뿐만 아니라 190센티미터의 큰 키로 제공권을 장악했다.

무엇보다 후반 8분 포천에 내준 페널티킥 상황에서 원창승의 슈팅을 왼쪽으로 몸을 날려 완벽하게 막은 뒤 유명훈의 2차 슈팅을 또 다시 선방해냈다. 자칫 선취득점 이후 상승세 분위기를 꺾일 수 있는 상황을 선방 퍼레이드로 모면했다.

박현수 골키퍼의 활약에 힘입어 디펜딩 챔피언 양주는 승점 3점을 어렵게 획득하며 순위싸움에서 한숨을 돌렸다.   

K3리그의 매력을 말하다

보통 K3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에는 서울 유나이티드와 부천FC1995 등 서포터스가 존재하는 몇몇 클럽을 제외하고는 일반관중이 대부분이라서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날 고덕구장에는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왜 그런가 하니 포천시민축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소년 클럽 선수들이 응원도구를 챙겨와 나름의 서포팅을 한다.



▲ 포천시민축구단의 유소년 클럽 선수들이 깃발을 흔들며 응원을 하고 있다.

이들은 깃발을 흔들면서 열심히 피치 위를 누비는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포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 비록 수많은 언론이 집중되는 K-리그는 아니지만 포천의 어린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연고지 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훈훈하다.

포천시는 어느 시 자체보다 축구에 많은 지원을 펼치고 있고, 이에 보답하듯이 포천 시민축구단은 지난해에 비해 확 달라진 모습으로 승점을 그러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시 자체와 지역의 축구협회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향후 축구발전과 축구팬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어느 정도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아마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르겠지만 지난 2007년 여름 우리나라에서 FIFA U-17 청소년월드컵이 열렸었다.

필자가 울산 종합운동장에서 보았던 온두라스와 스페인의 경기에는 현재 FC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고 있는 보얀 크르키치가 출전했는데 그는 이 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는 맹활약으로 팀을 4대2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는 일반관중은 물론이고 울산시에 있는 학교소속팀을 비롯한 여러 유소년팀 선수들이 울산 종합운동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훈련을 통해서 기술적인 부분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준 높은 플레이를 직접 눈으로 지켜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 또한 좋은 훈련방법 중 하나이다.

최근 유럽축구를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많이 볼 수 있으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멋진 개인기를 펼칠 때 박지성의 배후 움직임을 볼 수는 없는 법. 따라서 경기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 경기종료 후 양팀 선수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K3리그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거듭한 엘리트 선수들이다. 그 무대가 여타 리그보다 작긴 하지만 자라나는 어린 축구선수들과 축구팬들에게 귀감(龜鑑)이 될 만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제한의 벽'이 낮아 팀 또는 그 선수들과 더욱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K3리그의 매력이라고 하겠다. 더 망설일 필요가 있는가. 매주 토요일마다 전국 8개 구장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가족과 친구, 연인의 손을 붙잡고 내 집 앞에 K3리그로 가자. 

▶ 함께 축구장에 놀러 가실래요?

FC서울의 한복판에서 '포항'을 외치다

'쓸쓸한' 잠실 종합운동장 한편에 서서  

부천의 '붉은 함성'을 따라간 부천 종합운동장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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