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21 22:10 / 기사수정 2009.05.21 22:10
모든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광주, 인천이 강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현재 1위 전북과는 불과 골득실에서만 차이를 보이며 2, 3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승점이 같아 이번 주 열리는 2009 K-리그 11R에서 세 팀은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약 한 달간 1위라는 달콤함을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크게 모으는 경기는 단연 인천과 전북의 경기다. 드러낼 듯 드러나지 않게 1위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는 두 팀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인천은 리그 4연승이란 상승세를 타고 1위로 오르겠다는 각오이며, 전북은 비록 지난 경기 부산에 졌지만 에닝요에게 휴식을 주는 등 이번 경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1위를 고수하겠다는 각오이다.
두 팀의 순위싸움이 볼만 한 이유는 팀 안에서 작용하는 몇몇 부분이 서로 맞물리며 경쟁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승부를 떠나 인천과 전북이 가진 스쿼드와 전술, 기록 등을 비교하면서 전주에서 꿈꾸는 '1위'를 향한 동상이몽을 살펴보자.
영보이 vs 올드보이, 그들의 활약에 주목하라
인천에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신인 유병수이다. 신인으로서 그가 프로무대에 와서 이처럼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공간을 만들어가는 능력과 문전에서의 움직임, 적절한 패스타이밍 등 장점을 고루 갖춘 유병수는 이미 지난 신인왕 수상자들의 기록을 넘어서며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많은 팬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월드컵 예선 대표에도 뽑혀 그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반면 전북은 신인의 강세보다는 올드보이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절정의 기량을 되찾으며, 마찬가지로 3년여 만에 대표팀 승선을 확정지은 최태욱. 몇 번에 걸친 이적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그가 전북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해에는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성남과의 리그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마침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두 선수의 얄궂은 맞대결은 대표선수급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인천 창단 멤버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최태욱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팀을 떠난 이후 맞이하는 인천의 신-구세대 간 대결로 인천 팬들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볼거리가 될 예정이다.
최태욱뿐만 아니라 전북은 최근 무서운 득점력을 보이고 있는 이동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에닝요의 특급도움을 발판 삼아 득점 선두에 오르는 등 성남에서 국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팀을 다시 옮긴 후 이제야 어느 정도 예전의 기량을 되찾아 가고 있는 이동국은 현재 잠시 골 침묵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강희 감독의 끝없는 신뢰로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어 인천 전 역시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영보이 유병수가 이끄는 인천과 올드보이 최태욱, 이동국이 이끄는 전북. 패기와 노련미의 대결로도 압축되는 이번 대결은 실력을 뛰어넘어 팀 승리의 주역인 이들이 팀 순위 경쟁은 물론 개인 기록 경쟁까지 벌이고 있어 이래저래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소리없이 강한, 정훈 vs 노종건
노종건은 이미 지난 성남과의 경기에서 상승세의 기를 받은 모따를 꽁꽁 묶으며, 팀 승리에 숨은 주역이 되었다. 경기 초반 끊임없는 몸싸움을 벌이며 1선에서 모따의 침투를 철저히 막아냈다. 모따가 막히지 성남의 공격은 매끄럽지 못하였고, 라돈치치로 연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효과적인 공격을 보이지 못했다.
한 선수를 집중마크 하는 데 자신 있고, 그 역할이 제일 편하다는 노종건은 경기 내내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모따와 신경전을 벌였지만 특유의 자신감과 개인방어의 장점으로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해 냈다.
도화성과 호흡을 맞추면서 공-수에 있어 팀에 안정감을 심어주며 늘 그라운드에서 궂은 일을 다 하고 있는 그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전북의 공간을 차단하여 수비라인에 부담을 줄여주어야만 또 한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노종건과 같은 위치에서 팀 수비에 안정감을 주는 이가 전북에도 존재한다. 최강희 감독이 현 국가대표 조원희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능력을 치켜세워준 정훈이 그 주인공이다. 화려한 공격진을 자랑하는 전북에 있어 그가 수비 조직에서 기여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짜임새 있는 공격을 가능케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의 존재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경기에서 이 둘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인천의 전재호와 전북의 임유환이 각각 경고누적과 부상으로 결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해진 수비라인을 얼마나 커버를 해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비록 전재호가 왼쪽을 책임지고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는 사이드 공간을 사전에 메우기 위해 노종건에게는 더 많은 활동량이 요구되며, 임유환의 공백은 앞선에서 한발 더 뛰며 막아내야 하기에 장훈에게는 더 큰 책임감이 요구된다.
공격수들에게는 수비부담을 줄여주고 수비수들에는 템포를 맞춰주는 노종건과 정훈이 각각 상대의 공격진을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따라 두 팀의 승부가 결정날지 모른다. 서로 강점인 적극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소리없이 강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기대해 보자!
후반전의 빅뱅, 승부를 짓는 볼거리
얄궂게 두 팀은 하나의 재미난 사실을 지니고 있다.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다이내믹한 경기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득점이면 득점, 실점이면 실점, 공-수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후반전 빅뱅의 순간을 기다리며 경기를 바라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은 리그에서 넣은 10골 중 6골을 후반전에 넣었다. 전북은 21골 중 15골을 몰아넣으며, 후반에 유독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중 인천은 9경기 중 5경기의 결승골이 후반에 나왔으며, 2경기에서는 무승부를 만들어내는 득점이 나와 후반전 경기 효율이 상당히 높다.
반면 전북은 후반 몰아치기에 강하다. 대전과 제주와의 경기에서 각각 4, 5골을 넣을 때도 7골이 후반에서 나올 정도였다.
두 팀은 후반전 득점이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그 어느 상대보다 끝까지 집중력을 꾸준히 유지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전북을 상대해야 하는 인천으로서는 후반 벌어지는 공-수 간격을 어떻게 잘 조절하여 전북의 공격을 막아내야 할지 많은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북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인천의 공격력이 수비에 비해 다소 그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인천은 효율적인 공격으로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비록 한점 차 승부였지만 순간 방심으로 결승골을 헌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드러냈던 수비 집중력 저하를 전북은 새삼 되새겨야만 한다.
'좋은' 징크스를 잇나, 홈 연승을 이어가나?
인천을 맞이하는 전북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부산과의 리그와 컵대회에서 패배하면서 예기치 못한 부산 징크스가 만들어지면서 징크스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을 안게 되었는데, 이는 인천을 상대로도 징크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이 올 시즌 홈 무패, 엄밀히 말하면 홈 전승을 기록하고 있으면서 전주 시민과 전북 팬들에게 홈에서의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 더욱이 폭발적인 득점을 기록하면서 일명 골 맛을 팬들에게 안겨주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는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전북이 인천에 가지고 있는 징크스는 현재 전북의 분위기와 정반대인 홈 무승이다. 2004년 이후 전북은 홈에서 인천에 1무 5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유독 홈에서 인천에 한 번도 승리한 기억이 없다는 사실은 쉽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인천은 이런 ‘좋은’ 징크스를 계속 이어가려 할 것이고, 전북은 현재 홈에서 거둔 연승을 또 한 번 이어 나아가며 징크스를 깨려 할 것이다. 인천과 전북이 아이러니하게 맞물려 있는 예기치 못한 전주에서의 천적관계는 리그 1위를 향한 두 팀의 경쟁과 더불어 서로 한 팀은 그것을 계속 잇고 싶어하는, 한 팀은 반드시 깨야만 하는 동상이몽을 그라운드에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인천과 전북의 맞대결은 여러모로 볼거리가 참 많아 보인다.
부산에 연거푸 두 번 지면서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얻은 징크스가 오랫동안 쌓아 온 인천에 대한 징크스에 계속 영향을 줄지, 아니면 홈 연승의 분위기로 징크스 탈출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으며, 나아가 영보이-올드보이의 대결, 소리없는 중원의 싸움, 리그 1위 등극의 영예 등 한가지도 빼놓지 말고 모두 챙긴다면 전주에서 벌어지는 빅뱅의 현장을 팬들은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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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병수(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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