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는 국내 영화 시장을 휩쓸고 있는 콘텐츠다. 2편이나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해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다양한 브랜드로 국내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러한 '마블' 콘텐츠 영화들은 ’히어로 액션‘이라는 특유의 콘텐츠 브랜드와 화려한 VFX(시각특수효과)로 한국 영화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서도 '마블'과 같은 브랜드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까?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 2소회의실에서 ‘CultureNEXT1. 오픈포럼’이 열렸다.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 주최·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 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가 '신과 함께 VS 마블코믹스, 한국적 판타지로 대항하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원 대표는 영화에 ‘새로운 기술’을 담아야 관객을 모을 수 있다고 봤다. 이미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통해 안방에서 고품질의 콘텐츠를 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고, 대중이 극장을 찾을 동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영화계의 고민은 관객의 관심을 극장으로 돌릴 수단의 부재다. 그는 "영화계는 4차원 영화(4DX) 등 새로운 영상 언어 발전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며 "관객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극장에서 지불한 비용에 대한 가치를 보상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과 함께'는 한국형 판타지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 전체의 88%에 해당하는 장면에 VFX 기술을 사용했다. 또한, 향기, 안개, 바람, 섬광 등 20가지 이상의 환경 효과를 적용한 4DX 버전도 선보인 바 있다.
영화 '신과 함께'는 다분히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 '착하게 살아라'는 흔한, 어떻게 보면 뻔할 수도 있는 주제다. 그러나 이야기를 VFX 기술을 통해 새로운 그림에 담았다. 원 대표는 "이것이 우리 콘텐츠의 미래라 생각한다"며 "만약 '신과 함께' 콘텐츠가 VFX 없이 만들어졌으면 외면받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원 대표는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와 같은 경쟁력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영화란 영화 자체가 브랜드화되어, 영화의 시리즈 속편이 등장하거나 게임·애니메이션·TV 시리즈 등으로 파생되는 경우를 말한다. 제작자 입장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 대표는 "'신과 함께'는 한국에서 1·2편을 동시에 찍은 첫 프랜차이즈 영화로, 국내 여건에서는 410억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됐다"며 "성공하지 못했으면 무모한 시도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로 한국 영화 시장의 외향을 넓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흥행 순위 20위권 내의 외화 중 한 작품만 제외하면 VFX 기반의 프랜차이즈 영화"라고 지적했다. 해당 순위에 포함된 외화는 '스파이더맨: 홈 커밍', '미녀와 야수' '킹스맨 : 골든 서클' '토르: 라그나로크', '미이라',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슈퍼배드 3' ,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으로 '너의 이름은' 한 작품만 제외하면 VFX를 사용한 프랜차이즈 영화의 범주에 든다.
원 대표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 중 프랜차이즈 영화는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흥행력을 검증받은 감독 위주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는 흥행력이 검증된 콘텐츠 중심으로 영화를 만든다. 가령 '마블 코믹스'라는 콘텐츠는 큰 예산을 들인 블럭버스터 영화의 제작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국내 영화 흥행 순위=영진위
웹툰 '신과 함께'또한 블럭버스터급 프렌차이즈 영화의 원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원 대표의 생각이다. '신과 함께' 웹툰은 네이버 웹툰 조회수 전체 1위, 45만 권 이상의 단행본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원 대표는 "'신과 함께'는 이미 네이버를 통해 검증받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큰 규모로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원 대표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신과 함께' 1편은 144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했다. 2편이 8월 개봉 예정인 가운데, 이미 3·4편이 제작이 결정된 상태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제작비 대비 완성도를 장점으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이제 한국 영화도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원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영화는 원가가 반영되지 않는 서비스다. '신과 함께'의 영화 1편당 원가는 210억원이다. 하지만 20억원 짜리 영화와 관람료는 같다.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영화는 한국 영화보다 예산이 100배 많다. 적은 예산으로 이 정도 만들면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칭찬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들한테는 칭찬받을 수 없다. 관객은 한국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나 똑같이 1만 원을 내고 본다. '한국 영화니까 봐주세요'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한국 영화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은 VFX가 대규모로 투입되고 로열티(상표 사용료)가 있는 프랜차이즈 영화에 용돈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 영화 콘텐츠들이 전통적인 방식만 고수한다면,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국형 프렌차이즈 영화의 활로는 어디로 뚫어야 할까. 원 대표는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둔 'K무비' 혹은 'K필름'으로 붐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K무비'의 붐업의 바탕은 '콘텐츠의 경쟁력'과 '기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 대표의 생각이다. 원 대표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제작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해외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택시 운전사'와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영화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관심 있는 콘텐츠가 아닐 수도 있다. 반면 '부산행'과 같이 원초적인 성격이 강한 콘텐츠의 경우 해외 개봉에서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렸다. 원 대표는"'신과 함께'의 경우 'K웹툰'의 콘텐츠 브랜드와 'K테크놀러지'를 내세워, 아시아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섹시한 콘텐츠'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영화 시장은 인구수보다 규모가 부풀려진 양상을 띠고 있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 횟수는 4.25회로 아이슬란드와 함께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때문에 국내 극장 시장은 저성장에 머무를 전망이며, 또한 출산율 저하로 시장이 얼마나 유지 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원 대표는 "최소한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매력적인 콘텐츠로 포지셔닝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 대표는 "영화의 본질은 감정과 스토리에 있다"며 "'신과 함께'를 제작할 때도 VFX나 CG가 스토리 보다 부각되지 않도록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관객은 시각적 보상과 정서적인 보상을 동시에 받고 싶어한다. 콘텐츠를 위한 집약적인 기술들은 끊임없이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 /기사제공=스마트경제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