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6월을 한화의 위기라고 봤다. 전체적인 타격 침체에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빠졌다. 그 때 강경학이 등장했다.
강경학의 시즌 출발은 다소 늦었다. 개막 직후 1군에 등록됐었지만 아무 성과 없이 6일 만에 2군으로 내려가 두 달을 2군에 있었다. 그러다 유격수 하주석의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6월 3일 1군에 콜업됐다. 그리고 시즌 첫 타석 기회에서부터 멀티히트를 때려냈고, 첫 선발 출전에서는 3안타를 치더니 이후에도 계속해서 놀라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강경학은 6월 한 달이자 자신의 시즌 24경기에 나서 31안타 3홈런 15타점 18득점 3할8푼3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팀 타율 하위권인 한화에 혜성처럼 등장해 팀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수비에서도 유격수와 2루수는 물론 3루수나 지명타자로 나서기도 하는 등 궂은 일을 도맡았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지만, 강경학에게 자신의 한 달을 돌아봐달라고 하자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드는 한 달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즌 전부터 맛본 좌절, 기회로 삼다
강경학의 올 시즌은 시작 전부터 다사다난했다. 1군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했던 그는 캠프 중간 2군 캠프지인 고치 캠프로 이동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프로 8년차인 강경학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마음이 조금 그렇더라. 야구하면서 그 때가 부상 당한 것보다도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강경학은 "적응을 하면서 괜찮아졌다. 대우도 많이 해주셨다. 그 때부터 차근 내 걸 만들었던 것 같다"며 "1군에 있었다면 악착같이 경쟁하느라 힘들었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시야도 넓어지고, 길도 많아졌다. 어떻게 보면 내게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후 순탄한 길을 밟은 것은 아니었다. 한 차례 1군에 갔다온 이후 내리 2군에 있으면서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다른 선수들의 승격을 곧이곧대로 지켜봐야 했다. 강경학은 "자극도 많이 받았다. 올라가서 잘하는 (정)은원이나 (하)주석이를 보면서 '나도 저기서 뛰고 있어야 하는데'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야구가 보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독기를 품은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더 잘하자. 잘하는데 안부르겠냐 그런 생각이었다"며 "그냥 내 야구만 하자. 내 야구를 만들어서, 내 야구 잘하고 있으면 부르지 않겠냐 생각을 바꾸고 나서 편하게 임하니까 그때부터 좀 다시 잘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멘탈의 기술 혹은 기술을 위한 멘탈
강경학은 생각을 바꾼 것이 달라진 모습이 된 계기라 말한다. 전까지만 해도 내성적인 편은 아니지만 경쟁의 세계에 치이면서 어느샌가 눈치도 많이 보고, 조금씩 뒤로 숨는 성격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스스로의 생각에 사로잡혔다.
강경학은 "내가 실수를 하면 의기소침한게 좀 심해서, 채종국 코치님이 작년에 2군에 계실 때부터 '괜찮다. 누가 실수해서 너한테 욕하는 사람이 있으면 와서 나한테 말하라. 내가 가서 뭐라해준다'면서 그런 것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번에 김남형 코치님도 똑같이 나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부담감이 독이 된다며, 프로에 오는 건 1%였을 지 몰라도 넌 평범한 야구선수니 평범한 생각을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 때부터 편해지기 시작했다. 강경학은 "내가 굳이 잘하려고 해서 잘했던 적이 없구나. 편하게 최선을 다하고, '이 한 경기에 내 플레이를 보여주자'는 그런 생각만 해서 했을 때 더 잘했고, 잘 움직였었는데. 그런 것들을 전부터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때부터 많이 바뀐 것 같다. 퓨처스에 있으면서 타격이나 수비나 시행착오도 많이 겪으면서 내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도움이 됐다"고 얘기했다.
코치들을 물론 동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강경학은 "퓨처스에 있는 친구들에게 많이 고맙다. 거기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하면서 많이 밝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주위에서도 많이 밝아졌다고 하더라. 1군에 잠깐 올라왔다 경기 못 뛰고 내려갔을 때도 정근우 선배님이 '뭘 했다고 내려가냐'고 물으시길래 '한 게 없어서 내려가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항상 그렇게 야구하라'고 하시더라"고 회상했다.
▲'내 야구'를 만들어간다
강경학은 작년까지만 해도 야나기타 유키가 누군 지도 몰랐다. 그러던 중 장진혁의 타격을 보는 후배들이 농담 반 '치는 게 완전 야나기타 유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고, 그 때 영상을 보고 알게 되면서 조금씩 야나기타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당시가 작년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쯤이었다. 뭐라도 시도해봐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강경학은 "나는 상체 위주의 타격을 했기 때문에 밑으로 치는 그 선수가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따라하려다보니 잘 안됐다. 타구가 맞지도 않았다. 그래서 몇 가지를 차용했고, 어쩌다가 하나둘 맞기 시작하면서 좀 더 빠져들어 이것저것 해봤다. 그렇게 나만의 폼이 됐다. 예전에는 공 보는게 급했다면 편해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2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선 것이 자신의 타격폼을 만들어갈 수 있던 배경이 됐다. 이제는 1군에서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는 강경학은 타격폼에 대해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강경학은 "한 타석 치고나면 '그 폼이 아니야, 형' 그런다. 그러면 내가 '그래, 내가 봐도 지금 안 잡혀. 그 땐 이랬는데 지금은 이래' 이런 식이다. 거리감 없이 편하게 얘기해준다"며 웃었다.
그렇게 강경학은 자신의 야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강경학은 "잘했던 것도 있는데 안 맞은 게 더 많아 아쉬운 게 크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공을 맞추려고 하는 그런 습관들이 남아있더라. 다 끝나고 나서 생각이 든다. 생각에 많이 좌우된다는 걸 느꼈다. 나도 모르게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나쁜 습관이 계속 나왔다. 그 컨트롤을 잘 못했던 게 아쉽다"고 돌아봤다.
한편으로는 한 달 동안 마음을 많이 내려놓는 법도 배웠다. 강경학은 "안 될 때 더 내려놓고, 편하게 임해야겠다는 것도 많이 배웠다. 경기는 계속 되는거고,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 내일도 있고 하니까 오늘 일은 오늘로서 끝내고 내일로 바로 넘어갈 수 있게끔 그렇게 하려고 생각도 많이 하고, 바꿔가고 있다"고 전했다.
팬들은 강경학의 활약에 '빛경학', '갓경학'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에 대해 그는 "아직 멀었다. 이제 한 달"이라면서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그 별명에 맞게끔 더 할려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라고 덧붙였다. 남은 시즌 자신의 역할에 대해 묻자 강경학은 "어느 곳이든 가서 보탬이 되는 거다. 어디서든 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게끔 항상 준비하고 그렇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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