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물 만난 고기 같다. 때로는 순진한 듯하면서 여우처럼 도도하고, 또 섹시하면서 백치미 있는 모습까지,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배우 김지우 이야기다.
김지우는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내연남을 살해한 죄로 수감된 코러스걸 록시 하트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최정원, 아이비, 남경주 등 이른바 ‘시카고’ 장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캐스트로 합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좋게 봐주는 분들에게 감사한데 부족한 부분도 많다”며 겸손해했다.
“노력해야 할 게 많은데, 그래도 결혼 후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뭐든지 하고 싶으면 하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안 맞는 역은 버릴 줄 알게 됐거든요. 갑자기 ‘그리스’의 샌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고등학생 역을 맡을 순 없으니까요. 무턱대고 욕심을 안 부리게 됐죠.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매 공연을 열심히 하려고 해요. 관객들이 14만 원씩 내면서 보는 만큼 항상 비슷한 퀄리티로 선보이려고 하고요.”
록시 하트는 스타를 꿈꾸는 죄수다. 최고의 변호사 빌리 플린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언론플레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인기는 식는다. 홀로 남겨진 그는 "갔어, 다 가버렸어"라며 허탈해하다 이내 유쾌하게 춤을 추며 무대에 오른다. 인기와 명성이 얼마나 허무한지 깨닫는 록시 하트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연예인의 진짜 속마음은 모르잖아요. 포장된 부분을 만날 수도 있고 진실된 부분을 만날 수도 있어요. ‘시카고’ 안에는 다 들어있어요. 록시가 빌리 플린에 의해 복화술로 만들어질 때도 있고 진심을 보여줄 때도 있죠. 방송 일을 먼저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걸 겪었어요. 전도연, 전지현 선배처럼 빵 터진 건 아니지만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잘돼 이슈가 되고 알려졌거든요. 또 이후에는 인기가 어느 정도 사그라져서 제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마지막에 ‘갔어, 다 가버렸어’라는 대사를 할 때 공허함이 와닿았죠.
다른 록시는 다 울었다고 하던데 저는 눈물이 안 났어요. 너무 공허한 상황이 되면 눈물이 안 나요.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네’라는 마음에 헛웃음이 나죠. 제가 겪은 상황이라서 이 장면을 연기할 때 너무 와닿았고 마음이 이상했어요. 연기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록시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김지우는 영화 ‘여우비’,'동갑내기 과외하기',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시트콤 '논스톱5', 드라마 '1%의 어떤 것', '로맨스가 필요해' 등에 출연했다. 뮤지컬에는 2006년 '사랑은 비를 타고'로 발을 들였다. 뮤지컬 무대 초기에는 '탤런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있었지만 안정된 연기력과 가창력을 내세워 인정받았다.
“방송에서 멀어지고 공연으로 왔을 때 마음을 잡았어요. 방송 쪽에서는 너무 치열한 삶이었거든요. ‘논스톱5’ 때도 그렇고 제 또래 배우들이 많았어요. 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 하는 게 스트레스였죠. 당시에는 마른 얼짱이 유명할 때였는데 저는 아니니까 오디션에서도 살을 빼라고 하더라고요. 49kg에서 더 이상 얼마나 빼야 하지, 그럼 연기는 못해도 되는 건가 했죠. 오만가지 슬럼프가 다 온 거예요.
우연히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오디션에 붙어 공연 쪽에 갔고 3, 4년 방송을 안 했어요. 방송하면서는 다음 작품이 안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 작품을 즐기지 못했어요. 재밌던 적이 없었죠. 공연하면서는 쉬면서 다른 공연도 보러 다니고, 배울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정신적으로 편안해졌어요. 빨리 찍고 헤어지고 가 아니라 연습을 계속하면서 사람들과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없애줬어요.”
김지우는 '패션 오브 더 레인', ‘아가씨와 건달들’, '김종욱 찾기', '싱글즈, '젊음의 행진', '금발이 너무해', '렌트', '닥터지바고',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드거 앨런 포’, ‘킹키부츠’, 그리고 ‘시카고’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런 그의 목표는 유쾌한 배우가 되는 거다.
“믿고 보는 배우도 좋지만 ‘저 배우는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래서 코믹 장르를 좋아해요. 잘하고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각박한 세상에 웃으면서 보면 좋잖아요. 관객이 힘든 마음을 갖고 가는 건 저도 힘들어요. ‘시카고’는 마지막에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는 작품이죠. 어떤 작품을 하든 웃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서예진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