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2 16:08 / 기사수정 2009.05.12 16:08
가끔 직원들과 회식을 하다 보면 많이 바뀐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우선 개인적으로 서비스 정신도 나름 많아졌고, 내원하는 환자 한분 한분의 증상 호전 상태는 물론이고, 치료가 끝낸 분들이 가끔 찾아올 때마다 느끼는 보람은 정말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다.
이런 것들과 함께 한의원을 운영하다 보니 이른바 ‘사회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좋은 사람 한 명을 사귀면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 시켜 줘서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내 성격이 장난도 잘 치고 요즘 인터넷에서 말하는 소위 ‘엽기적’인 면도 있어 끼리끼리 모인다고 사회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 중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제법 있다.
한 달 전 이런 ‘엽기 지인’ 중 한명이 한의원으로 놀러 왔다. 공공기관 연구원으로 일하는 친구인데 그 때 빨리 처리해야 할 프로젝트를 한참 하고 있어 많이 ‘망가져’ 있었다. 일주일 중 반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구 결과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 밤을 새고 토요일 오전에 한의원을 찾아 대뜸 자신의 입냄새를 치료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중에 있었던 황당 사건을 얘기하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꼬박 밤을 새며 일하다 보니 입냄새가 심해진 것은 당연한 사실. 점심을 먹고 너무 피곤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는데, 자다가 화들짝 놀라 잠을 깼다는 것이다. 팔을 모아 엎드려 잠을 자다 자신의 심한 입냄새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입냄새 때문에 수많은 상황과 어려운 일들을 많이 들었지만 자다가 자기 입냄새 때문에 화들짝 놀라 잠을 깬 경우는 처음 봤다. 고약한 입냄새의 위력 때문에 상대방이 대부분 힘들어 하는데, 자기 입냄새 때문에 치료해 달라고 다짜고짜 얘기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흡사 자기가 싼 대변을 자기가 밟은 경우라고 해야 할까?
구취 클리닉을 하면서 그동안 많이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만나다 보니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나름대로 친하고 또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라 정말 2년 만에 크게 웃었다. 물론 이 친구에게 장난삼아 약간의 협박(?)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너 입냄새 때문에 질식사 안 한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라고~
글-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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