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2 19:56 / 기사수정 2009.05.12 19:56
이스포츠의 중심은 스타가 탄생하는 개인리그고 그 중에서도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엠비시게임 MSL의 양대 메이저리그는 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스포츠의 많은 팬이 일반인에서 메이저리그의 재미와 감동과 화려함에 반해 팬으로 넘어오곤 했다. 그리고 이들 일반인과 팬 사이에 선 경계인들이 이 세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를 가리고 다음 리그의 대세와 전략의 경향성을 알 수 있는 하부리그로 관심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팬들뿐만이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하부리그는 의미가 깊은 무대다. PC방 예선을 거쳐 신인들이 종종 처음 방송으로 팬들과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고 부진했던 올드들이 의욕을 다시 불태우며 기량을 점검하는 시험장이며 무엇보다 메이저에 올라가는 관문이다.
리그를 주최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탄탄한 하부리그를 갖춰야 메이저리그의 질이 올라가므로 필수적인 거름종이 기능을 한다.
메이저리그가 꽃이라면 하부리그는 그윽한 향기로 매력을 짙게 하는 꽃의 향기와 같은 것이다.
이스포츠의 전성기는 개인리그의 전성기였고 동시에 섬세하게 설계된 하부리그 여과 시스템을 갖춘 시기이기도 했다. 특히 MSL은 선수를 사지로 모는 개미지옥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철저하고 잔인한 하부리그 '서바이버' 3중 걸러내기 제도를 자랑했고 '실력자의 무대'인 MSL 브랜드를 보증하는 수표였다.
그러나 프로리그 주5일제 도입 이후 하부리그는 보다 간략해 졌다. 프로리그와의 일정 문제가 겹치며 프로게이머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연습량을 집중적으로 할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부리그에 투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을 인정하며 양대 방송사들은 주어진 여건 안에서 하부리그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이하 서바이버)의 원데이듀얼 시스템도 그런 대안 중 하나였다. 한 조에 4명의 선수가 2명씩 짝을 지워 승자와 패자를 가리고 승자는 승자조에서 MSL 진출전을 가리고고 패자는 패자조에서 부활전을 거쳐 승자조의 패자와 다시 MSL 진출을 노리는 제도다.
명료한 긴장감을 살리려는 취지는 좋으나 프로리그 주5일제의 여파로 선수들이 첫 경기만 준비를 해오는 바람에 1경기 이후엔 방송에서 팬들에게 보이는 경기력도 좋지 않고 최선을 다한 준비가 아닌 운적인 요소가 개입할 수 있는 게 흠이었다.
엠비시게임 입장에서도 MSL 브랜드 하에서 활동했고 활동하고 또 활동할 선수 1인이 단 하루의 노출로 끝나는 건 낭비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사정하에서 엠비시게임은 로스트사가 MSL이 끝난 후 원데이듀얼을 손본 분리형듀얼을 시행 중이다. 조에서 4명의 선수가 각 1·2경기 후 승자조만 거쳐 1명의 MSL 진출자를 가리고 이후 패자조부터의 진행은 모든 조가 한바퀴 돈 후 다시 시작하는 형태인데, 방송 1회차당 두 개조가 배분된다. 또한, 목·토로 일주일에 두 번 분배된 방송을 목요일 2시부터 두 회차를 합해서 리그를 진행한다.
의욕적인 진행에도 불구하고 4월 16일 첫 방송부터 2조 승자전 고인규vs안상원의 TvsT이 1시간 넘게 진행되고 또 재경기까지 거치면서 진행이 늘어져 오후 11시 10분경에야 방송이 끝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우연에 불과해 보였던 이 날의 사고는 새로운 제도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방점이었다
원데이듀얼과 달리 분리형 듀얼에선 1패라도 하는 선수는 짐 싸들고 숙소로 가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MSL 진출전을 치루게 되는 탓에 쉽게 GG를 치지 않고 경기를 길게 끄는 경향이 생겼다. 본래라면 선수가 대충하는 경기 없이 의욕을 자극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장점이었겠지만 문제는 하루에 8개조가 2시부터 경기를 펼친다는 사실이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선수도, 해설자도, 시청자도, 관계자도 지칠 수밖에 없고 의욕적인 투지가 지루함을 유발하는 근성으로 변하고 1분 1초가 백근의 깃털로 변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1·2경기 맵은 비잔티움3와 카르타고2로 고정인데 하루에 8번이나 똑같은 비잔티움3 경기를 반복적으로 봐야 한다.
백근의 깃털이 천근의 깃털로 변하는 순간이다. 여기에 더해 한 종족이 다수 올라와 동족전이 만연하거나 특정 종족전이 비잔티움3에서 반복되면 천근의 깃털은 만근의 깃털로 변한다. 실제로 지난달 16일엔 TvsZ가 비잔티움3에서 6번이나 펼쳐졌다. 이쯤 되면 하루 일정이 끝나면 앞서 경기한 선수들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날 지경이다.
매니아급 시청자라도 소화하기 힘든 환경인데 일반 시청자라면 리모콘에 손이 가지 않곤 배기기 어렵다. 이러다 TvsT가 겹쳐서 나오면 1시간 넘는 장기전 시에 유즈맵에서 '배틀크루저 야마토 승부차기 컨트롤 전투'로 승패 정하기 룰이라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엠비시게임에 시청자 입장에서 불만을 제기할 사항이 한 가지 더 있다. 이스포츠 리그 시청은 현재 케이블 방송뿐만이 아니라 곰티비,다음팟,아프리카,플레이플 같은 웹 방송매체의 접근성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엠비시게임은 케이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이번 서바이버 토너먼트 부터 어떤 웹 방송매체와도 계약을 맺지 않았고, 여유 없는 시청자들에게 자유로운 경기 시청을 보장하는 'VOD 다시 보기'마저도 불가능한 상태다.
물론, 엠비시게임 홈페이지는 VOD 서비스를 지원하지만 실제 볼 수 있는 건 일주일이 지난 후며 화질도 조악하다. 일주일‥ 일주일 넘어 시의성이 끝난 그 많은 경기를 조약 한 화질로 누가 즐겨 찾아 보겠는가?
불편한 진행하에서 어렵게 최선을 다해 치러진 경기들이 시청 되지 못하고 묻히는데,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다. 인터넷 접근성 차단은 케이블 시청률을 올리는 묘수가 아니라 시청자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 무엇에 다름없다.
평일 2시부터 케이블TV에서 방송하는 경기를 속편이 시청할 수 있는 건 극소수의 사람뿐이며 케이블 TV 외에 다른 접급로가 차단된 상태에서 VOD 다시 보기마저 어렵다면 백수가 아닌 이상에야 서바이버->MSL로 이어지는 리그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리그는 스토리고 서사다. 전개를 못 본 드라마는 발단도 안 본다. 엠비씨게임은 자사의 시청자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자사 리그를 보는 한갓 취미에 매달릴 거란 자신이 있는가?
개편된 서바이버에서 선수와 리그에 관해 눈여겨볼 수치도 있다.
현재 12조 모두 1 사이클을 돌았는데, 승자전에서 2경기를 치른 선수가 MSL에 올라갈 확률은 33.%(소수점 둘째 이하 생략)고 2경기에 기습적인 초반러쉬로 각각 4분대와 8분대에 경기를 끝낸 염보성·이성은을 제외하고 2경기 선수들의 MSL 진출 확률은 16.6%에 불과하다. 장기 혈전이 유도되는 2경기에서 체력과 집중력을 심하게 소모한 선수들이 여유롭게 휴식한 1경기 승자 선수와 붙은 게 원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같은 방식을 되풀이할 때 비슷한 수치가 반복된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하루에 2회차를 모두 진행하는 현 방식에서 휴식 시간을 충분히 줄 순 없다.
서바이버 토너먼트가 분리형 듀얼 체제를 고수해야 한다면 목·토로 나눠서 진행하고 각 조의 1·2경기 맵을 동일하게 깔지 말고 홀수 조와 짝수 조로 나눠 1·2경기_A맵과 최종진출전_B맵을 거꾸로 바꿔 쓰면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웹 방송과의 연계를 거부한다면 온게임넷의 플레이플 같은 전용 웹 방송매체를 기획하거나 최소한 화질 좋고 'VOD 다시 보기'라도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동반하는 법이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자가 새로운 시도로 성공을 거두는 법이다. 오랜 리그진행으로 관록을 쌓은 엠비시게임인 만큼 문제요소를 잘 고려하여 방송사·선수·시청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