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2008-200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리버풀과 아스날의 경기가 치열한 난타전 끝에 4-4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리버풀은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쳐 승점 71점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동률을 이루며 골득실차로 앞서 선두에 올라서게 되었다.
선두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맨유는 리버풀보다 2경기를 덜 치른 상태라 내일 있을 포츠머스전의 결과에 따라 재차 선두에 올라설수 있으며 덜 치른 두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둘경우 리버풀과의 승점차를 6점으로 벌릴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감독이 경기를 보며 미소를 지을수 있는 이유는 다른곳에서 찾을수가 있다.
1. 상승세의 리버풀 주춤
불과 한 달전까지만 해도 맨유는 리버풀과 승점 10점차의 여유를 보이며 리그 3연패를 향해 순항중이었다. 하지만 리버풀과의 맞대결에서 1-4로 대패한 이후 맨유는 풀럼전까지 2연패를 당했고 반면 리버풀은 연승행진을 달리며 무서운 기세로 추격을 하고 있었다.
부상과 체력저하로 맨유는 승리를 하더라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깜짝신예 페데리코 마케다가 없었다면 현재 1위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반면 리버풀은 연승행진을 달리며 승승장구했고 비록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오히려 리그에 전념할수 있다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아스날과의 경기에서도 리버풀은 제라드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주축선수들이 대거 결장한 아스날에 비해 전력적으로 우세한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다음주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는 아스날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경우 맨유의 남은 일정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수 있을 찰나였다.
예상과 달리 아스날은 리버풀과 올시즌 최고의 명승부를 보이며 4-4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리버풀에게는 패배와도 같은 뼈아픈 무승부였고 '철천지 라이벌' 맨유에게 승점 2점을 안겨주는 선물을 주었다.
2. '4골 폭팔' 아르샤빈의 부재
'유로2008의 신데렐라'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혼자서 4골을 집어넣으며 리버풀이 간절히 원하는 리그우승에 고춧가루를 뿌렸다.(리즈시절 비두카 이후 리버풀을 상대로 4골을 성공시킨 첫 선수이다.)
겨울이적시장에 아스날에 합류한 아르샤빈은 유로2008 시절의 멋진 활약을 그대로 이어가며 3달도 지나지 않아 핵심멤버가 되었고 이번 경기에서 그의 이름을 전 유럽에 다시한번 각인 시켰다.
유망주를 선호하는 아르센 벵거 감독이 27세의 늙은(?)선수에게 왜 그렇게 큰 돈을 썼는지 알수 있는 올시즌 최고의 활약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활약을 보이는 아르샤빈은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할수 없게 된다. 이미 러시아의 제니트에서 올시즌 챔피언스리그를 소화했기때문에 규정상 아스날의 소속으로는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할수 없는것. 이것은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아스날에게는 불행으로 다가오지만 아스날을 상대하는 맨유와 퍼거슨감독의 입장에서는 아르샤빈의 부재에 한숨 돌릴만 하다. (그러나 리그에서는 아르샤빈을 상대해야한다.)
3. 붕괴된 아스날 수비
챔피언스리그에서 처음 상대하는 '숙명의 라이벌' 아스날과의 경기는 퍼거슨 감독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것이다. 시즌 종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아스날을 만나게 된것을 유감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비야레알과의 8강전에서 아스날은 팀의 핵심 수비수들을 모두 잃었다. 수비의 핵심인 윌리엄 갈라스가 시즌 아웃을 통보받았고 벡업 센터백인 요한 주루, 측면수비수인 가엘 클리쉬와 주전 골키퍼 알무니아가 모두 부상을 당하며 맨유와의 경기에 맞춰 몇명이나 돌아올지 의문이다.
첼시와의 FA컵 준결승전에도 드록바에게 처참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아스날 수비진은 이번 경기에서도 토레스와 베나윤에게 농락당하며 4골이나 실점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냐는 최악의 움직임을 보이며 실점의 빌미를 여러번 제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파비앙스키는 여러차례 멋진 선방을 보여주었지만 4실점이나 기록했다. 이들이 맨유의 공격을 상대로도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스날의 결승진출은 그만큼 힘들어진다.
'추격자' 리버풀이 잠시 주춤하고 챔피언스리그 4강전 상대인 아스날의 전력약화를 확인한 맨유가 과연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