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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탑매치에서 나타난 한국여자배구의 문제점

기사입력 2009.04.19 22:13 / 기사수정 2009.04.19 22:1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8일과 19일, 전라남도 광주염주체육관에서는 2008~2009 시즌에서 1, 2위를 기록한 한국과 일본 여자배구 선수들의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2009 한일 V-리그 탑매치에서 그동안 8연패를 당했던 한국여자배구팀은 18일 경기에서 히사미츠 제약과 토레이 애로우즈를 완파하고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습니다.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은 히사미츠를 세트스코어 3-1로 눌렀고 준우승 팀인 GS 칼텍스는 일본 리그 챔피언 팀인 토레이를 3-0으로 완파했습니다. 그러나 19일에 벌어진 두 번째 경기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의 경기가 전개됐습니다.

히사미츠와 토레이는 첫날 경기에서 완패 당한 뒤, 공인구에 대한 적응 문제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점도 원인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첫날에 나타난 일본 팀들의 조직력은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둘째 날에는 조직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팀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십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벌어진 AVC(아시안컵) 대회에서 한국여자배구 대표 팀은 일본의 2.5군 팀을 상대로 11연패의 사슬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최정예 멤버가 출전한 대회에서는 여전히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지요. 첫 날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토레이와 하시미츠는 둘째 날 경기에서 한층 완성된 '조직력'을 선보였습니다.

GS 칼텍스를 3-2로 이긴 히사미츠의 수비는 혀를 내둘 정도로 탄탄했습니다.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의 기둥'으로 불리는 사노 유코는 디그는 물론, 서브리시브와 2단 연결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한국대표팀과 일본대표팀의 가장 큰 전력 차이가 보이는 포지션은 리베로와 세터, 그리고 센터 포지션입니다. 사노는 일본뿐만이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수준급의 리베로입니다.

국내리그에서 MVP를 수상한 데라크루즈의 공격을 무력화 시킨 것도 사노의 수비력이었습니다. 데라크루즈의 볼이 정확하게 어디로 떨어지는 간파한 사노는 미리 위치를 선점해 놓고 지속적으로 데라크루즈의 공격을 허공에 띄웠습니다. 또한, 이날 경기의 수훈갑이었던 효도 시즈카는 168cm의 단신에 불과했지만 탄탄한 기본기로 팀의 조직력을 이끌었습니다.

효도는 안정된 리시브는 물론, 뛰어난 디그 능력과 빠르게 볼을 처리하는 기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국내 선수들은 장신화에 주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신이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는 좀처럼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한일 탑매치에서 나타난 평균 신장에서도 한국 팀이 일본 팀보다 한층 높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본팀은 높이의 열세를 그물망 같은 수비로 대체하고 있었습니다. 히사미츠는 물론, 토레이도 주전 선수 대부분이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일본대표팀의 주전 공격수인 기무라 사오리(23, 토레이)는 180cm가 넘었지만 리시브와 수비, 그리고 상대편 코트를 보는 넓은 시야까지 고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고교시절부터 일본대표팀에 발탁된 기무라 사오리는 대표팀 초기 시절에는 '구멍'으로 여겨졌었습니다. 그러나 풍부한 국제대회를 경험한 기무라는 배구와 관련된 모든 기술을 고루 익힌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국내리그에서 김연경(21, 흥국생명)이 큰 장신에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선수로 유명한 것처럼 기무라는 일본여자배구가 자랑하는 '멀티 플레이어' 선수입니다.

기무라의 경기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하는 플레이'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격을 하기 전에 상대편 코트의 빈자리를 확인 한 뒤, 그곳에 연타로 찔러 넣는 기교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좋지 못한 볼을 처리하는 방법도 매우 훌륭했지요. 후방에 가면 다른 선수들과 협력 수비를 펼치고 전위에 들어오면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섞어서 상대 수비진을 농락하는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눈여겨볼 점은 현대배구의 추세인 '스피드'문제입니다. 아직 본인이 가진 최상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한송이(25, 흥국생명)의 플레이는 국내무대가 아닌, 일본팀과의 경기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 선수들과 비교해 현저하게 느린 한송이의 공격 타법은 일본 코트를 폭격하기에 부족했습니다.

신장에 비해 타점이 낮고 움직임도 김연경만큼 민첩하지 못한 한송이의 공격이 통하려면 '빠른 스윙'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기무라처럼 '생각하는 플레이'도 필요하겠지요. 또한, 블로킹과 수비수에게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도 매우 중요합니다.



흥국생명과 GS 칼텍스는 2007년에 일본에서 벌어진 한일 탑 매치 경기보다 훨씬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무엇보다 흥국생명의 센터진인 김혜진-전민정이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속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한일 탑매치를 통해 한국 팀인 흥국생명과 GS 칼텍스가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일본팀과 비교해 객관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하려면 프로배구만이 아닌, 한국여자배구의 전체를 조명해야 합니다. 한국배구연맹의 경기위원인 조혜정 위원과 KBSN의 배구 해설가인 박미희 위원은 모두 고사상태로 가고 있는 한국 중․고교 배구의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국내 여자배구 선수들 중,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인 김연경은 어릴 때부터 착실하게 익힌 기본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뛰어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높이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지만 '기본기의 부족' 때문에 아직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여자배구 인프라와 한국 선수들의 환경은 비교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여자배구 선수들의 기량은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 지상주의를 벗어나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내 리그에서 가볍게 성공되는 공격들은 일본 선수들에겐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점의 차이를 극복해나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일본대표팀과의 대결과 한일 탑 매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 것입니다.

학원 배구의 활성화와 유망주 성장이 한국여자배구의 발전에 근간을 이루어야 합니다. 또한, 국내 프로리그도 성적 지상주의를 벗어나서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사진 = 흥국생명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GS 칼텍스 (C) 엑스포츠뉴스DB 이상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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