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전지적 참견 시점' 조사위원회가 9일부터 16일까지 8일동안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2층 M라운지에서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조사위원회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장에는 MBC 기획편성국 조능희 본부장(위원장), 오세범 변호사, MBC 경영지원국 고정주 부국장, MBC 예능본부 전진수 부국장, MBC 홍보심의국 오동운 부장, MBC 편성국 이종혁 부장이 참석했다.
지난 5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는 이영자와 매니저가 어묵을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에서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과 함께 4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화면이 전파를 타 논란이 됐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어묵'을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할 때 쓰는 단어임이 알려저 더 큰 문제가 됐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되자, MBC는 바로 다시보기 VOD를 삭제하고 9일 긴급 조사 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사위원회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세월호 참사 진상 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오세범 변호사와 내부인원 5명으로 구성됐다. 조사위원회가 8일 동안 진행한 조사 결과에서 밝혀진 사안들을 정리했다.
▲ 세월호 화면 사용, 그 배경은?
'전지적 참견 시점' 조연출은 5월 1일 프로그램 1차 시사 후 이영자의 에피소드에 몰입도를 높일 방법을 고민했다. 이에 평소 이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던 이영자가 이성에 대한 관심을 표한 상황을 '뉴스 속보'처럼 구성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에 조연출은 1일 FD에게 필요한 뉴스멘트를 제시하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2일 FD로부터 10건의 자료를 전달받았다. FD는 앵커 멘트 위주로 자료를 찾았고,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 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시를 그대로 수행했다. 10건 중 2건이 세월호 뉴스 관련 영상이었고, 조연출은 세월호 관련 자료가 포함된 뉴스 화면 세 컷을 사용했다.
수많은 속보 영상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연출이 원하는 그림(앵커의 바스트 샷), 호, 편집점에 맞는 영상을 붙이다보니 저 멘트가 최선이었다고 한다"고 조사위가 전했다.
▲ 세월호 피해자 조롱 의도가 있었나
조연출이 선택한 세 컷의 멘트는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현장 분위기 알아보겠습니다'였다. 이 중 첫 번째 멘트가 담긴 이진 아나운서의 영상과 세 번째 멘트가 담긴 최대현 아나운서의 영상이 세월호 관련 영상이었다. 조연출은 오디오 위주로 편집점을 잡다보니 첫 번째 영상은 세월호 관련 영상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세 번째 영상은 뉴스 멘트 자체에 세월호 언급이 없기 때문에 뒷배경을 보이지 않게 하면 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어묵' 자막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여 만든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조연출은 일베에서 '어묵'이 세월호 피해자를 비하, 조롱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몰랐다고 말했다.
▲ 조연출 및 FD가 '일베'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는?
조사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제작진의 동의 하에 휴대전화 SNS 관련 활동 현화를 조사하고, 내부 평판으로 '일베' 이용 여부를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당 조사가 철저히 일베 여부를 가려냈냐는 의혹에 대해서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그 이상 조사할 수 없다. 본인 양심에 맡겨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동료들부터의 평가와 열람할 수 있는 SNS 기록과 활동 내용을 토대로 1차적인 판단을 한 결과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다른 제작진은 언제 인지했나 (단체채팅방 '세월호' 언급 여부)
'전참시'의 세월호 논란이 불거진 뒤 단체채팅방에서 제작진들끼리 '세월호 영상을 사용해도 되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당시 MBC 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조사위원회는 "FD, 조연출을 비롯한 총 4명의 제작진 휴대전화 속 단체 카톡방 화면을 캡처하여 비교한 결과 동일한 화면임을 확인했고, 그 속에 세월호를 언급하는 내용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편집 후 시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FD, 조연출, CG처리한 미술부 외에 다른 사람들은 이미 뒷배경이 흐림처리된 이후 화면만 봤기 때문에 이 화면이 세월호 뉴스 화면일 것이라고 인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연출이 처음 이 문제를 인지한 건 5월 5일 본 방송 당일 밤. 방송 직후 세월호 화면이 사용된 걸 지적하는 네티즌의 댓글을 본 홍보대행사 직원에 의해 문제를 인지했다. 바로 다음날 오전 9시에 방송되는 재방송에서 문제가 된 최대현 아나운서의 화면을 삭제했다. 이진 아나운서의 화면은 이때까지도 세월호 관련인지 몰랐다는 것.
▲ 방송 후 후속 조치는 왜 미흡했나 (게시판 비공개 처리)
연출은 세월호 관련 뉴스가 CG처리 되어 사용된 걸 확인한 후 바로 수정을 지시하고, 다시보기 등을 중단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 홈페이지 게시판은 프로그램 출범 당시부터 작성자와 제작진이 볼 수 있는 게시판으로, 논란 이후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 아니다.
▲ 이번 논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여부
이번 세월호 영상 사용 논란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서 피해자가 없는 사건이 아니다. 이미 많은 세월호 유가족이 상처를 받았고, 방송을 본 시청자와 출연진까지 상처를 받았다.
조사위원회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도, 조연출의 단순한 과실로 볼 수없다.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다룬 뉴스를 사용하고자 했다는 점이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해당 조연출은 방송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기에, 엄중이 책임을 물으려 한다"고 잘못을 지적했다.
또 "아울러 실무책임자인 연출과 관리책임자인 부장, 총괄책임자인 본부장 등도 시사과정에서 자료 사용의 적절성 등을 판단하지 못하고 겨로가적으로 방송이 된 점, 미흡한 사후 조치, 소속 사원에 대한 윤리 교육 및 관리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해당 조연출, 연출, 부장,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회사에 공식 요청했다"고설명했다.
징계 수위는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아직 알 수 없지만 결정되는 대로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조사위원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 강화 ▲ 방송 구성원 윤리 재교육에 대한 교육 수립 및 시사를 약속했다.
먼저 자료 용에 대한 게이트 키핑은 필요시 제작 현업과 협의를 통해 사전 결재 절차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 상의 관리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제작 가이드라인 등 관련 규정을 보완하고 제작 시스템을 점검할 것이라 했다.
또 방송종사자로서 사회 공동체 현안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 제고를 위한 회사 차원의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방송 구성원의 윤리재교육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전지적 참견 시점'은 어떻게 되나
논란 이후 '전지적 참견 시점'은 녹화부터 방송까지 모든 시스템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에 폐지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조사위원회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서는 모든 게 스탑되어 있다. 출연진들도 이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결과 발표 후 각 출연진과 논의해서 향후 방송 일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리가 되는 대로 다시 말씀을 드리겠다.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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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