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6.15 03:03 / 기사수정 2005.06.15 03:03
한국 영화계는 지난해 1000만 돌파 이후 조금 주춤한 상태다. 비록 떠들썩 한 블록 버스터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소리없이 조용하게 관객수 500만명을 넘긴 영화가 있다.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이다. 애초에 아무도 이 정도의 흥행을 기대하지 않았다.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최근 개봉작을 살펴보면 많은 수의 영화들이 스포츠 소재를 다른 영화가 많다.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조선인 레슬러 이야기의 '역도산'이나 복싱 소재를 다룬 영화 '주먹이 운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다룬 영화 '태풍태양'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제작비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설경구 주연의 '역도산'은 전국관객 160만에 그쳤고 한국 영화 최초의 남극탐사를 다룬 영화 '남극일기'는 화제가 됐던 개봉 전과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모두 영상과 탄탄한 구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섬세하지 못한 드라마 전개가 실패 요인이었다.
영화 '주먹이 운다'는 배우 최민식과 류승범 그리고 감독 류승완으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휴먼드라마에 그쳐 흥행을 일구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한 남자가 최고의 춤꾼이 되는 과정을 그린 총 40억원의 총제작비가 투입된 '바람의 전설' 또한 당시 흔치않은 댄스영화였지만 전국 30만 관객에 머물렀다. 이성재의 원톱에 대한 관객 호감도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이 메가톤을 잡은 인라인 스케이트 소재의 '태풍태양'은 빛도 보지 못한채 일주일만에 조용히 간판을 내렸다. 익스트림 스포츠의 짜릿하고 청춘들의 신선한 맛을 기대했지만 이렇다할 소문 없이 사라졌다.
한때 스포츠 영화는 망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포츠를 테마가 대세일 정도로 줄지어 개봉을 이루고 있다. 영화 '말아톤'을 비롯하여 '만인의 여동생' 문근영 주연의 '댄서의 순정', 최민식 류승범 '주먹이 운다' 등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들만해도 흥행 구도 안에서 높은 수위를 유지했다.
할리우드에서 스포츠 영화는 그리 특별한 장르가 아니다. 굳이 스포츠의 색채를 강하지 띄지 않으면서도 할리우드에서는 늘 한 두편 쯤은 스포츠 영화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할리우드의 스포츠 영화는 지나치게 미국적 색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특징.
애초에 할리우드 스포츠 영화는 남성 관객층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종목은 권투. 1931년 개봉한 영화 '챔프 The Champ'는 타락의 길을 걷던 한 사내가 재기하여 성공하는 내용으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이후 '골든 보이 Golden Boy'(1939), '상처뿐인 영광 Somebody Up There Likes Me'(1956) 등이 홈런을 날리며 80년대 중반에는 실베스타 스텔론의 '록키'(1976)는 5편으로 연작될 만큼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는 오락과 흥미 위주의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한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승리로 결론을 맺는 경우가 공식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스타의 일대기를 다루거나 대부분은 인간 승리 드라마로 감동을 뽑아 낸다.
그러나 공식이 뻔한 스토리의 영화는 이제 관객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한다. '해체위기 태권도부를 구하라'는 특명를 다룬 영화 '돌려차기'는 스포츠를 통해 삶이 바뀌는 열혈청춘들의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게 그렸지만 결국 승리의 영광을 맛본다는 도식적인 구도로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 스포츠 관련 영화가 각광을 받는 것은 '스포츠를 통한 극단적인 고난 극복'을 중심으로 다루는 구도가 이제는 '인간의 삶을 극대화해는 하나의 도구'로써 쓰인다는 것에 차이들 둔다. 때문에 영화는 인간적이며 소시민적인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도식적인 이야기가 이제는 스포츠라는 매개체를 통해 생동감 있는 인생을 그려준다.
스포츠 영화는 스포츠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어야 한다. 스포츠 자체가 '각본 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각본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재미있으려면 그 이상의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그 요소는 코미디일 수도 있고 멜로일 수도 있다.
프로 스포츠가 점차 확산되면서 영화계는 스포츠가 인간드라마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음을 발견한다. 또 영화는 어떻게 하면 실제 경기처럼 재현하느냐인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제들을 풀어나가며 '승부'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이 지속되는 만큼 오랫동안 영화계에서는 스포츠의 영역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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