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유병재의 황니는 더 이상 노래져서는 안 됩니다. 왜냐면요…
지난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유병재의 두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이 열렸다. 현장에는 약 22:1의 경쟁률을 뚫고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같이 치열한 티켓팅)에 성공한 4천 여명의 팬들이 참석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유병재의 농담은 성역이 없었고, YG부터 '나의 아저씨', 정치인에 더해 자기 자신까지 모든 곳을 찔렀다.
공연은 최근 그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가 사과를 한 사건을 언급하며 시작됐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팬카페 '정신병재'(現 '유병장수')에 '나의 아저씨'를 호평하는 글을 올렸다가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유병재가 '나의 아저씨' 주인공의 나이 차이와 여자 주인공을 향한 폭력을 옹호했다는 것.
하지만 단순히 '나의 아저씨'를 재미있게 본 것을 재차 사과하는 것은 그가 팬카페에 올린 사과문 이상의 재미도 의미도 전하지 못한다. 유병재는 "'나의 아저씨'를 재미있게 본 걸 죄송하다고 해서 죄송하다", "'나의 아저씨'를 재미있게 본 걸 죄송하다고 한 걸 죄송하다고 해서 죄송하다"고 이 논란을 블랙코미디의 소재로 삼으며 본격적인 코미디를 시작했다.
그가 준비해 온 농담은 '자신의 이가 앞으로 더 노래질 이유'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준비해 온 농담을 들려주기에 앞서 오늘의 공연이 그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중간중간 특정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단어가 나올 때면 '띵동' 신호음이 울렸다. 소위 말하는 '악플'이 정중한 톤으로 들려오고 유병재는 이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이크를 잡은 유병재에게 많은 사람들이 한 마디씩 던진다. 왜 소속사인 YG는 못까냐, 19금을 걸어두고 성인 코미디는 못하냐, 보수만 비판하고 진보는 비판하지 않느냐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유병재는 자신을 향한 이 모든 비판에 답했다. YG를 약국이라 말했고, '미투' 가해자로 폭로된 안희정 전 지사를 비판했으며, 자신을 '조루'라고 고백하며 성인용 개그도 선보였다.
'B의 농담'은 모든 사람이 불편하지 않고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지향한다 했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 역설한다. 검정색이 좋다고 이야기하면 흰색을 좋아하는 이들이 비난하고, 흰색이 좋다고 이야기하면 검정색을 좋아하는 이들이 비난한다. 회색을 좋아한다고 하면 양 쪽에서 '회색분자'라고 비난한다.
유병재처럼 사회적 현상 혹은 특정 사람에 대한 풍자를 바탕으로 한 개그를 하는 이에게 이런 비난은 일상일 터. 그는 이런 비난에 입을 닫게 되고, 입을 닫으며 사회와 단절되고, 사회와 단절됨으로서 씻지 않게 되고, 그래서 자신의 이가 더 노래질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말인 즉슨 자신의 말에 반대하는 이도 말 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활발한 토론은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건강한 움직임 중 하나다.
그러나 비판을 넘어선 무조건적인 비난은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한다. 대화의 장은 사라지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극단으로 나뉘게 된다.
유병재가 자신을 향한 비판들에 하나하나 해명한 것은 그 비판에 겁이 나서 비판을 멈춰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을 향한 비판이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반론과 재반론이 가능한 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지 않을까.
유병재는 자신의 황니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이가 노래지길 바라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단 더욱 '건강하게' 그리고 '동등하게' 말이다.
'B의 농담'은 유병재의 농담에 더해 이제는 유병재 사단이라고 할 만한 매니저 유규선과 후배 문상훈까지 무대 위에 올라와 공연의 재미를 배가 시켰다. 이들이 등장할 때 마다 객석에서는 유병재가 등장할 때 이상의 함성이 터져나왔고, 유규선이 유튜브에서 보여줬던 '토마토랩'을 들려줄 땐 떼창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유병재의 이는 더이상 노래져서는 안된다. 아니 'B의 농담'을 보고 난 뒤 그의 이가 더 노래질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처음으로 사과문을 쓸 만큼 큰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 자신의 생각을 소신있게 말하지 않았는가.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