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김희원이 영화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를 통해 스크린 주연 도전에 나섰다. '연기'라는 자신의 길을 꾸준히 지켜 온 김희원의 묵묵한 발걸음이 빛을 발하고 있다.
4월 19일 개봉한 '나를 기억해'는 의문의 연쇄 범죄에 휘말린 여교사와 전직 형사가 사건의 실체와 정체불명의 범인인 마스터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영화는 실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청소년 범죄와 음란물 유포를 모티브로, 이를 범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냈다.
김희원은 끝까지 사건을 쫓는 전직 형사의 근성을 가진 오국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김희원은 많은 작품 속에서 대중에게 강렬함을 안겼던 악역과는 정반대의, 편안하고 푸근한 모습이었다.
"첫 주연작이지만, 이전과 다른 것은 없어요"라고 미소를 내보인 김희원은 "영화가 잘 되기 위해서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죠. 사실 이 영화가 시작한 지 20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 제가 등장하거든요. '제가 과연 주연인가' 이런 생각도 들고,(웃음) 포스터에 제 얼굴도 있기에 '주연이구나' 싶었어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크랭크업 후 다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김희원은 촬영 현장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평소에는 집 현관문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릴 때도 있어 당황스러운 일이 생길 때도 있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기억력이 특화된 것 같다'면서 "10년 전 촬영도 생생하게 다 기억이 나요"라고 설명한다.
실제 한파주의보 속 사방이 뚫린 건물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먼지가 가득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촬영하는 등 고생을 했던 경험담들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모두가 함께 애썼던 '나를 기억해'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부족한 부분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라며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 속에서는 전직 형사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은 김희원의 섬세한 노력이 눈에 띈다. 시나리오에는 글로 표현돼있지 않은 국철의 작은 행동, 말 한 마디도 한 번 더 상황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그림을 그려나갔다.
김희원의 존재감과 인기가 한층 더 부각된 것은 지난 해 5월 개봉했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영향이 컸다. 영화를 아끼는 팬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팬덤이 형성됐고, 이 안에서 김희원 역시 1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꾸준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희원은 "너무나 큰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라면서 "진짜 제가 누려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정말 신기하고 감사하죠. 제가 어느 인터뷰에서 '다 한때죠'라고 웃으면서 넘긴 일이 있었는데, 이후에 팬 분들이 저를 만난 자리에서 '저희 한 때 아니에요!'라고 얘길 하시더라고요. 생일 때도 팬 분들이 아이돌만 받는다는 지하철 광고를 해줬는데, 지인들에게 축하 문자도 많이 받고 그랬어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평소 당구를 취미로 즐기고 있던 김희원은, "당구도 거의 1년 반~2년 째 안 치고 있는 것 같아요"라면서 "취미가 없는 요즘"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스크린에 본격 데뷔하고, 20편에 가까운 드라마와 28건에 이르는 영화에 다양한 역할로 차곡차곡 존재감을 쌓아올렸다.
2016년 방송된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지난 해 '의문의 일승'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나를 기억해'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으며, 지난 달 촬영을 시작한 '뎀프시롤'까지 차기작을 확정한 상태다. '뎀프시롤'에서는 오래된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박관장 역을 맡아 김희원만의 개성 있는 연기를 다시 한 번 선보일 예정이다.
김희원은 계속된 작품 활동의 이유로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웃으며 "일이 없이 쉬었을 때, 그 두려움에 대한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하게 남아있어요. 너무 괴롭고 힘들었던 그 마음이요. 그러다 보니 일을 쉬지 않고 계속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고, 다행히도 지금은 또 많이 찾아주시기도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죠"라고 안도를 표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에 더 책임감이 생긴다"고 전한 김희원은 "물론 이전에도 그랬지만, 더 신중해야겠다고 계속 다짐하고 있어요. 저 자신과 관객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실 부담감도 커졌죠. 걱정도 늘어났지만, 앞으로도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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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