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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2인자' 조애니 로셰트와 안도 미키의 교훈

기사입력 2009.03.31 15:20 / 기사수정 2009.03.31 15:2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2009 피겨 시즌은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시즌에 나타난 여자 싱글의 판도를 보면 김연아가 압도적인 선수로 군림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점프의 정확성과 기술의 우수성, 여기에 표현력과 스케이팅 기술 등 모든 면에서 김연아를 따라올 선수는 없었습니다. 김연아는 그동안 부상 문제로 인해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해서 세계 챔피언 자리를 놓쳤습니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발등 부상과 스케이트 날에 문제가 생기는 고비가 김연아에게 닥쳐왔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온 김연아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죠. 이번 시즌 김연아는 최상의 컨디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자신의 가장 큰 적인 부상의 악령을 떨쳐냈습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북미의 언론들은 여전히 여자 싱글 챔피언으로 아사다 마오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김연아가 부상만 없다면 아사다 마오를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김연아는 2007년과 2008년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상으로 인해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요. '부상이 없는' 김연아는 그야말로 '무적'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시즌 김연아는 두 번 출전한 그랑프리 시리즈와 4대륙, 세계선수권 대회를 휩쓸었습니다. 국내에서 벌어진 그랑프리 파이널만 아깝게 놓쳤을 뿐, 다른 선수들과 차별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예전부터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던 김연아가 월드 챔피언의 명칭을 얻을 수 있었던 원인은 '겸손함'에 있었습니다. 언제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앞만 보면서 달려온 김연아는 '완벽주의자'였죠. 지금의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여자 싱글을 분석할 때, 김연아의 기량을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선수는 드뭅니다. 김연아가 클린을 했을 때, 다른 선수들과 얼마나 기량 차이가 나는지의 사실은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에서 여실히 증명됐습니다.

김연아가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 뒤를 추격하는 '2인자'의 자리에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여자 싱글에서 눈여겨볼 사항은 조애니 로셰트(22, 캐나다)의 선전입니다.

로셰트는 2008~2009 그랑프리 2차 대회인 'Skate Canada'와 3차 대회인 '프랑스 에릭 봄파르'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여자 싱글의 구도는 김연아 - 아사다 마오 - 카롤리나 코스트너(21, 이탈리아)의 삼파전으로 예상됐습니다. 이 트라이앵글을 깨고 조애니 로셰트는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올 시즌 로셰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표현력이 강한 자신의 장점을 십분 살린 점이 컸습니다. 또한,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를 모두 구사하는 특기를 살려서 안정감 있는 점프 구성을 가져간 것도 효과를 얻었습니다.

단단한 근육질이 돋보이는 로셰트는 전형적인 피겨 선수의 체형이 아닙니다. 그러나 스케이팅 기술은 매우 부드럽고 기본기도 탄탄한 편이죠. 손끝 동작과 전체적인 움직임이 김연아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가진 드문 선수가 바로 로셰트입니다.

또한, 로셰트가 올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은 피겨 스케이팅이 추구하는 현재의 흐름에 잘 따라갔기 때문입니다. 기량이 뛰어나지만 구 채점 방식의 훈련과 기술에 연연하다가 퇴보해간 선수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신 채점제의 시대인 현재는 GOE(가산점)과 PCS(프로그램구성요소)가 중요해졌지요. 옛날의 방식을 버리고 신 채점제에 발맞추어 충실하게 자신의 발전시킨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로셰트는 장점은 비교적 정확한 점프와 표현력에 있습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구사하는 더블 악셀은 2점대의 가산점을 받아왔으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1.60의 가산점을 챙겼습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트리플 러츠에서 감점을 받았지만 PCS에서 점수를 만회해 기사회생했습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뜻밖의 부진을 보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함께 김연아 다음으로 가장 깔끔한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가 조애니 로셰트입니다. 아직 트리플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하지 못하고 시퀀스 점프로 대체하고 있지만 가장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로셰트는 다음 시즌도 전망이 밝게 예상됩니다. 특히,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은 홈에서 벌어지는 대회인 만큼, 로셰트의 선전이 예상됩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급부상한 선수는 바로 안도 미키(21, 일본)였지요. 작년 12월 달에 벌어진 그랑프리 파이널 때만 해도 안도 미키는 완전히 지는 해로 여겨졌습니다. 일본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안도 미키의 부활은 더 이상 힘들다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또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도 한눈에 들어왔지요.



그러던 안도 미키가 2007년 세계 챔피언에 올랐을 때의 연기를 다시 한 번 재현해냈습니다. 이번에 안도 미키가 성공 할 수 있었던 원인은 트리플 +트리플 점프의 부담감을 덜어내고 표현력 완성에 신경을 썼다는 점입니다. 또한, 스케이팅의 속도도 매우 향상돼 있었습니다. 점프에만 치중하던 예전에 비해 안도 미키는 점프 이후의 경직된 모습을 버리고 섬세한 손동작을 넣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표현력을 따질 때, 안도 미키는 여러모로 부족해보였습니다. 표정 연기와 표현력을 수반한 동작들이 모두 비슷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안도 미키는 점프의 난이도를 낮추고 스핀과 스파이럴에도 완성을 높였습니다. 그 결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스핀 세 가지와 스파이럴에서 모두 레벨 4를 받는 성과를 남겼습니다.

안도 미키는 비록,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 대신 트리플 + 더블 점프를 뛰었지만 더 좋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점프의 성공률은 높아졌고 프리스케이팅 PCS에서는 TES(안도 미키 프리스케이팅 TES : 62.34)보다 더 높은 63.92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 안도 미키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사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빙상연맹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소식도 들려왔지만 경기력 자체만 봤을 때, 나타나는 결론은 점프의 부담감을 줄이고 피겨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쿼드 살코 구사에 대한 발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발전된 연기를 펼치려면 고난도의 점프에 연연하지 않고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에 힘을 쏟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이제 고난도의 점프만 구사한다고 해서 점수가 잘 나오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습니다. 난이도가 조금 낮은 기술을 구사해도 가산점과 PCS에서 장점을 보이면 급부상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현재입니다. 신 채점제가 모든 피겨 선수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은 '토털 패키지'가 되라는 것이죠.

이러한 피겨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옛날의 방식만 고집한다면 그 선수의 기량은 도태되어 갈 것입니다.



[사진 = 조애니 로셰트, 안도 미키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장준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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