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정규 편성을 확정 지었다. 불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개선과 발전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대한민국 가족 문화를 전지적 며느리 시점에서 관찰, 자연스럽게 대물림되는 불공평한 강요와 억압이 벌어지는 '이상한 나라'를 도발적으로 문제제기하는 프로그램이다.
'며느리' 배우 민지영,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 씨, 워킹맘 김단빈 씨와 그의 시부모 및 남편의 모습이 2회에 걸쳐 공개됐다. 민지영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며느리의 자세', 일명 '착한 며느리 병' 때문에 신혼여행 후 첫 시댁 방문부터 앞치마를 매고 가사 노동에 시달렸다. 박세미 씨는 명절에 만삭의 몸으로 남편 없이 홀로 어린 아들까지 데리고 시댁에 갔다. 김단빈 씨는 시부모와 업무로도 엮여있어 이중고를 겪었다.
1회에서 4.6%, 2회에서 4.3%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화제성을 증명했다. 방송 다음 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많은 시청자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대해 얘기하며 공감 또는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파급력에 힘입어 정규편성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재정비를 거친 뒤 오는 6월경 방송될 예정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정규편성을 환영하는 사람들은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며느리들이 받는 비상식적인 고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이를 '고부갈등'이라는 말로 설명하며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대결 구도로 그려냈지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시아버지, 그리고 시댁 식구들, 또 남편에게도 초점을 맞춘다. 더 높은 곳에서 바라봄으로써 개인이 아닌 '이상한 문화'에 집중하게 한다.
공론장 역할도 한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분노를 유발하는 에피소드들 때문에 대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기사나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등으로 털어놓은 경험담들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절대 대본이 아님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런 고통을 실제로 겪는 며느리들뿐만 아니라 남성이나 미혼 여성들, 기성세대들도 우리나라의 비합리적인 가족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정규 편성에 반기를 드는 시청자도 있다. "모든 시댁이 저런 것은 아니다", "재미를 위해 대본이 있을 것"이라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안전상의 문제로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며느리에게 아이의 아이큐를 이유로 들며 자연분만을 강권하는 시아버지의 모습은 분명 보고 싶지 않은, 대본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불편한 현실이긴 하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현실이다. 비슷한 사건을 겪은 며느리들의 '인증'이 댓글창을 가득 채우고 있다. 며느리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던 '괴담'이 방송에서 리얼리티로 확인되고, 이에 대해 며느리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것 자체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정규 편성의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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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