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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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허리로 남아공 행 8부 능선 넘는다

기사입력 2009.03.28 23:01 / 기사수정 2009.03.28 23:01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7회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28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했다. 황재원의 자책골로 선취점을 내주었으나 곧바로 김치우, 이근호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역전승을 하며 4월1일 북한과의 최종예선 5차전을 앞두고 기분좋은 발걸음을 보여주었다.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조원희(위건)-기성용-이청용(이상 서울)으로 이뤄지는 4명의 미드필더를 선발 출전시켰다. 1차전이었던 북한전을 제외한 최종예선 3경기에서 모두 선발출전했던 박지성, 기성용, 이청용을 그대로 선발로 내세웠고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는 김정우를 조원희로 대체했다. 

당초 기대됬던 박현범(수원), 한태유(서울), 김치우(서울)등 새로운 얼굴들을 깜짝 선발은 없었다. 북한전을 앞둔 중요한 평가전이기에 큰 변화보다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선택한 허정무 감독의 의중을 알수 있었다.

명불허전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여전히 팀의 중심이었다. 쉴새없이 상대방의 빈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은 여전했고 전반 20분경 이청용에게 내준 스루패스에서 프리미어리거의 클래스를 느낄 수가 있었다.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서도 볼을 키핑하는 모습은 축구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라크 골키퍼가 부상을 치료하는 동안 기성용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은 캡틴으로서 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후반 종료휘슬이 울리고도 주장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상대 공격수의 슛팅을 막던 김치우가 부상당하자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보다는 동료를 걱정하는 모습은 더이상 주장완장이 어색하지 않고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캡틴의 모습이었다.

'조투소' 조원희의 진가를 확인할수있는 경기였다. 경고누적으로 빠진 김정우를 대신한 조원희는 실전감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돌적이고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1차적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기성용이 마음놓고 공격할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지난해 12월, 서울과의 챔피언 결정전 이후 약 3개월동안 공식 경기를 치르지 않았지만 실전감각이 부족할거라는 주위의 우려를 깨고 5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였다. 

대표팀의 미래이자 현재 '쌍龍' 

대표팀의 미래라고 불리던 '쌍용' 이청용-기성용이 어느덧 대표팀의 현재가 되었다.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이 선배들 못지 않기때문이다. 오늘 터진 두골이 모두 쌍용의 발끝에서 시작되었다. 

화려한 개인기와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만큼은 이미 K-리그에서도 으뜸인 이청용의 클래스는 우물 밖에서도 빛났다. 비록 골포스트에 맞았지만 이청용은 뛰어난 위치선정으로 박지성의 패스를 슛으로 연결했고 김치우의 동점골을 정확한 크로스로 연결하는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또한 박지성, 박주영, 이근호등과 물흐르는 듯한 연계플레이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등 꾸준한 모습으로 북한전에서도 활약을 예고했다. 

새롭게 얻은 별명인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다웠다. 비교적 수비적인 조원희와의 호흡을 맞추며 다소 공격적으로 임하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1-1 동점이던 후반 25분경에는 날카로운 공간침투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역전골의 발판을 마련하는 수훈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바로 데드볼에 있었다. 세트피스 전담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대부분의 킥을 공격수의 머리와 발로 연결하며 뛰어난 킥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지난 2월 이란과의 경기에서 싹을 보이기 시작했던 그의 킥이 봄을 맞아 드디어 꽃을 피웠다.

북한은 수비지역에서의 밀집수비와 파울도 마다않는거친 플레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대표팀은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다이나믹 이청용의 돌파에 이은 파울, 데드볼 스페셜리스트 기성용의 프리킥에 이은 골은 생각만해도 흐뭇해지는 장면이다.)

가능성을 발견하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을 불러들이고 김치우를 교체투입 시켰다. 에이스이자 주장인 박지성의 부상예방과 체력 안배차원의 교체였지만 아마도 김치우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싶은게 허정무 감독의 속마음이었을 것이다. 

전남과의 K-리그 경기와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스라위자야전에서 2골씩 몰아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치우였기에 좋은 활약이 예상되었다. 기대에 부응하듯 투입된지 10분만에 이청용의 패스를 환상적인 하프발리슛으로 골로 연결하며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이상호의 투입으로 중앙으로 보직을 변경하며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드러나지 않은 비밀병기도 남아있다. 대표팀내에서도 최고라고 자부하는 왼발킥은 염기훈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기성용과 함께 세트피스시 위력을 한층 배가시킬것으로 보여져 허정무 감독은 김치우의 기용여부에 행복한 고민을 할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상호와 박현범(이상 수원)도 대표팀 데뷔전을 치르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록 출전시간이 길지 않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기존의 선수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무난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패기 있는 신인답게 때때로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며 허정무 감독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렸다. 

프리미어리거 박지성과 조원희, 동점골의 주인공 김치우, '쌍용' 이청용, 기성용과 이상호, 박현범등 신구조화가 완벽히 이뤄지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에 성공한 대표팀은 누가 뛰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남아공을 향한 발걸음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환상의 미드필더진'이 북한을 넘어 남아공으로 가는 8부능선을 넘을지 지켜보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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