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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꿈의 200점이 현실로 다가왔다

기사입력 2009.03.28 10:51 / 기사수정 2009.03.28 10:5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달 5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2008~2009 ISU(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연아(19, 고려대)는 72.24의 점수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김연아는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의 말대로 '무한대'의 스케이터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김연아가 과연 세계신기록 점수를 몇 점까지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과연 언제 75점의 벽을 넘어설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50일이 지난 시점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신기록을 무려 3.88점이나 경신했습니다. 과연 세계피겨 사에서 이처럼 기적 같은 기록 경신이 있었을까요. 김연아는 카타리나 비트(독일)와 옥산나 바이울(우크라이나), 그리고 크리스티 야마구치와 미셀 콴, 사샤 코헨(이상 미국)도 이룩하지 못한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김연아가 한국 시각으로 28일,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점은 세계 피겨 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순간이었습니다. 4대륙 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 연속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예는 극히 드뭅니다. 그것도 다른 선수들과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1위를 기록한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김연아의 기량 차이가 월등하게 나타났습니다. 피겨를 처음 보는 관객들도 김연아가 구사하는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다른 선수들이 구사하는 점프와 질이 다릅니다. 점프의 비거리와 높이가 남자 선수들을 방불케 할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죠.

여기에 유연한 스핀과 다이내믹한 스텝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스파이럴 시퀀스와 스핀에서 모두 레벨 4를 받는 보기 드문 선수입니다. 세계 최고의 점프를 갖췄지만 여기에 최상의 스파이럴과 스핀을 구사하는 김연아는 압도적인 기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가 76점이란 최고의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큰 원인은 PCS(프로그램 구성요소)에서 무려 32.72의 점수를 받은 데 있습니다. 김연아는 스케이팅 기술에서 무려 8.45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또한, 연기 수행과 안무 구성, 그리고 프로그램 이해도에서도 각각 8.50, 8.05, 8.15의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트랜지션/풋 워크에서만 유일하게 7점대인 7.75를 받았지만 현존하는 여자 선수들 중, PCS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8점대를 넘는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합니다.

PCS에서의 높은 점수는 '죽음의 무도'의 완성도와 김연아의 표현력이 높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요. 스케이팅 기술을 비롯한 기본기와 데이비드 윌슨의 숨결이 스며든 안무도 세계 최고라는 점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목표는 김연아의 모든 장점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점이었습니다.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을 하루 앞둔 오서 코치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연아는 최고의 연기를 펼칠 것이고 그동안에 이루어졌던 과정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진행되어 왔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28일에 있었던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김연아가 76.12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받을 수 있던 원인은 '컨디션 조절의 승리'에 있습니다. 오서 코치와 김연아의 건강을 체크하는 의료팀은 세계선수권에 맞춘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실행해 왔습니다. 모든 포커스를 세계선수권에 맞추고 진행해온 점이 최상의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SBS 피겨 해설위원인 방상아 위원은 이번 대회의 중계를 위해 LA로 출국하기 전, "예전에는 대회를 앞두고 있으면 긴장도 되고 불안감도 밀려왔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연아가 연습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면 안도감이 생긴다.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라서 있는 점은 당연한 사실이며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인 기량 차이가 나타나는 점도 나타난다. 어지간해서는 대회를 앞두고 우승후보를 점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연아가 대회를 잡는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다닌다. 그만큼 연아의 기량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본 기자도 그동안 어지간해서는 200점 달성 여부를 쉽게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자 선수가 쇼트프로그램에서 76점을 받았다는 사실은 경이적인 결과물입니다. 남자 선수가 90점대에 거의 육박한 것과 다름이 없지요. 아무리 잘해도 75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점을 또다시 넘어서 버린 김연아는 '무한대'의 스케이터였습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23.88의 점수만 기록해도 김연아는 200점 고지를 넘어서게 됩니다. 이렇게 세계 피겨 사를 꾸준하게 새로 쓰는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합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를 넘어서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연아는 28일 프리스케이팅에 도전하게 됩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워낙 강세를 보여서 그렇지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도 매우 강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프리스케이팅 세계신기록 보유자도 김연아입니다. 그동안 '세헤라자데'가 완벽한 클린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점은 김연아가 도전하는 새로운 목표가 됐습니다.

최상의 컨디션과 절정의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볼 때,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는 좋은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기 싫어하는 강한 경쟁심이 있지만 김연아는 누구보다 스케이팅을 즐길 줄 아는 선수입니다.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감은 경쟁심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지요. 김연아는 피겨를 즐길 줄 아는 자세도 지녔기 때문에 실전에서 강하고 강한 정신력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인 조애니 로셰트와 벌어진 점수 차이는 무려 8.22점입니다. 마음의 짐을 털고 그동안 연습했던 대로만 하면 김연아는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정한 점수에 목표치를 두지 않고 늘 자신이 만족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연기를 펼치겠다던 김연아의 자세는 마침내 세계신기록 경신으로 보답을 받았습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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