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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이병헌 감독 "'바람 바람 바람' 연출, 도전이자 모험"

기사입력 2018.04.22 07:30 / 기사수정 2018.04.22 00:0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병헌 감독의 또 다른 도전이다. '힘내세요, 병헌씨'(2013), '스물'(2015)을 통해 자신만의 재기발랄함을 뽐내왔던 이병헌 감독이 '바람 바람 바람'으로 모험에 나섰다.

5일 개봉한 '바람 바람 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가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는 상황을 그린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

'과속스캔들'(2008)과 '써니'(2011), '타짜-신의 손'(2014)의 각색과 앞선 연출작들의 개성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해나가고 있는 이병헌 감독에게도 '바람 바람 바람'의 연출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이병헌 감독은 "부담이 컸죠. 감정을 하나라도 놓치면 정말 욕만 먹고 끝나는 영화가 되겠다 싶었거든요. 긴장도 많이 했고, 각색하면서 후회도 많이 했고 애를 많이 먹었어요"라고 떠올렸다.

'바람 바람 바람'은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원작으로 한다. "복잡한 감정에 정답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힘들었어요"라고 말한 이병헌 감독은 "제작사 대표님께서 제안해주셨을 때 처음에는 고사했죠. 감정보다는 상황 위주의 코미디여서 결이 많이 달랐어요. 보편적인 우리나라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지점이 많은 것 같아서요"라고 고민했던 사연도 전했다.

"'이 이야기를 풀어낼 사람은 대한민국에 너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다시 보니 다른 많은 것들이 보였어요. 처음에 상황만 따라갔을 때 보여주지 않았던 감정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죠. 따뜻하게 봉합하는 것보다, 차가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공허함'이라는 것에 대해 얘기하자고 했을 때,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죠."


도전이고 모험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부정적인 소재를 코미디로 다룬다는 것에 대한 위험부담도 그렇게 기꺼이 안고 가보기로 결정했다.

영화에는 석근(이성민 분), 봉수(신하균), 미영(송지효), 제니(이엘) 등 등장인물들이 아슬아슬하게 펼치는 감정의 흐름이 눈에 띈다.

이병헌 감독은 "코미디와 감정 사이의 조율이 필요했어요. 사실 작정하고 웃겼으면 더 웃길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게는 더 어려웠던 작업이었던 것 같고요"라고 털어놓았다.

"대사 톤이나 음성의 높낮이, 표정이나 리액션 하나에도 감정이 멀리 가더라고요. 웃기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라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그 마무리의 선을 정하는 것도 제 몫이었어요. 아무리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감정을 망가뜨리는 것 같으면 누르고 빼냈었죠."

현장에서 촬영할 때마다 이런 고민들로 괴로운 마음이 컸다고 전한 이병헌 감독은 부정적인 소재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작품의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부정적인 소재가 옳다고 말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확신과 자신감은 있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감정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슬아슬하게 완성한 만큼, 누군가 알아주고 공감을 해준다면 거기서 오는 쾌감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죠. 처음부터도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누군가에겐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에게는 더 재미있게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바람 바람 바람' 이야기와 함께 이병헌 감독은 '어른 콘텐츠'라는 말을 꺼내며 자신의 생각을 함께 전했다.

"20대 관객들이 문화 소비의 주축이었다는 말이 옛말이 돼가고 있다는 것에 저도 공감하거든요. 트렌드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30대와 40대 이상의 관객들도 20대 관객들 못지않게 중요해진 것 같아요. 30대, 40대 이상의 관객들이 문화 소비의 주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반갑게 생각하죠."

'바람 바람 바람'의 여정을 마친 이병헌 감독은 지난 달 말 차기작 '극한직업'의 촬영을 시작했다. '바람 바람 바람'과는 또 다른 결로, 새로운 재미를 안긴다는 기대해도 좋다는 것이 이병헌 감독의 이야기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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