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24 18:41 / 기사수정 2009.03.24 18:41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이번 월드야구클래식(WBC) 대회 1라운드 아시아 지역 예선은 일본에서 열렸다.
3년 전 열린 1회 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제 대회를 치르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는 '도쿄돔'이 있는데다 오랜 시간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해온 대표성을 가진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2인자 대접을 받아 왔다.
1라운드 승자전에서 일본을 맞아 졸전 끝에 2-14로 완패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평가를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의 진짜 실력은 그 다음에 나왔다.
1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 봉중근을 앞세운 한국은 숨막히는 투수전 끝에 1-0 승리를 거둬 자존심을 회복했다. 일본 선발진의 '빅3' 중 하나인 이와쿠마를 상대로 올린 승리였다. 각각 1승씩을 올린 가운데 4강 진출권을 놓고 격돌한 2라운드 승자전에서는 일방적인 경기 끝에 4-1 완승을 올려 일본의 콧대를 꺾었다. 다르빗슈는 고개를 숙였고, 승리투수는 또 봉중근이었다.
4강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2라운드 1위 자리를 놓고 두 팀은 네 번째로 만났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2-6으로 졌지만 실리를 선택한 경기 운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주력 투수들을 동원했다면 못 이길 것도 없었지만 준결승전, 결승전을 앞두고 무리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강호 베네수엘라를 대파하고 결승 무대에 올라 미국을 누르고 올라온 일본과 또 대결했다. 다섯 번째 대결에서 우리나라는 3-5로 져 준우승에 그쳤지만 패색이 짙던 8,9회에 각각 1점씩을 따라붙어 기어이 동점을 만드는 등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세계 강호들을 모조리 굴복시키고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은 어느덧 아시아 야구의 강자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었다.
같은 나라와 최대 다섯 번까지 대결하는 기형적인 대회 일정은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지만 한국 대표팀에게는 일본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전력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증명할 좋은 기회가 된 셈이다. 일찌감치 승부가 갈린 첫 대결을 제외한 네 경기에서 한일 양팀은 누가 이겼대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접전을 거듭했다. 이제 한국 야구는 세계가 인정하는 '아시아 최강'으로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은 1회 WBC 대회에서 일본에 2승 1패로 앞섰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두 번 만나 모두 승리하며 금메달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2라운드까지 우세한 경기를 이어가자 외국 언론 등에서 '이제 아시아 대륙의 최강자는 한국'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어쩌다 한 번 우연히 이긴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꾸준히 접전을 펼쳐 온 결과물이다.
일본 대표팀의 면면은 무척 화려하고,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우리보다 많다. 이름값에서는 분명 일본이 앞선다. 하지만, 두 팀 간 맞대결은 팽팽했다. 응집력은 오히려 한국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토털 베이스볼'을 앞세워 대회 내내 세계의 주목을 받은 팀은 우승을 차지한 일본이 아니라 준우승팀 한국이었다.
한국 야구가 이제 아시아 2인자의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시아 최강이라는 훈장을 달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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