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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무엇을 남겼나①] 김태균-봉중근, 투타의 핵으로 우뚝서다

기사입력 2009.03.24 18:18 / 기사수정 2009.03.24 18:18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이승엽이 없는 대표팀이었다. 김동주도 빠졌고, 박찬호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설상가상으로 김병현마저 합류하지 못했다. 28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추신수(클리블랜드)와 임창용(야쿠르트) 뿐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야구 대표팀은 여전히 강했다. 아시아 예선 성격으로 치러진 1라운드를 당당히 1위로 통과한 한국 대표팀은 4강에 머물렀던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회 대회때보다 더 좋은 성적(준우승)을 올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4번 타자 1루수 자리를 꿰찬 김태균의 활약은 눈부셨다. 김태균은 대만과의 1라운드 첫 경기에서 1회말 무사 만루 찬스를 2타점 좌전안타로 연결해 결승 타점을 올렸고, 일본과의 승자전에서는 1회말 마쓰자카를 상대로 대형 좌월 투런포를 그려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 4회초 1사 1,2루 기회에서 3루수 옆을 빠지는 좌선상 안타를 터뜨려 또 결승타점을 올렸다. 중국전에서 1타점을 기록한 것까지 포함해 1라운드 매 경기 타점을 기록했다.

김태균의 활약은 2라운드에서도 계속됐다. 멕시코전에서는 2-2로 맞선 4회말 솔로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7회에는 무사 2,3루의 황금 찬스를 2타점 좌전 적시타로 정리해 멕시코의 추격 의지를 잘랐다. 1라운드 첫 경기부터 5경기 연속 타점행진이었다.

이승엽의 불참으로 타선의 힘이 약해질 것이라던 대회 전 예상은 김태균의 신들린듯한 활약 덕분에 보기 좋게 빗나갔다.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에서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터뜨린 김태균은 한국 대표팀의 해결사로 우뚝 섰다.

마운드에서는 봉중근이 이름값을 했다. 일본과의 첫 맞대결에서 2-14로 완패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봉중근이 일으켜 세웠다. 다시 만난 일본 타선을 5.1이닝동안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구위도 좋았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가 특히 빛났다. 봉중근은 내친김에 일본과의 2라운드 승자전에 다시 등판해 5.1이닝 1실점으로 쾌투, 한국을 4강에 밀어올렸다.

봉중근은 일본을 상대로 한 결승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4이닝을 자책점 없이 막았다. 6안타, 3볼넷을 내줬지만 내야수 실책으로 빼앗긴 1점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일본은 1회 1사 2루, 2회 2사 1,2루 등 꾸준히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봉중근의 관록 앞에 잔루만 수두룩하게 남겼다. 일본전 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김광현이 부진을 거듭하는 동안 봉중근이 새로운 '일본 킬러'로 떠올랐다.

김태균, 봉중근 등의 맹활약은 한국 야구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기존 국가대표가 비운 자리를 한 치의 빈틈 없이 메웠다. 한국 야구가 만만찮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일본과 비교해 선수층이 얇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몇십 배 차이가 나는 고등학교 야구부 개수는 고정 레퍼토리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수준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국가 대항전에서만큼은 언제든 정상권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건 한국 야구의 큰 수확이다.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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