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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곤지암' 정범식 감독 "체험과 카타르시스에 집중했다"

기사입력 2018.04.07 15:00 / 기사수정 2018.04.07 13:4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3월 극장가에 안긴 신선한 충격이다. 영화 '곤지암'이 3월 28일 개봉 후 한국 공포영화 관련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기담'을 통해 공포영화에서의 연출력을 인정받은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곤지암'은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이자, 공포 체험의 성지로 알려진 곤지암 정신병원에서 7인의 공포 체험단이 겪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을 그린 체험 공포. 6일까지 184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곤지암'을 준비하고 세상에 내놓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후반작업에만 14개월이 소요됐을 정도로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던 작업이었다. 정범식 감독은 "보통 후반작업을 그 정도 했다고 하면 하다가 쉬다가, 그런 것일 수 있는데 저희는 정말 내내 작업한 것이었어요"라며 웃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지금 시장에서 어떤 것들을 활용해야 가장 파급력을 얻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정범식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는 항상 관객들을 생각해요. 이전 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호러 영화를 만들어서 내놓아야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봤어요. 그러다 보니 '기담'과는 반대로 가야 하겠다 싶었고, 그래서 디지털 기기나 유튜브 등을 활용하는 것을 떠올렸죠"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호러 영화 시장이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고, 한국에서도 호러 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수요가 늘어났음에도 시장이 침체됐다는 것에서 정범식 감독은 더욱 고민을 거듭했다.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했을 때 '기담'과 같은 방식의 이야기나 정서, 농익은 방식으로 가주는 것보다는 새로운 세대, 호러 영화를 콘텐츠로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과 방식을 영화에 차용하면 어떨까 싶었죠. 그 부분을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좋아해주시는 부분이 더 큰 것 같아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찍은 것이 파급력이 더 컸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정범식 감독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파운드 푸티지 등 공포 영화 안에 들어있는 세부적인 장르를 언급하면서 "이미 미국에서 만들어진 페이크 다큐 영화는 한국 관객들이 많이 본 상태에요.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는 독립영화의 몇몇 형태를 빼고는 제대로 지향점을 갖고 만든 페이크 다큐가 없다는 것이죠"라고 짚었다.

한국에는 없지만, 이미 기존 외국 영화를 통해 공포에 많이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차별을 전할 것인지 계속해서 방법을 찾았다.

"승부수를 띄울만한 무언가가 있나 우려가 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처음에 작품을 하기로 하고 방향을 틀었던 것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진일보한 형태로 찍는 방식이었어요. 연출법 같은 것을 조금 다르게 가보자는 것이요. 그래야 변별력이 생기고, 그래야 관객들이 더 반응해주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운드 활용법이라든가 편집, 신인 배우들을 기용해서 그들이 촬영을 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것들이 체험형 공포로 완성된 것이죠."


이 같은 생각에 따라 '곤지암'은 실제로 유명 유튜브 채널의 생중계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1인칭 시점의 촬영과 최소한의 조명 등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한다.

"영화를 볼 때, 일종의 과거부터 내려오는 이론이지만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되잖아요"라고 운을 뗀 정범식 감독은 "슬픔이든 웃음이든, 심지어 공포도 그렇죠. 감정의 배설이 있어야 되는데 '곤지암'을 통해서는 정말 재미있는 체험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어떤 분들은 '집에 가서 불 끄고 못자겠다'는 이야기도 하시는데, '체험'과 '카타르시스' 이 지점에 집중했다고 봐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요즘 그런 지점을 건드려주는 영화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스스로 느꼈기 때문에, 저도 어떤 방식이든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영화가 좋다고 봤어요. 그런 것을 관객들에게 선사해드리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한 것이죠."

공포영화에서 당연히 쓰이는 효과 중 하나로 꼽히는 배경음악이 없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정범식 감독은 "'현장음을 다 썼다'가 아니라, '현장음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게 조율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라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현장음만 다 쓰면 편하죠. 영화는 원래 효과들이 크잖아요. 과도한 음악을 다 배제하고, 현장에서 느끼는 것처럼 할 수 있는 레벨의 소리로 디자인을 했어요. 현장 소리도 쓰고 인위적인 소리도 쓰지만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음악도 최대한 쓰지 않고, 영화 속에서 쓰는 음악처럼 현실감이 파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장 효과적일 수 있게 디자인을 한 것이에요."

보는 사람들은 '현실감이 넘친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소리의 세세한 부분까지 계산하고 조율한 정범식 감독과 스태프들의 노력이 있었다. 정범식 감독은 "사운드팀이나 색보정팀, CG팀, 그리고 편집팀까지 모두가 작업을 잘 도와주셨어요. 촬영도 물론 당연히 열심히 해주셨고, 후반 작업팀이 14개월 동안 잘 도와줘서 이런 결과물 나올 수 있었던 것이죠"라고 함께 한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정범식 감독은 항상 지니고 다니는 아이패드를 꺼내들어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댓글을 캡처해 놓은 것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너무 특이해서 제가 캡처를 해놓았거든요.(웃음) 어떤 분이 트위터에 올린 내용인데, 평이 재미있어서요. '내 심장 지하 암반수에서 샤워하고 온 듯'이라는 말인데, 이 표현이 제게는 참 고맙더라고요. '심장이 얼어붙었다'가 아니라 지하 암반수에서 샤워하고 온 것 같다는 표현을 하니까, 이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은 것이죠.(웃음) '간이 떨어질 뻔했다'나 '철렁했다'는 말이 순간적인 표현의 이미지라면, 지하 암반수에서 샤워하고 온 것 같다는 말은 본인에게 지속적으로 계속 공포가 본인에게 몰아쳤다는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정범식 감독은 "간혹 저의 의도를 몰라주실 때는 제가 그만큼 관객들에게 못 다가간 것일 수 있잖아요. 이번에는 정말, 호러를 콘텐츠로 즐기는 세대들에게 '자, 즐기세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드린 것이에요. 그게 '곤지암'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가장 중심이 된 생각이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곤지암' 작업을 마치고 난 후 개봉을 기다리며, 힘들었던 기억들은 어느덧 조금씩 흐릿해지며 추억으로 자리하게 됐다.

"저도 이제 관객들과 같은 마인드로 영화를 보게 되니까, 세세하게 조정했었던 그 마인드는 다른 곳으로 가고, 저 역시도 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어느 감독이나 다 그렇겠지만, 지금은 시원섭섭합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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