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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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WBC] 김광현, 왜 슬라이더를 고집했을까

기사입력 2009.03.20 16:09 / 기사수정 2009.03.20 16:09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이번에도 당했다. 위기 순간에 좌타자 오가사와라를 의식하여 등판시킨 김광현이 모아놓은 주자를 잡지 못하고 적시타를 허용했다. 오가사와라, 이와무라 등 모두 좌타자들을 상대로 3실점 했다.

오승환이 아오키와 이나바에게 허용한 연속 안타도 문제였지만, 김광현이 ‘고집’을 부린 것이 더 큰 문제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슬라이더였기 때문이었다. 일본 타자들이 가장 자신있게 칠 수 있는 구질이기도 하다. 그래서 1라운드 첫 번째 한일전에서 일본 타자들이 김광현을 두드릴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전에서 허용한 9실점(8자책)이 모두 슬라이더를 던지다 허용했다는 것이다. 멕시코전에 깜짝 등판하여 두 타자를 빠른 볼로 처리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쓸때없는 고집?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국내 1류 타자들은 물론 올림픽에서 많은 일본 타자들이 겁을 냈던 구종이었다. 그만큼 김광현은 자신의 구질에 큰 자신감을 보였고, 그만의 특유한 배짱까지 곁들여져 어린 나이에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이번 WBC에서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진 것을 두고 비난을 할 필요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격려를 해 주어야 한다. 김광현 자신이 자신있는 공이 슬라이더라면 본인 소신대로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자신있는 공이 상대팀에게 완벽하게 간파되어 난타당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광현의 결정구가 슬라이더이기는 하나, 그는 전형적인 왼손 파워피처다. 결정구를 상대팀이 아주 쉽게 쳤다면, 이를 극복할 만한 배짱과 빠른 볼을 앞세워야 헸다. 그것이 바로 프로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지난 2-14 콜드게임패 이후 "한 번 난타당하는 것은 실수다. 실수는 만회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이 두 번 이상 반복되면 이것은 실수가 아닌 실력이다"라면서 두 번 다시 무기력하게 패하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지금 김광현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다. 슬라이더, 물론 난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똑같은 구종으로 난타를 당했다고 한다면 이는 실수가 아닌 실력이다.

김광현은 국가대표 마운드를 10년 이상 책임져 주어야 할 재목이다. 지금의 이 경험도 상당히 소중한 자산이다. 자신을 뒤돌아 보고, 앞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쓴 약'으로 삼기를 기원한다.

[사진(C) 엑스포츠뉴스 DB 강운 기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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