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20 11:10 / 기사수정 2009.03.20 11:10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예전 K-리그에는 현영민(울산 현대)이라는 스로인에 유난히 강한 선수가 있었다. 상대 골문 근처에서 현영민이 스로인을 시도하면 상대팀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힘이 실린 롱스로인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프리킥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그 롱스로인이 잊힐 무렵 EPL에 또 다른 롱스로인의 강자가 나타났다. '인간 투석기'라 불리는 로리 델랍(스토크시티)은 스로인 크로스를 창시했다. 그가 옆줄 밖에서 두 손에 공을 들 때마다 그라운드 안의 선수는 물론, 바라보고 있는 관중마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K-리그, 성남의 그라운드에 '한국의 로리 델랍'이 나타났다. 그가 양손에 공을 쥐고 던질 준비를 할 때 성남의 서포터 석에서는 골키퍼가 골 킥을 찰 때와 같은 응원 구호를 외쳤다. 여느 킥보다, 차라리 그의 손이 나았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상대 문전에 가 닿을 때 상대 수비수는 당황했고 공격수의 헤딩 한 번이면 모든 공격이 정리됐다.
그를 이용한 세트 플레이 훈련을 할 정도로 성남은 그의 롱스로인을 팀의 무기로 삼고 있다. '한국의 로리 델랍' 그러나 그는 '나는 김성환일 뿐이다.'라며 그 별명을 거부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처음
사실, 김성환은 성남에 드래프트 1순위로 뽑혔음에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였던지라 선수 본인조차도 1순위로 프로에 간다는 사실을 쉬이 믿지 못했다.
성남에 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나
김성환(이하 김) : 아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성남에서 1순위로 뽑았다고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 '성남'이라는 말을 믿지 못했다. 몇 번이나 되물었다. 어디서 몇 순위로 뽑았느냐고. 프로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은 했었는데 1순위로 뽑힐 것이라고는 감히 생각조차 못했다. 1순위라는 자체로도 놀라웠고 성남이라고 그래서 더 놀라웠다.
원래 포지션이 수비형 미들이었나? 개막전에는 중앙 수비를 봤다
김 : 대학 때까지 포지션은 공격수였다. 겨울에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그때 연습 경기나 훈련에서 중앙 수비를 주로 봤었다. 사사가 오기 전까지 뛸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겨울에 주로 수비수로 훈련을 했기 때문에 개막전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치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경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감독님 부임 이후 첫 경기였고 그런 상황 때문에 팀 자체에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원래 뛰던 포지션이 아니라 불편했을 것 같은데
김 : 겨울 훈련에서 조금이라도 자리를 더 잡고 싶어서 여러모로 노력했다. 포지션은 맞추기 나름이라고 생각하니까 괜찮다.
공격수로 뛰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나
김 :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여기저기 많이 뛰는 것이다. 거친 플레이도 좋아하고, 그래서 중앙 수비나 공격수보다는 수비형 미들이 지금 내게는 가장 맞는 포지션인 것 같다. 물론 수비형 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공격은 잘하는 선수가 워낙 많다. 뛰는 것을 좋아하니까 더 노력해서 이 자리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골을 넣은 윤준하나, 임상협 등 다른 신인들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다
김 : 그런 상황은 전혀 신경 안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신인이기는 하지만 우리 팀 선수도 아니고…. 맞붙었을 때는 당연히 내가 이겨야겠지만 일단 내가 지금 이겨내야 할 것은 팀 내 주전 경쟁이다. (신인상에 대한 욕심은 없나) 그 자리에서 이기고 나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아직 3월이고 리그는 이제 막 시작했다. 아직 큰 욕심은 없다.
겨우 내내 주목받지 못했던 그는 롱스로인 하나로 K-리그의 시선을 자신으로 돌렸다. 자신의 '무기'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 롱스로인의 시작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롱스로인은 프로에서 처음 시작한 것인가
김 : 아니다. 대학 때부터(동아대) 가끔 던졌었다. 대학 때는 포지션이 공격수였다. 원톱으로 주로 섰었기 때문에 스로인을 던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경기에 지고 있거나 비기고 있을 때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끔 던졌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 : 동아대 자체가 롱스로인으로 유명했었다. 롱스로인으로 한두 경기마다 하나씩은 골을 넣었었다. 팀 자체의 무기였던 것 같다. 한번은 내가 롱스로인으로 던졌는데 바로 골이 된 적도 있었다. 아무도 맞지 않고 손으로 던진 것이라서 골로 인정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반대쪽으로 공이 날아가면서 한 번 바운드가 되고 들어갔다. 그래서 골로 인정된 적도 있을 정도였다.
동래고 재학 시절부터 어쩔 때 한두 번씩 스로인을 했었다. 그 당시 경기를 보시던 동아대 감독님께서 그걸 눈여겨보신 것 같더라.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롱스로인을 던지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한국의 로리 델랍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김: 로리 델랍은 안 좋아한다. 한국의 델랍이라는 말도 별로 안 좋아한다. 롱스로인말고는 다른 플레이 스타일은 전혀 닮지도 않았고 단지 롱스로인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는 자체가 내키지 않는다. 델랍도 더 어렸을 때부터 롱스로인을 시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고등학교 때부터 했었으니까 따져보면 내가 더 먼저일 수도 있지 않나.
롱스로인이 자신의 '무기'라고 했다
김 : 맞다. 다른 선수가 가지지 못한 내 특기 아닌가. K-리그 홈 개막전 때 울산 수비수들도 놀랐겠지만, 성남 서포터 분들도 놀랐다고 하더라. 나 이전에도 롱스로인을 하는 선수는 얼마든지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롱스로인하면 '김성환'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
내 무기인 롱스로인을 가지고 주목받는 것은 좋은데 다른 선수와의 비교는 싫다. 골 넣고 어시스트하고 이런 것으로 주목받는 것도 즐겁겠지만, 롱스로인으로 세트 플레이에서 골을 넣게 돼서 화제가 되면 훨씬 기쁠 것 같다. (아직 그러지 못했다) 곧, 그런 일이 생길 것이다. 난 그렇게 믿고 있다.
롱스로인을 잘할 정도면 팔 힘이 좋은 것 같은데, 팔을 쓰는 다른 운동을 할 생각은 없었나
김 : 전혀 없었다. 축구 말고 다른 운동은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했다고 해서 축구만큼 재밌어 했을 것 같지도 않다. 내 길은 축구 하나뿐이다.
한국의 로리 델랍이 아닌 '김성환'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의 '롱스로인'으로 도움을 만들겠다는 말은, 신인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을 넘어 당돌함까지 엿보였다. 인터뷰 내내 보였던 그 당돌함에 젖어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아직 1승을 거두지 못한 성남의 첫 승을 알리는 골의 도움이 그의 무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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