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대본 신과 연기 신이 만나 합이 제대로 터졌다.
2일 첫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는 신참 신 아토(카이 분)의 실수로 죽게된 송현철B(고창석)가 송현철A(김명민)의 몸으로 환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점점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드라마가 많아지는 요즘 추세와 달리 '우리가 만난 기적'은 드라마만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 드라마. 동명이인에 생년월일시까지 똑같아 저승사자의 실수로 한 명이 잘못 죽고, 빠르게 화장된 나머지 자신의 몸으로 환생을 못 해 동명이인의 몸으로 태어난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백미경은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현실처럼 느껴지도록 개연성 있게 풀어냈다. 전작인 '힘쎈 여자 도봉순'이나 '품위있는 그녀'에서도 보여준 백미경 작가의 장점이 한껏 묻어난다.
한 명, 한 명 누구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도 드라마의 흡인력을 더한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쫀쫀한 대본 안에서 재미있게 뛰어논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송현철A와 송현철B, 하지만 이를 너무 뻔하게 그리지 않고 개성있는 선역과 악역으로 나누어 고리타분함을 줄였다.
백미경 작가의 대본을 현실화 시키는 건 배우들이다. 김명민부터 김현주, 라미란, 김환희, 카이, 그리고 특별출연인 고창석까지 누구하나 연기 구멍이 없었다.
특히 '육룡이 나르샤' 이후 2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김명민은 메소드 연기가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줬다. 송현철A 일 때는 세상에서 제일 냉정하고 나쁜 남자였다가, 송현철B의 영혼이 들어오고 나서는 눈빛부터 앉는 자세 몸짓 하나하나가 고창석으로 변했다.
굳이 송현철B의 영혼이 송현철A의 몸으로 들어가는 CG가 없어도, 아토라는 남신을 빌린 구구절절 설명이 없어도, 깨어난 송현철A의 몸에 송현철B의 영혼이 들어갔다는 걸 연기만으로 설득했다.
드라마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송현철A의 몸을 빌어 살게된 송현철B가 원래 아내인 조연화(라미란)를 챙겨주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갑자기 송현철A의 아내 선혜진(김현주)이 송현철B의 영혼이 들어온 송현철A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질 예정이다. 재미있는 대본을 쓰는 작가와 이를 잘 구현하는 배우의 만남이 이토록 즐겁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