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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전 완승…한국 대표팀의 희망을 보다

기사입력 2009.03.16 19:25 / 기사수정 2009.03.16 19:25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동현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를 당당히 1위로 통과한 우리나라는 2라운드 첫 경기에서 난적 멕시코를 맞아 8-2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며 국제 대회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습니다.

'돌직구' 정현욱의 재발견

정현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싶습니다. 류현진이 예상보다 일찍 물러난 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정현욱은 기대 이상의 호투로 멕시코 타선을 잠재워 승리의 수훈갑이 됐습니다. 정현욱은 1라운드 1위 결정전이었던 지난 9일 일본전에서도 인상적인 투구로 무실점 호투한 바 있습니다.

멕시코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어디서 저런 투수가 나타났지?' 하는 의문이 들 법도 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인 정현욱은 2008시즌 10승 4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의 수준급 성적을 냈지만 태극 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오르기는 이번 대회가 처음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수비 실책 등으로 맞은 5회 1사 만루 위기를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삼진, 내야땅볼로 돌파하는 장면은 경기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덕분에 한국은 '뉴 일본 킬러' 봉중근 등 알짜 투수들을 고스란히 아끼며 승리를 챙겼습니다. 공 끝이 탁월하게 좋은 직구는 타자가 알면서도 못 칩니다. 정현욱의 직구가 그랬습니다.

투수는 큰 경기에서 호투한 후 그것을 전기 삼아 기량이 급성장하는 예가 많습니다. 2007년 한국시리즈의 김광현(SK)이 좋은 예입니다. 32세의 정현욱에게 2009년은 그의 야구 인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전환점이 될 듯합니다.

김태균-이범호-고영민 '의미 있는 홈런 3방'

이범호, 김태균, 고영민이 각각 터뜨린 솔로 홈런 3개가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한국 야구팬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들의 홈런이 생소하지는 않습니다. 김태균은 한국 대표 4번 타자이고 이범호는 2002년 이후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중인 펀치력 있는 선수입니다. 고영민은 폭발적인 파워히터는 아니지만 임팩트가 좋아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최근 2년 동안 21개의 홈런을 날린 타자입니다. 홈런을 칠만 한 선수들이 쳐낸 겁니다.

하지만, 멕시코 측에서는 좀 다르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승엽이라는 '거물'에 대해서는 모를 리 없겠지만 그가 빠진 한국 대표팀에게 홈런을 세 개나 맞으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요. 멕시코전 홈런 3방은 한국 타선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승엽이 빠져 있어도 한국 대표팀 중심타선에는 유능한 타자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이제 다른 나라에서도 알게 됐을 것입니다.

수 싸움으로 건진 이범호의 안타

한국이 4-2로 앞선 6회 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등장한 이범호는 3루수 옆을 스쳐 좌익수 쪽으로 빠지는 안타를 쳤습니다. 그런데 3루수가 정상적인 수비 위치에만 있었다면 이 타구는 여지없는 3루 땅볼 코스였습니다. 병살타가 됐을지도 모르죠.

결과적으로 타자와 3루수의 대결처럼 포장됐지만 이 장면에는 사실 양팀 벤치의 치열한 수 싸움이 녹아 있었습니다. 이범호는 처음부터 번트 자세로 3루수의 전진 수비를 유도했습니다. 3루수 호르헤 칸투는 원래 위치보다 훨씬 앞으로 들어와 번트에 대비했습니다. 거의 투수 옆까지 들어와서 타자를 압박했죠.

초구는 볼, 2구째에 이범호는 번트를 댔지만 파울이 됐습니다. 이범호가 정말로 번트를 댈 의사가 있었다면 1스트라이크가 되기 전에 강공으로 전환하는 모션을 취하며 3루수를 뒤로 밀어붙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범호는 번트 파울로 희생 번트 강행 의지를 내비친 뒤 잽싸게 강공으로 바꿔 좌전 안타를 만들었습니다.

이범호가 2구를 일부러 파울로 만든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반드시 희생 번트를 성공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없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평소 희생 번트 기회가 거의 없었던 타자에게 굳이 낯선 작전을 거는 것보다는 상대를 유인한 뒤 역공을 펼치는 게 낫다는 현명한 판단을 한국 벤치가 내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2-4로 뒤진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막으려는 멕시코 벤치의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이런 식의 수비는 실패했을 때 상처가 큽니다. 경기 종반 1점차 승부가 아닐 때 상대가 무사 1루에 희생번트를 시도하면 기꺼이 대 주고 아웃카운트를 버는 게 정석입니다. 상대 타자가 전 타석에 홈런을 기록한 강타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진 = 이범호 (C) 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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