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11 20:54 / 기사수정 2009.03.11 20:54
[엑스포츠뉴스=유형섭 기자] 앤필드에서의 참담한 93분이 지나고, 마드리드의 성인 이케르 카시야스는 눈물을 흘렸다.
주장 라울의 위로는 카시야스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야속하게도 그 경기를 지켜본 모든 언론은 카시야스를 베스트플레이어로 선정하며 역시 세계최고의 골키퍼라는 칭찬을 늘어놓으며 카시야스의 맘을 더 아프게 했다.
패인 1 : 라모스 감독의 한계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애용하는 4-4-2전술. 이는 두터운 수비와 강한 압박, 바로 프리미어리그를 떠오르게 하는 스타일의 전술로, 부임 이후 프리메라리가 10연승을 달리며 리그 2위에 자리에 레알 마드리드를 올려놓으며 수많은 팬을 흥분시킨 전술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현재의 결과에만 환호하느라 과거의 결과에 대해선 잊어버렸었다. 라모스 감독이 바로 이 전술로 토트넘에서 실패를 맛봤다는 것을. 라모스 감독의 4-4-2전술은 딱딱하고 수비전술적인 면이 있으나 이는 프리메라리가에서 통할뿐 프리미어리그, 특히 리버풀과 같은 강력한 중원을 가진 팀에겐 대항하기 어려운 전술이었다.
알론소와 마스체라노 앞에선 맞지 않는 호흡의 가고와 라싸나 디아라는 무너져내렸으며 최근 몇 경기에서 구세주로 불릴 정도로 많은 활약을 보였던 로벤은 결국 지쳐버리며 지워졌다. 스네이더와 라울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분전했지만 가고와 라싸나 디아라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라모스 감독은 베니테즈에게 완벽히 패배하였다. 현재상황에선 6개월 단기 계약으로 부임한 라모스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더 이상 머물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패인 2 : 가골라쓰의 한계
라모스 감독 부임 초기, 가골라쓰로 불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드림을 실현해줄 것 같던 가고와 라쓰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며 앤필드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애당초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며 다이렉트한 플레이가 몸에 밴 라싸나 디아라에게 있어 느긋하게 공을 끌며 천천히, 그리고 완벽하게 공격을 시작하려는 페르난도 가고는 맞지 않는 파트너였다. 중원에서의 문제는 현재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패인 3 : 아쉬운 부상선수들
경기는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애매한 판정이 불러낸 리버풀의 2골로 시작되었다. 이후 리버풀은 앤필드에서 느긋하게 수비중심의 경기를 펼쳤고, 레알 마드리드는 말려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머리에 공을 맞출 수 있는 장신 스트라이커 반 니스텔루이, 중원에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었던 데 라 레드와 마하마두 디아라. 이 셋의 공백은 무엇보다 컸다.
또한, 호빙유의 이탈과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의 과포화로 스쿼드 불균형에 빠진 선수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으로 빠지게 된 선수들의 공백을 UEFA컵에서 뛴 적 있는 라쓰와 훈텔라르의 동시영입이라는 바보스러운 행동으로 자신들의 불리한 위치를 개선해보려 한 칼데론 전회장과 미야토비치 부장의 잘못도 크다 할 수 있겠다.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이케르 카시야스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팀을 옮겨본 적 없이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뛰어왔고,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였다. 그는 마음이 여린 편인데, 지난 두 시즌 간 리가 우승을 확정 짓는 멋진 골이 터지고 종료휘슬이 울렸을 때, 그는 어김없이 눈물을 보였고, 우승 타이틀뿐만 아니라 여러 여성팬의 마음 역시 사로잡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를 사랑하는 그가 이번엔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7년 전 어린 나이에 빅이어를 거머쥐어본 후 아직까지 챔피언스리그와 인연이 없는 카시야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 중반까지 좋지 못한 경기력과 정신상태를 보였었지만 라모스 감독 이후 재무장을 하고 리그 2위를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날의 완패는 레알 마드리드가 유일하게 노릴 수 있는 타이틀인 리그 타이틀에 대한 열망에 불을 지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시즌 2 시드로 챔피언스리그를 시작할 것이 유력해 보이는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완패를 발판삼아 16강을 넘어 좋은 성과를 올려보길 기대해본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